[은행생활돋보기 1]
앱으로 대기인원 확인하고 번호표 미리 발급
서비스 이용률은 저조…“활용도 개선 노력중”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시중은행 지점에 대기고객 31명이 밀려있는 모습.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시중은행 지점에 대기고객이 31명이 밀려있다.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바쁜 일과 중 짬을 내 나섰는데, 원래 이용하던 영업점이 없어져 먼 곳을 찾아야 하거나 업무를 보기까지 긴 시간 기다려야 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은행들이 업무의 디지털 전환 가속과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영업점 수를 빠르게 줄여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개 은행의 국내 영업점(출장소 제외)은 3750개로, 지난 2017년 말(3969개)과 비교해 3년 새 219곳이 줄었다.

여기에 지난달 25일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은 은행 업무를 보는데 걸리는 시간을 더욱 지연시키고 있다. 금소법상 판매사가 소비자에게 금융 상품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손해 발생 시 배상 책임을 지고 계약도 해지된다.

이 규정에 따라 은행 창구에서는 고객에게 상품 설명서를 하나하나 읽어주고 제대로 이해했는지까지 확인하느라 바쁘다. 예·적금 가입하는 데 40분, 펀드 가입에는 1시간이 넘게 소요되는 실정이다. 연차를 내지 않고선 은행에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소비자 불만이 쏟아진다.

은행들은 고객 대기시간을 절감하고, 번잡해진 현장 분위기를 잠재우고자 ‘모바일 번호표’ 서비스 활성화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현재 신한은행은 ‘쏠(SOL)’, 국민은행은 ‘리브(Livv)’와 ‘스타뱅킹’, 하나은행은 ‘하나원큐’, 우리은행은 ‘우리원(WON)뱅킹’과 네이버지도를 통해 영업점별 대기인원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모바일 번호표를 발급해준다.

또 모바일 번호표를 뽑고 은행에 가는 사이, 순번이 예상보다 빠르게 지나가 차례를 놓쳐버릴 수 있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원하는 시간의 상담을 사전에 예약하는 ‘모바일 영업점 방문 신청 서비스’도 병행 중이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는 홍보가 부족했던 탓인지 이용률이 저조한 편이다. 은행별 모바일 번호표 발급 건수는 하루평균 200여 건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점 한 곳당 하루에 모바일 번호표 1건이 발급될까 말까 한 수준이다.

우리은행의 '우리WON뱅킹' 앱 내 모바일 번호표 발급 서비스 제공 화면(오른쪽)과 KB국민은행의 '리브' 앱 내 영업점 방문예약 서비스 제공 화면.
우리은행의 '우리WON뱅킹' 앱 내 모바일 번호표 발급 서비스 제공 화면(오른쪽)과 KB국민은행의 '리브' 앱 내 영업점 방문예약 서비스 제공 화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모바일 번호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서비스 제공 영업점부터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신한, 국민은행보다 서비스를 1~2년 늦게 도입한 우리은행은 현재 국내 715개 영업점 중 361개 영업점에서, 하나은행은 키오스크 기기가 설치된 영업점(수치 비공개)에서만 모바일 번호표 발급이 가능하다. 두 은행은 연내 서비스 이용 가능 영업점을 전 영업점으로 늘릴 계획이다.

모바일 번호표에 더불어 고객 대기시간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부가기능을 탑재하는 데도 애쓰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영업점을 방문한 고객이 번호표를 발권하면서 원하는 업무를 선택하면 앱으로 예상 대기시간을 알려주는 ‘대기 알림 프로세스’을 선보였고, 하나은행은 대출, 통장·인감 재발행 등의 업무 신청서를 모바일로 미리 작성해둘 수 있는 ‘스마트창구 플러스’ 서비스를 새로 구축했다.

이밖에 은행들은 통장 재발행, 비밀번호 변경 등 일반적인 업무 창구(빠른 창구)와 상품 가입 등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한 창구를 구분해 번호표를 발급하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언택트 시대로의 변화에 따른 영업점 축소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고객 불편 최소화를 위해 모바일 번호표 서비스 활성화 작업과 함께 대기시간을 효과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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