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연간 명예퇴직급여로 8000억원 써
'판관비 줄여라' 접대·광고비 늘고 복지비만 반토막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들이 매년 단행하는 대규모 명예퇴직으로 인한 수천억대 특별퇴직금 부담을 줄이고자 직원들 복지비용부터 잘라냈다.

14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판관비로 16조939억원을 지출했다. 이 중 약 5%에 해당하는 8302억원은 명예퇴직급여로 쓰였다.

은행들은 지난 2017년 모바일뱅킹 활성화를 기점으로 명예퇴직을 통한 대대적인 인력 감축을 지속하고 있다.

명예퇴직은 장기적으로 인건비 절감과 조직 효율화로 이어질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상당한 비용이 든다. 5대 시중은행에선 근 4년간 매해 1500~2500명이 짐을 쌌고, 연간 7000억~8500억원의 명예퇴직급여가 나갔다.

저금리, 저성장 기조 장기화로 수익성이 악화한 은행들이 명예퇴직급여분으로 지출이 큰 판관비를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손을 댄 건 직원 복지비용이다.

5대 시중은행이 한 해 동안 지출한 복리후생비는 지난 2017년 7001억원에서 지난해 3700억원으로 3년 새 반 토막이 났다. 복리후생비란 직원의 업무능률을 키우고 복리를 증진하기 위해 법인이 부담하는 시설관리비, 의료비, 교육비 등을 말한다.

지난 2019년과 지난해 복리후생비를 비교했을 때 가장 감소폭이 큰 곳은 KB국민은행이다. 이 기간 국민은행의 전체 판관비는 4.5% 늘었는데, 복지후생비용은 40%가 줄었다. 이어 우리은행이 37% 감소했고 뒤로는 하나은행 17%, 신한은행 6%, 농협은행 5% 순이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마다 복리후생비의 구성 항목이 다른 데다 일부 항목의 연봉 편입 여부도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복리후생비 제공 금액은 매년 약간의 조정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 증감은 직원의 비용 신청 건수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특히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임직원 오프라인 복리후생 활동이 중단되면서 생긴 비용 절감 효과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로비 등 대면 활동 역시 줄었지만, 접대비 비중은 큰 변화가 없었다. 접대비로 잡히는 항목은 회사 업무나 영업과 관련해 거래처와 접촉할 때 쓰는 금액이다. 보통 각종 식사나 술자리, 골프, 명절 선물 등이 이에 속한다. 일종의 로비자금인 셈이다.

5대 시중은행의 한 해 지출 접대비는 지난 2017년에서 2019년 동안 1180~1200억원대를 유지하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지난해에는 1056억원을 기록,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또 은행들은 판관비 다이어트 와중에도 광고선전비를 아끼지 않았다. 방탄소년단(BTS)부터 배우 조승우와 김수현, 축구선수 손흥민 등 광고 모델 기용에 높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대 시중은행의 광고선전비는 지난 2017년 4324억원에서 2018년 4756억원, 2019년 5281억원, 2020년 5269억원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또 다른 은행권 한 관계자는 “오픈뱅킹 도입 등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은행들이 상품 판매 촉진을 위한 광고비, 제휴사 접대비를 투자라고 생각, 지출에 있어 인색해 하지 않는다”며 “다만 판관비 절감을 명목으로 직원의 복지만을 뒷전으로 생각하면 장기적으로 회사 내 인재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진 차원의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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