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도덕적해이 가능성 언급에
손보사들 일괄 인수기준 강화나서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운전자보험 내 ‘교통사고피해자부상치료비(피부치)’ 특약이 실손의료보험처럼 집중감독을 받게 됐다.

여러 개를 가입해 작은 사고에도 거액의 보험금을 타낼 수 있는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무분별한 가입을 막기 위한 조치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전날부터 운전자보험 내 피부치 특약 가입 시 타사의 가입실적이 1건(부상급수 1~3급 제외)이라도 있다면 가입을 받아주지 않는다.

메리츠화재도 오늘부터 같은 내용으로 피부치 담보의 가입을 제한하기로 했다. 피부치 담보를 판매하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대형 손해보험사 모두 4월 말서 5월 초까지 동일한 내용의 인수기준 강화를 예고하고 있다.

손보사들이 일괄적으로 피부치 특약에 대한 인수기준 강화에 나선 건 금융감독원이 도덕적해이 가능성을 언급해서다. 

피부치 특약은 12대 중과실로 인한 자동차사고 시 본인의 부상 치료비를 보장한다. 부상정도를 판단하는 상해등급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지만, 기본적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정해진 보험금을 지급하는 정액담보다. 

손보사들은 이러한 점을 활용해 피부치 특약의 가입금액을 최대 1000만원까지 경쟁적으로 늘려왔다. 이에 피부치 특약을 중복 가입해 가벼운 사고에도 거액의 보험금을 타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 최근 가입자 특성을 분석해보면 택시기사의 비중이 상당수라는 후문이다.

신용정보원은 피부치 특약도 실손보험, 운전자보험 내 법률지원 특약, 유사암진단비, 표적항암치료비 등과 같이 타 보험사에서 가입한 내역을 보험사마다 볼 수 있도록 집중코드에 등록했다. 

실손보험과 법률지원 특약이 집중코드에 등록된 건 중복가입을 막기 위한 차원이다. 여러 개 가입하더라도 실제 발생한 손해를 나눠서 지급하는 보험이라 2개 이상 가입의 효용이 크지 않다.

반면 피부치 특약을 포함해 최근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유사암진단비, 표적항암치료비 등은 정액담보다. 업계는 보험사들의 특정 담보에 대한 과열경쟁이 심해질수록 정액담보의 집중코드 등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특정 직업군에 가입이 몰렸다는 건 그만큼 도덕적해이의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걸 방증한다”라며 “자동차보험을 판매할 땐 경미사고로 인한 손해율을 걱정하면서, 운전자보험으로는 경미사고를 조장하는 담보를 경쟁적으로 판매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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