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금리 반등으로 채권 평가손실 발생
한화·교보 등 대형사 RBC 하락도 불가피

<대한금융신문=유정화 기자> NH농협생명과 DGB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이 급락했다. 지난해 저금리 기조가 심화할 것으로 판단해 채권 재분류를 단행했으나 이후 국채 장기금리가 반등하면서 되레 역풍을 맞은 모습이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농협생명의 RBC비율은 233.4%로 지난해 말(287.8%) 대비 54.4%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DGB생명은 227.6%에서 212.8%로 14.8%포인트 악화했다. 

RBC비율이 하락한 데는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손실 영향이 컸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금리상승으로 채권평가이익이 줄면서 RBC비율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DGB생명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보유자산의 평가손실이 발생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두 보험사는 지난해 보유채권을 만기보유증권에서 매도가능증권으로 변경했다. 보험사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의 대부분을 채권에 투자하는데 보유 채권을 회계상 만기보유증권과 매도가능증권으로 구분해 인식한다.

매도가능증권은 각 분기마다 시장가치를 따져 평가이익이나 손실이 장부에 반영된다. 금리 하락기엔 평가이익이 발생해 추가적인 자본 확충 없이도 RBC비율이 상승하게 된다. 반대로 금리 상승기엔 평가손실이 발생해 RBC비율이 떨어진다.

DGB생명은 지난해 5월 4조원 규모의 채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회계 처리하면서 187.5% 수준이었던 RBC비율을 325.3%까지 끌어올렸다. 농협생명은 채권 재분류에 더해 유상증자 효과로 지난해 3분기 말 대폭 개선된 314.95%를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121.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하지만 시장금리의 방향성이 바뀌면서 이들 보험사들의 RBC비율이 하락하는 모습이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9월 말 1.43%에서 12월 말 1.71%로 0.28%포인트 상승했다. 올 들어서도 금리가 상승해 3월 말 2.06%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달 말에는 2.25%까지 올랐다.

업계는 지난 1분기 말 상당수의 보험사들의 RBC비율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있다.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다수의 보험사들이 저금리 기조에 따라 계정 재분류 등의 방법으로 매도가능증권 비증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실제 보험사 RBC비율은 지난해 6월(276.4%), 9월(283.9%)로 2분기 연속 상승하다 지난해 12월 말 전분기 대비 8.8%포인트 하락했다.

보험업계 한 리스크관리 전문가는 "채권 재분류가 RBC비율을 관리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지만 자본 변동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며 "금리 방향성을 예단하기도 쉽지 않고 채권재분류를 할 경우 3년간 변경이 힘들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채권 재분류에 신중한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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