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생활돋보기 3]
번거롭고 제한적인 이용법에 고객들 외면
더 편한 앱 인증에 밀리며 효용 가치 ‘뚝’

본인 확인용 손바닥 정맥 스캐너가 탑재된 ATM.
본인 확인용 손바닥 정맥 스캐너가 탑재된 ATM.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카드, 통장 없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현금을 뽑고 신분증을 챙기지 않아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손바닥 정맥 정보로 신분을 확인하는 ‘바이오 본인인증’을 활용하면 되는데, 서비스가 도입된 지 2년여가 지났음에도 기대보다 뒤떨어지는 효용 가치에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 2019년 신분증, 통장 등을 통한 본인 확인 후 예금 지급을 원칙으로 하는 은행업 감독규정에 바이오인증도 본인 확인 수단으로 허용하는 당국의 유권해석을 계기로 바이오 본인인증 서비스를 정식 출시하기 시작했다.

당시 당국과 은행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혁신적인 기술이라며 자찬했지만, 이용률은 화답하지 않고 있다. 서비스 제공 범위와 이용 편의성 측면에서 고객 만족도를 채우지 못했다는 평이다.

현재 신한은행에서 운영하는 바이오 본인인증 서비스 탑재 자동화기기는 디지털 키오스크(무인 단말기) 38대가 전부다.

하나은행의 경우 3745대 ATM 중 1167대(31%), 농협은행은 5687대 ATM 중 1134대(19%), 우리은행은 4487대 ATM 중 530대(11%)에서 바이오 본인인증 서비스를 제공한다.

은행들은 바이오 본인인증 가능 기기를 차례로 늘려나갈 방침이었으나, 이마저도 ‘ATM 간편 앱 출금’ 서비스가 등장한 후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

ATM 간편 앱 출금은 평소 이용하는 모바일뱅킹 앱에 로그인해 일회용 인증번호를 받으면 돈을 뽑을 수 있는 서비스다. 창구를 방문해 정맥 정보를 등록해둬야 하는 바이오 본인인증과 달리 사전 작업이 필요 없는 데다 모든 ATM에서 이용할 수 있다.

바이오 본인인증 서비스는 창구 이용에도 제약이 많다. 일단 전 지점 창구에서 바이오 본인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은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3곳뿐이다.

또 이용 가능한 업무가 수신상품 출금 및 해약(기업은행의 경우 수신상품 가입까지 가능)으로 제한돼있어 효용성이 떨어진다.

특히 IBK기업은행은 금융실명법 특례를 적용한 ‘IBK디지털 본인인증’ 서비스도 시행 중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아도 모바일뱅킹 앱에 등록돼있는 신분증 이미지를 활용해 본인 확인을 하고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신한은행 역시 올해 9월 창구에서 모바일뱅킹 앱 로그인으로 본인 확인을 대신하는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굳이 신분증이 없는 상황을 대비해 바이오 정보를 등록해두지 않아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모든 은행 업무를 정상적으로 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3~4년 전만해도 ‘바이오’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면서 은행들이 앞다퉈 관련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실용성이 부족했던 탓인지 고객 이용률이 높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바일뱅킹 앱 기능 향상으로 바이오 본인인증은 신분증과 함께 스마트폰까지 없는 상황에서만 그 효용성이 유효한 서비스로 퇴화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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