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지주, 인터넷은행 설립 의지 공식화
은행들, 모바일뱅킹 뒷전 될까 전전긍긍
지주 눈치 보느라 의견서엔 ‘설립 찬성’

카카오뱅크 서비스 제공 화면.(사진=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서비스 제공 화면.(사진=카카오뱅크)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인터넷은행 자회사 설립을 바라는 금융지주 모습에 은행들이 복잡한 속내를 비치고 있다. 기성 인터넷은행에 대항하기 위해 몇 년간 공들여온 모바일뱅킹 사업이 계열사와의 내홍에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BNK·JB 등 6개 금융지주사는 최근 은행연합회를 통해 인터넷은행 설립을 원한다는 의향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의향서에는 수요조사 내용을 비롯해 해외 사례와 기대 효과, 당위성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지주사들이 인터넷은행 설립에 관심을 두는 건 빅테크 업체 주도의 인터넷은행이 기존 금융권을 위협하며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걸 경계하기 위해서다. 기존 은행 조직만으론 빠르게 확산하는 비대면 금융거래 흐름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의향서를 전달받은 금융위는 오는 7월 은행 산업·인가 정책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보는 은행업 경쟁도 평가 과정에서 금융지주사의 인터넷은행 설립 관련 내용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지주들은 금융당국이 신규 인터넷은행 설립을 통한 중금리 시장 경쟁 촉발을 위해서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길 내심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의 당초 도입 취지인 중금리대출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앞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인가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이들 은행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반면 인터넷은행을 형제 회사로 맞이할 수도 있게 된 은행들은 애써 난감한 표정을 감추는 모습이다. 

인터넷은행은 영위하는 사업 범위가 겹치는 만큼 여러 이해관계 문제로 부닥칠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다. 이제껏 은행들은 비대면 활성화 시대 흐름에 발맞춰 모바일뱅킹 고도화를 진행해왔다. 또 업무 전반의 디지털전환(DT) 작업에 사활을 걸고 비용과 인력을 들였다. 

이에 주요 은행 전략담당 부서장들이 모였던 금융지주 산하 인터넷은행 설립 추진 회의 테이블에선 은행이 인터넷은행을 자회사로 두고, 직접 운영하는 방법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지주 측은 해당 의견을 금융지주회사법 위배를 이유로 반려했다. 금융지주회사법 제19조에 따르면 금융지주 소속인 은행은 다른 은행(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가질 수 없다.

예외조항에 따라 은행이 인터넷은행을 자회사로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었지만, 법령 개정 등 과정이 복잡할 수 있단 지주 측 판단에 구체적인 논의로 이어지지 못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 지주의 인터넷은행 설립은 달가운 일이 아니다”라며 “의향서 회의에는 은행별 전략담당 부서장들이 참석했었는데, 썩 내키지 않았음에도 무조건적인 추진을 원하는 지주 눈치에 찬성 방향의 의견을 내놨다는 후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금융지주가 인터넷은행을 설립하면 기존 은행의 모바일뱅킹은 설 자리를 잃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산하 인터넷은행이 중금리대출만 취급할 것도 아니고, 기존 모바일뱅킹과 업무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지난 2015년 인터넷은행 최초 추진 당시 금융지주가 대주주로 참여하는 인터넷은행은 배제하는 걸 원칙으로 했던 이유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급성장에 대한 위기감은 공감하나, 지주 주도의 인터넷은행 설립은 그동안 기존 은행들이 추구해 온 모바일뱅킹 강화 방향에 대한 본질을 흐린다. 전 업무 영역의 DT를 위해 지속 투입하고 있는 디지털 전문인력에 대한 구조조정 문제도 부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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