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상화폐 관리 주무부처로 금융위 지정
실체 없는 코인…‘어떻게 관리하나’ 볼멘소리

(사진=금융위원회)
(사진=금융위원회)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금융위원회가 가상화폐 거래 시장 관리·감독 주무 부처로 지정된 가운데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가치 정립이 되지 않은 가상화폐가 화폐를 참칭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감독관청이 된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가상화폐사업자의 관리·감독 및 제도개선을 위한 전담 부서 신설과 인원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정부로부터 해당 업무를 부여받은 데 따른 조치다.

가상화폐 시장은 그동안 각종 이슈가 발생했을 때마다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10개 부처가 합동으로 대응해왔다.

자금세탁 방지, 세금,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 개인정보보호, 거래소 관리 등 여러 업무가 중첩된 가상화폐를 두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등 관련 부처들이 주도적인 관리·감독 역할을 서로 떠넘기는 ‘핑퐁게임’을 지속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가상화폐 시장을 더는 내버려 둘 수 없다고 판단, 거래소에 대한 관리·감독 및 제도개선은 금융위에 맡기고 블록체인 기술발전과 산업육성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도록 명시했다. 지난 2017년 가상화폐 관련 첫 대책을 내놓은 후 4년 만이다.

이 같은 정부의 결정에 금융위 직원들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다. 화폐, 통화나 금융투자상품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가상화폐를 금융당국이 나서 보호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임의로 화폐라는 명칭이 붙었을 뿐, 금융상품으로서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물리적 근거가 없고 개인 간 거래 대상물에 불과하다”며 “한국은행은 가상화폐를 일종의 디지털 형태 상품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감독을 맡는다는 건 가상화폐와 마찬가지로 개개인이 판단하는 시세를 기준으로 거래 시장이 형성된 골프장 회원권, 게임 아이템 등도 감독하게 될 수 있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정부의 가상화폐 관리·감독 주문에 장기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금융위가 임무를 수용한 배경을 두고,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여론을 의식한 결정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은 위원장은 지난 4월 22일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가상화폐 투기는 잘못된 길이다. 어른들이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얘기해줘야 한다”며 반(反)가상화폐론을 펼쳐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은 위원장의 발언 직후 개당 7000만원선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하루 만에 6000만원 아래로 떨어졌고, 이에 분노한 20·30대 수만명이 은 위원장의 사임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에 동의하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 위원장은 사임 촉구 청와대 청원이 올라온 직후부터 가상화폐에 대해 톤다운된 입장을 내비치기 시작했다”며 “행사장에서 가상화폐 말만 나와도 손사래를 쳤던 분인데 최근에는 가상화폐 관련 회의를 직접 소집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금융위가 관리, 감독 의무까지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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