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 출몰에 ‘잘하는 것 더 잘하자’
재무·담보 이상의 데이터 확보 주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높은 연체율에 대한 우려로 금융사들이 외면했던 ‘서민금융’ 시장이 신용평가시스템(CSS) 발달과 함께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새로운 이자수익 창출이 시급한 은행들 역시 타 업권보다 경쟁력을 갖춘 기업금융 부문에서 중신용자 고객 잡기에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최근 자영업자 대출 상품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CSS 고도화 작업에 한창이다.

신한은행은 개인사업자 전용 비대면 CSS를 새로 구축하고 있다. 기존 금융 정보에 비금융 정보를 더하고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 대출 대상자를 넓히는 방식이다.

또 올해 하반기 선보일 음식 주문·배달 플랫폼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매출 통계자료를 반영한 신용평가 모형도 개발할 방침이다.

국민은행도 지난해 3월 내놓은 빅데이터 기반 기업여신심사 지원 시스템(Bics)의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나은행 역시 기존 방식에 머신러닝 기법을 결합한 새로운 CSS 도입을 앞두고 있으며 우리은행의 경우 올 하반기 기업이 원하는 적시에 기술금융을 지원하는 기술신용평가(TCB) 자동화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은행들이 이처럼 CSS 개발에 집중하는 건 그동안 금융 이력이 부족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한 중금리대출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정책자금 공급 영향으로 최근 은행권의 중금리대출 증가세가 확대됐지만, 자영업자 대상으론 담보·보증 위주 대출 관행을 지속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내기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또 인터넷은행,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금융) 등 비금융 데이터를 무기로 한 신규 경쟁자들이 중금리대출 시장에 대거 출몰한 상황에서 직장인, 주부, 학생 대상의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으론 두드러진 성과를 내기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 이들이 진입하기 힘든 기업금융 부문에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빅테크사들이 기업금융 시장에도 거침 없이 발을 들이기 시작한 점은 변수다. 지난해 말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캐피탈과 손잡고 내놓은 ‘스마트스토어 사업자대출’은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대출 약정액 500억원을 돌파했다.

차주의 약 42%는 매출이 상대적으로 낮은 간이사업자였고, 40%는 업력 1년 6개월 미만으로 나타났다. 은행이었다면 대출 신청을 넣기조차 어려웠던 이들을 대상으로 중금리대출을 시장을 잠식해나가기 시작한 거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비금융 정보를 베이스로 한 인터넷은행, P2P사 등 신규 경쟁자들이 중·저신용 고객 대상 ‘서민금융’ 시장에서 얼마나 파괴력을 보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고자 은행들도 가장 자신 있는 기업금융 부분에서 영향력을 키우기위해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이력으로 연체율이 다소 높았던 자영업자 고객을 대상으로 그동안 재무, 담보 위주의 대출 심사평가를 진행해왔지만, 이젠 사업장별 매출 정보를 최대한 수집,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고객군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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