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투자처 찾는 자금, 입출금통장에 차곡차곡
단기 부동화 현상 지속…“예대율 관리부담 줄어”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초저금리 장기화에도 은행이 벌어들이는 이자 이익이 꾸준히 늘고 있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새 투자처를 찾아 고객들이 깬 정기예금, 적금이 저원가성 예금으로 대거 전환 되면서 이자 지급비용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54조618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491조4664억원에서 지난해 말 615조5798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요구불예금은 입출금통장 등 예금주가 지급을 원하면 언제든지 조건 없이 지급하는 예금으로, 현금과 유사한 유동성에 이자율이 가장 낮은 은행의 ‘효자’ 상품이다.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 증가는 지난해부터 거세게 불고 있는 투자 열풍과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공모주 청약, 가상화폐 등에 투자하기에 앞서 최적의 타이밍이 올 때까지 요구불예금에 넣어놓고 대기하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것.

여기에는 저축보단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보려는 고객들이 해지한 정기예금, 적금 자금도 대거 유입됐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은행 입장에서 수지타산을 따지면 반가운 현상이다. 예수금이 조달금리가 낮은 상품으로 전환될수록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늘어난다.

은행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의 올해 1분기 이자순수익은 6조478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7269억원)보다 5.6% 늘었다. 해당 기간 이자수익이 9조7770억원에서 8조4896억원으로 줄었음에도 이자비용이 4조501억원에서 2조4418억원으로 급감한 덕이 컸다.

은행들은 요구불예금에 대한 자금 쏠림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

올해 하반기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뱅크 등 최대 100조원 규모의 공룡급 기업공개(IPO)가 줄줄이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요구불예금에 개인투자자들의 공모주 청약 대기 자금과 이후 환급된 증거금이 쌓이길 노리고 있다.

또 최근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는 가상화폐·주식시장에 섣불리 투자하지 못하고 요구불예금 등에 머무는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최근 특판 이벤트를 줄이고 일부 정기예·적금 상품에 대한 기준금리 및 우대금리를 하나, 둘 낮추는 분위기다. 요구불예금이 많은 상황에서 굳이 높은 이자를 제공하며 예·적금을 늘릴 필요가 없어져서다.

개인 고객뿐만 아니라 기업영업에서도 본사 자금부 차원에서 예금 한도를 기업 규모별로 100억~500억원으로 제한하는 동시에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가이드라인을 각 영업지점에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예수금에 대한 이자 비용 감소로 이자순익이 덩달아 늘고 있다”며 “요구불예금의 꾸준한 유입으로 예대율 관리를 위한 고금리 특판상품 판매, 대기업 정기예금 유치 비용 부담도 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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