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생활돋보기 5]
완벽한 보안 ‘우리’
편의성 챙긴 ‘농협’
비밀 대출엔 ‘국민’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팍팍한 일상 속 오아시스, 한 푼 두 푼 모은 비상금을 숨겨둘 최적의 장소는 어딜까. 완벽한 비밀 금고를 찾는 이들 사이에서 ‘스텔스 통장’이 소리 없는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통장은 일반적인 방식으론 조회되지 않고 예금주가 은행 창구를 직접 방문해야만 거래할 수 있도록 개인 보안 강도를 높인 비밀 계좌 서비스다. 적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아 존재를 숨길 수 있는 최첨단 전투기 ‘스텔스’가 별칭의 근원이다.

스텔스 통장은 은행마다 제각기 다른 서비스명으로 제공되고 있다. 기본 운영체계는 같으나, 세부 내용엔 조금씩 차이가 있어 주거래은행을 고집하기보단 본인의 상황에 맞춰 비밀 계좌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은행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하나은행은 ‘세이프 어카운트(전자금융금지계좌)’, 신한은행은 ‘계좌 감추기’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지원한다. 영업점 창구를 직접 방문해 신청하거나 인터넷뱅킹을 통해 서비스를 가입하고 해지할 수 있다.

스텔스 통장은 본인이 직접 은행을 찾지 않으면 조회조차 할 수 없는 게 특징이지만, 신한은행의 경우 ‘계좌 감추기’ 설정을 한 계좌도 홈페이지의 ‘간편 서비스’에선 조회할 수 있다.

비상금을 입금할 스텔스 통장 계좌번호를 잊었을 때, 단순히 번호 조회를 위해 창구까지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우리은행에선 ‘시크릿뱅킹’으로 부르며 이용 절차가 가장 까다롭다.

먼저 기업통장을 제외한 일반 통장에 시크릿뱅킹을 등록, 해지하려면 무조건 창구를 이용해야 한다. 홈페이지에선 개인 고객의 시크릿뱅킹 서비스 이용 가능 여부에 대해 안내도 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계좌를 튼 영업점에서만 거래할 수 있고, 계좌를 열어보는 것마저 지점장 승인이 필요하다.

농협은행에는 ‘나만의 계좌’ 서비스가 있다. 스텔스 통장으로 가장 유연성 있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나만의 계좌는 창구, 인터넷뱅킹와 함께 모바일뱅킹에서도 간편하게 신청과 해지가 가능하다. 

또 나만의 계좌로 등록하면 인터넷·모바일뱅킹의 일반 조회화면에서만 뜨지 않을 뿐, 선택란에 계좌번호를 직접 입력하면 조회는 물론, 이체거래까지 창구 방문없이 모바일로 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의 스텔스 통장 서비스 명칭은 ‘전자금융거래 제한계좌’다. 창구와 인터넷뱅킹을 통해 계좌를 등록할 수 있고, 해지는 창구에서만 가능하다.

국민은행은 무서류, 무방문 소액대출 대표 상품인 ‘KB리브 간편대출(최대한도 300만원)’에 스텔스 통장 기능을 탑재했다. 다른 은행에선 한도대출(마이너스 통장)을 제외한 대출계좌에는 계좌 숨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스텔스 통장은 보이스피싱 방지를 위해 도입됐는데, 최근에는 통장 비밀번호, 공인인증서까지 공유하는 배우자의 레이더망을 피해 비상금을 챙기는데 필요한 꿀팁으로 입소문이 더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의 은행 앱에서 모든 계좌를 조회할 수 있는 오픈뱅킹 서비스 시행 이후로 찾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며 “스텔스 통장으로 설정해둬도 연계된 체크카드 사용 시 결제 내역은 다 남는다. 매번 결제 문자 메시지를 지울 자신이 없다면 체크카드를 쓰지 말고 필요 시 현금으로 인출해 쓰는 편이 안전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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