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리수’ 드문 까닭, 식물도 대화하며 개인공간 확보하려 해
해남 대흥사 500년 느티나무 연리목 보면 ‘부부애’ 떠올라

전남 해남에 자리한 대흥사는 승지선원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사찰이다. 이 절의 대웅보전 담장 옆에는 500년된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뿌리가 연결된 두 그루의 나무는 오랜 세월 생리적으로 하나의 나무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다.
전남 해남에 자리한 대흥사는 승지선원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사찰이다. 이 절의 대웅보전 담장 옆에는 500년된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뿌리가 연결된 두 그루의 나무는 오랜 세월 생리적으로 하나의 나무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식물도 대화를 나눈다.

주변에 해로운 물질이 등장했거나 물이 부족하거나 그리고 초식동물 등으로부터 공격을 받거나 하면 위험을 주변에 전파하기 위해 화학물질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하나의 나무에서도 뿌리와 이파리는 긴밀하게 대화를 하면서 자신들의 성장 스토리를 써나간다고 한다.

특히 뿌리와 이파리의 대화는 나무의 생명과 직결된다.

이파리에선 광합성작용을 통해 나무의 생장에 필요한 양분을 생산하는데, 이 광합성 과정은 이파리의 기공을 여닫는 과정이 필연적으로 따라붙는다.

그런데 이 과정은 이파리 및 나무의 적정 수분의 유지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뿌리가 더 많은 수분을 찾으려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가려는 행위는 이파리와의 대화를 통해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식물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는 정착 생활을 선택한 이래 개체로서의 식물은 물론 종이 다른 식물 간에도 적극적으로 대화를 통해 생존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며 진화해 왔다.

이동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자연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체계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물, 특히 나무들에는 가지나 줄기가 서로 붙어 있거나, 아니면 뿌리가 서로 연결된 경우를 간혹 발견하게 된다.

이런 경우를 흔히 ‘연리목(連理木)’ 혹은 ‘연리수(連理樹)’라고 말한다. 두 그루의 나무가 서로 연결되었다는 뜻이다.

가까이에 있는 나무가 햇빛을 보기 위해 성장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가지가 부딪치거나 줄기가 서로 만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물론 종이 같은 경우(다른 경우는 더욱 적극적으로) 서로 대화를 하면서 가지의 방향과 이파리의 모양 등을 최대한 겹치지 않게 조정하지만, 간혹 서로 만나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줄기와 가지가 연결된 두 개의 나무는 연리지라고 부른다. 해남 대흥사의 느티나무처럼 뿌리가 연결된 나무는 연리근이라 한다. ‘연리’는 부부의 사랑을 의미해서 오래전부터 사랑나무로 불리기도 했다.
줄기와 가지가 연결된 두 개의 나무는 연리지라고 부른다. 해남 대흥사의 느티나무처럼 뿌리가 연결된 나무는 연리근이라 한다. ‘연리’는 부부의 사랑을 의미해서 오래전부터 사랑나무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데 그 상태가 오래 고착되면 나무가 서로 엉겨 붙게 되는데, 그러면서 생리적으로 하나의 환경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 순간 두 개의 나무는 하나의 공동운명체가 된다.

이렇게 한 몸처럼 연결되는 나무 중에 뿌리가 붙는 경우가 있다.

줄기나 가지가 연결되는 것보다 더 많이 발생하는데, 땅속에서 이뤄지다 보니 쉽게 발견할 수는 없다. 이렇게 뿌리가 붙는 경우를 ‘연리근(連理根)’이라고 한다.

이처럼 ‘연리’하는 나무를 우리는 길조로 생각했다. 이런 나무들이 부부간의 깊은 사랑을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수종이 다른 나무끼리 한 몸이 되는 예도 있지만, 대개는 같은 나무끼리 하나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를 빗댄 사자성어가 ‘비익연리(比翼連理)’다.

암컷 새는 왼쪽날개만, 그리고 수컷은 오른쪽 날개를 가져 두 마리가 서로 힘을 합쳐야만 하늘을 날 수 있는 새가 비익조라는 새다. 여기에 두 그루가 연결된 연리수를 합쳐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고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고 싶다”는 말로 부부간의 사랑을 말하는 경우가 있다.   

전남 해남 대흥사.

‘한국의 산지 승원’의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이 사찰에 연리근이 하나 있다.

대흥보전으로 가는 길, 울타리 밖에 수령 500년으로 추정되는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형태도 뚜렷하게 하나의 뿌리로 연결된 모습을 드러낸다.

어떤 사연으로 두 나무의 뿌리가 하나가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긴 세월 서로에게 신호를 주면서 외부에서의 도전을 막아내며 살아온 이 나무를 통해 우리는 부부애를 되새긴다.

같은 하늘 아래에서 더 많은 햇빛을 보기 위해 자라다, 하나의 나무로 생리적인 정보를 주고받는 연리목.

그런데 그 세월 동안 두 나무는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했을 듯하다. 나쁜 병원균에 감염되었다면, 그것도 나무에 치명적인 균들의 공격을 받았다면 두 그루 모두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무들도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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