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3천억 늘며 잔고 첫 8조 돌파

<대한금융신문=장하은 기자> 증권사의 발행어음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가 처음으로 8조원을 돌파했다. 미래에셋증권의 발행어음 시장 가세로 증권사간 투자자 유치 경쟁이 심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발행어음형 CMA 잔액은 8조1116억원으로 지난 5월 말(7조8204억원)보다 2912억원 증가했다. 

발행어음 CMA 잔고가 8조원을 넘어선 것은 증권사가 발행어음을 시작한 지난 2017년 이후  처음이다.

증권업계는 당초 주식과 펀드 등 직·간접투자 열풍에 단기금융상품인 발행어음 CMA 잔고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한 달 새 CMA 잔고는 3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어음으로 증권사들의 자금조달 수단 중 하나다. 

미래에셋 ‘완판’ 성사

발행어음 잔고가 예상과 달리 크게 증가한 것은 미래에셋증권 영향으로 분석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1일 3000억원 규모로 발행어음을 발행하자 하루 만에 물량이 대부분 소진되면서 ‘완판’을 성사시켰다. 개인 대상 금리는 만기 6개월 이상~1년 미만 1.05%, 12개월은 1.15%다. 법인 대상 금리는 만기 6개월 이상~1년 미만 1%, 12개월은 1.1%다.

발행어음 CMA 잔고 증가 규모는 다른 유형의 CMA보다 높았다. 지난 8일 기준 RP형 CMA 잔액은 35조2104억원으로 지난 5월 말 보다 2408억원 줄었다. MMF CMA는 3조2060억원으로 소폭(7억원) 늘어났다. 

증권사 CMA 종류는 RP형, MMF형, MMW형, 발행어음형으로 구분된다. 모두 최대 1년 동안만 돈을 묶어 들 수 있는 단기 금융 상품이지만 이자가 은행 예·적금보다 높은 편이다. 

발행어음은 일정 자격요건을 갖춘 후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발행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12일 금융위원로부터 발행어음사업을 최종 인가받았다. 지난 2017년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NH투자증권, KB증권에 이어 발행어음 사업에 뛰어든 네 번째 주자다. 

미래에셋증권의 자본금은 올해 1분기 기준 9조1313억원으로 자본금의 200%인 18조2000억원까지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투자자 유치경쟁 치열

증권사들은 발행어음 금리를 올리거나 관련 이벤트를 열며 투자자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4곳 증권사 중 금리 경쟁에 가장 먼저 뛰어든 곳은 KB증권이다. KB증권은 지난달 17일 KB able 원화발행어음의 금리를 인상했다. 만기별로 보면 9개월물이 기존 1.05%에서 1.10%로 0.05%포인트, 12개월물 1.15%에서 1.25%에서 0.1%포인트 올렸다. 

시장금리 상승분을 반영한 결과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지만 금리 경쟁의 영향도 일부 반영됐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우대 수익률(세전 연 3.0%, 500만원 한도)을 3개월간 한시적으로 제공하는 발행어음 CMA 특판 이벤트를 지난 8일 시작했다. NH농협은행의 앱을 통해 모바일증권 나무(NAMUH) 비대면 계좌를 개설한 최초 가입자 선착순 3만명이 이벤트 대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직·간접투자 열풍에도 미래에셋이 발행어음에 참여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좀 더 끌게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식시장 변동 폭이 낮을수록 투자자금이 단기금융상품으로 몰리는 특성상 증권사들의 투자자 유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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