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IR 활동 발목
‘ESG 평가등급’으로 보완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장기화로 국내 금융지주들의 해외 경쟁력 확대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해외 사업’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던 KB금융지주가 투자 유치에선 기대 이상의 행보로 업계 눈길을 끌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현재 KB금융지주의 주식 외인소진율(외국인이 보유할 수 있는 최대한도 주식 대비 실제 보유 비율)은 67.55%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2019년 7월 19일(67.51%)과 비슷한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지주가 66.94%에서 60.29%로 6.65%포인트 급락하고 우리금융지주(30.31%→25.78%)와 하나금융지주(69.24%→68.12%)가 각각 4.53%포인트, 1.2%포인트 하락한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금융지주들은 부진한 주가를 끌어올리고 인수합병(M&A) 등을 위한 새 자금조달 기반 확보를 위해 직접적인 해외 투자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지난 2019년에는 금융지주 회장들이 직접 나서 IR(기업설명회) 경쟁을 펼치는 빡빡한 일정의 해외로드쇼가 이슈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2년째 코로나19로 인한 국가 간 이동 제약으로 금융지주 수장들의 해외 활동에 제동이 걸렸고, 그간 열심히 끌어올렸던 주가 외인소진율 역시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같은 여건 속에서도 KB금융지주는 여전히 안정적인 해외 자금줄을 붙들고 있는 모습이다. 그동안 해외 사업이 약점으로 꼽혀왔던 터라 그 배경에 더욱 이목이 쏠린다. KB금융지주의 지난해 해외 부문 순이익 비중은 3.2%로 다른 지주들이 10% 내외인 것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

KB금융지주가 해외 ‘큰 손’들의 환심을 산 건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부상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지표 관리에 역량을 드러낸 덕이다.

특히 돋보인 건 ‘G(지배구조)’ 부문이다.

근 몇 년간 잇따라 발생한 채용비리,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인해 일부 금융지주들은 최고경영자(CEO) 법적 리스크 및 내부통제 미흡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최대 의결자문사인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국민연금 등은 신한·우리금융지주의 CEO와 경영진 연임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최근 글로벌 주요 정부 기관들은 해당 리스크가 큰 국내 금융지주 투자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반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키코, 옵티머스 자산운용 사태 등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KB금융지주는 튼실한 내부통제 체계를 입증하며 ‘리스크 무풍지대’라는 우호적 평가를 받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10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주최한 ‘2020년 KCGS 우수기업 시상식’에서 통합등급 및 ESG 모든 부문에서 A+ 등급을 획득했고, 같은해 11월에는 다우존스 지속가능 경영지수(DJSI) 최고 등급인 월드지수에 편입되며 ESG분야 국내 은행권 1위에 선정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이 대규모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가장 직접적이면서 효과적인 방법은 발로 뛰는 IR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외국인 지분(투자) 늘리기 전략도 정체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 투자기업들은 대신 투자처의 ESG 지표를 세밀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며 “다들 하는 사회공헌 확대, 탄소배출 제로화 정책 등은 차별화된 전략이 되지 못했고 지배구조, 특히 내부통제 면에서 역량을 내보인 KB금융지주가 좋은 평가를 끌어낸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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