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등장 전에 시장 선점” 상품 기능 재정비
우리銀, 100% 비대면 신호탄…경쟁력은 ‘글쎄’

(사진=게이티이미지뱅크)
(사진=게이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들이 비대면으로 실행 가능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장 신규 플레이어로 등장을 앞둔 카카오뱅크를 견제하려는 선제 대응 전략인데, 단순한 편의 확대 만으론 경쟁력에서 뒤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금리·한도 조회부터 서류 신청, 실행까지 전 과정 100% 모바일 비대면으로 구현되는 주담대를 올해 안에 선보일 계획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지난 20일 상장을 앞두고 진행한 ‘IPO(기업공개) 기자간담회’에서 “비대면 주담대 출시 계획에 (업계에선) 이를 위한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국내 아파트 매매거래 특성상 비대면으로 구현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데 전월세보증금 담보대출도 100% 모바일 구현에 이미 성공한 경험과 역량이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시장 출사표에 일반 은행들의 움직임이 덩달아 분주하다. 신상품을 선보일 때마다 이슈화되며 고객을 빠르게 흡수해나가는 카카오뱅크로부터 주담대 시장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선제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4월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상품인 ‘하나원큐 아파트론’을 출시했으며 같은 달 신한은행은 비대면 주담대 담보 범위를 아파트에서 빌라와 주거용 오피스텔까지 넓혔다.

다만 이들 은행 상품은 금리·한도 조회와 신청, 서류 작성까지만 ‘무(無)방문 무서류 프로세스’로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고, 근저당권 설정계약서나 행정정보 열람 동의서 작성을 위해서는 영업점 방문이 필요하다.

이어 우리은행이 지난 4일 은행권 최초로 담보물과 자금 용도에 상관없이 전 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는 주담대를 내놓으며 카카오뱅크와의 전면전 선전포고를 날렸다.

앞서 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100%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을 출시한 바 있으나, 이는 아파트에 대한 대환대출만 가능해 기존 주담대와 차이가 있었다.

‘우리WON주택대출’은 본인 명의 스마트폰으로 우리은행 앱에서 공동인증서로 본인인증을 한 뒤, 연 소득과 주택 시세 등을 입력하면 3분 안에 한도와 금리를 조회할 수 있다. 담보범위는 KB부동산시세로 확인되는 주택의 경우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에 상관없이 모두 가능하다.

소유권 이전 등기 처리 등 대면 확인을 해야 하는 불가피한 절차가 생기면 은행 측 법무 대리인이 부동산을 직접 찾아간다. 부부 공동명의인 경우에도 전자등기를 이용해 담보제공자가 영업점에 방문하는 번거로움 없이 이용할 수 있다.

금융권 일각에선 일반 은행들이 카카오뱅크를 의식해 앞다퉈 내놓은 비대면 주담대가 기존보다 편의성이 대폭 개선된 건 사실이나, 앞으로 고객의 선택을 유도하기엔 변별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출의 경쟁력은 결국 금리와 한도에서 판가름 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리WON주택대출’의 이달 2일 기준 최저 금리는 연 2.74%였다. 전달 중 취급된 우리은행의 주담대(분할상환방식, 만기 10년 이상) 평균 금리가 2.87%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비대면 상품임에도 금리 측면에서 큰 메리트를 느끼긴 어렵다.

‘하나원큐 아파트론’의 경우 현재 최저 금리(혼합금리 적용 시)는 3%대다. 하나은행이 전달 취급한 주담대 평균 금리는 2.96%로 집계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 소비자들이 대출액이 크고 최소 10년 이상 오래 짊어져야 할 주담대를 선택하는 기준은 접근성, 편의성보단 금리, 한도 등 조건에 쏠릴 수밖에 없다”며 “카카오뱅크 주담대 출시 소식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더 편해진 주담대’ 보다 ‘금리·한도 선택지가 늘었다’에 대한 기대가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출시 후 공격적 영업은 이미 예견돼있다. 주력 상품인 신용대출 성장세가 규제 강화, 중금리대출 비중 확대 과제 등으로 둔화하고 있는 만큼,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파격적인 금리 혜택으로 부동산 대출을 늘려 이익 증가를 도모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주담대는 일반 대출 상품과 달리 절차 간소화로 비용을 아껴 금리 혜택을 늘리기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0% 비대면 상품으로 고객은 영업점에 방문할 일 없게 만들 수 있을지언정, 소유권 이전 등 사람이 직접 움직여야 하는 과정엔 대리인을 투입하는 등 인력 비용이 드는 건 마찬가지기 때문”이라며 “전자등기 활용 등 시스템 유지, 관리 비용도 더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도 이 같은 상황은 마찬가지”라며 “오랜 기간 주담대 취급해 온 일반 은행들보다 노하우도 부족한 만큼 고객을 많이 끌어모으겠다는 이유로 시장 진입 초기 단계부터 파격적인 금리조건을 제시하진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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