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ROA 0.7%…글로벌 수준 한참 못 미쳐
포용금융 ‘서민상품’ 제외하면 예대마진 폭↓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국내 5대 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어닝 서프라이즈 소식에 은행들이 눈칫밥을 먹고 있다. 호실적에 뒤따라붙는 ‘이자 장사’ 비판 때문이다.

은행들은 대출 총량 증가 등의 개연성이 배제된 채, 이자이익 상승 일면으로만 판단되는 세간의 평가에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KB금융은 2조4743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농협금융이 각각 1조7532억원, 1조4197억원, 1조2819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신한금융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오는 27일 발표되며 증권가에선 2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융지주들의 이번 역대급 실적은 은행의 이자 이익 증가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신한금융을 제외한 KB·하나·우리·농협금융의 상반기 순이자이익은 총 16조1430억원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이 지난 1분기 수준의 실적을 유지만해도 5대 금융지주 전체의 상반기 순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20조원을 넘게 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은행이 손쉬운 이자 장사에만 몰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쏟아낸다. 금리 인상기로 접어든 현시점에서 예금금리는 제자리걸음을 유지하고 대출금리만 급격히 올리는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영업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5대 은행의 총자산만 2000조원에 가까운 상황에서 단순히 금융지주가 20조원대의 이자이익을 벌어들였다고 해서 이자 장사만 주력했다 치부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박한다.

주요 은행의 총자산은 KB국민은행 422조, 신한은행 396조, 우리은행 379조, 하나은행 358조, 농협은행 357조 순이다. 이 중에서 대출자산만으로 책정된 돈은 은행별 200조원대가 넘어간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대출자산 덩치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자이익이 증가세를 나타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며 “오히려 그룹 총자산이익률(ROA)로만 따지면 0.7~0.8% 수준인데 글로벌은행과 견줘 많은 이익을 거뒀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들은 국내 영업도 하지만, 달러를 해외차입의 형태로 빌려야 해서 일정 수준의 ROA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외국인 주주 입장도 고려해야 하고, 이익 성장세를 보여야 높은 신용등급을 받고 저리로 달러를 차입, 금융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은행의 이자 장사 지표가 되는 예대마진(대출 이자율-예금 이자율) 계산 시 포용금융 지원 차원에서 연체 리스크를 감내하고 매년 늘리고 있는 서민금융 공급액을 별도 방식으로 반영하는 게 적합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일반신용대출 금리를 공시한 16개 은행(KDB산업은행 및 서민금융을 취급않는 케이뱅크 제외) 가운데 15개 은행에서 평균금리보다 ‘서민금융제외 평균금리’가 더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서민금융제외 평균금리는 금융위원회가 인정하는 중금리 대출과 새희망홀씨 대출 등 서민정책금융상품을 제외한 일반신용대출의 금리 현황을 뜻한다.

해당 공시를 살펴보면 지난 6월말 기준 16개 은행의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는 4.07%였지만 서민금융을 제외한 평균금리는 3.82%로 평균적으로 약 0.25%포인트 떨어졌다.

이중 서민금융 공급액이 높은 5대 은행의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는 3.2%로 서민금융 제외 평균금리(2.8%)보다 0.4%포인트까지 차이났다.

지난해 은행권의 새희망홀씨, 햇살론 등 서민금융 지원 규모는 5조4215억원을 기록, 전년(4조3005억원) 보다 26% 증가했다.

또 다른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일반신용대출 취급액 중 서민금융상품 비중은 10% 초중반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평균 대출금리에 영향이 갈 수밖에 없는 수준”이라며 “서민금융까지 은행의 이자 장사 수완으로 보는 건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