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판 점입가경…6월 한달만 60만건 판매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손해보험사들은 올 상반기에만 약 170만명에 달하는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들을 3세대 실손으로 물갈이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의 자제령도 소용없었다. 절판마케팅이 극에 달했던 지난달에는 일부 손보사들이 역대급 장기보장성 인(人)보험 신규 판매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상위 6개 손해보험사(삼성·현대·DB·KB·메리츠·한화)가 올 상반기동안 신규 판매한 3세대 실손보험은 167만1850건에 달한다. 

4세대 실손보험의 판매가 시작된 건 이달 1일부터다. 대규모 절판마케팅이 벌어진 정황이다.

특히 4세대 실손이 출시되기 전인 지난달에만 이들 6개사에서 60만2840건의 실손보험이 판매됐다. 올해 판매된 3세대 실손보험 10건 중 4건(36.1%)이 지난달에 몰린 것이다. 이는 지난해 전체 손보사의 실손 판매건수(59만건)를 웃돈다.

6월 동안 가장 많은 실손보험을 판매한 곳은 현대해상으로 14만3520건을 팔아치웠다. 뒤이어 DB손해보험 13만7740건, 삼성화재 11만6970건, KB손해보험 9만4870건, 메리츠화재 8만2720건, 한화손해보험 2만7020건 순이다.

‘실손 절판’ 신규 영업위한 도구

실손보험은 지난 2009년 10월까지 판매된 1세대 구(舊) 실손보험과 2017년 4월까지 판매된 2세대 표준화실손보험, 2021년 6월까지 판매된 3세대 착한 실손보험, 현재 판매 중인 4세대 실손보험 등 4가지가 있다.

대부분 보험사들은 구실손과 표준화실손의 보험료가 크게 올랐다며, 저렴한 보험료를 미끼로 3세대 실손을 갈아탈 것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4세대 실손이 3세대 실손 대비 보장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게 절판마케팅의 주된 이유였다. 

실상은 구실손과 표준화실손의 치솟는 손해율을 감당하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손보사의 구실손과 표준화실손 합산비율(손해율+사업비율)은 각각 136.6%, 125.9%로 매해 100%를 웃돌고 있다. 합산비율이 100%를 넘는다는 건 손실을 본다는 의미다. 

특히 자기부담금이 없고, 과잉진료에 따른 보험금 누수가 많은 구실손을 많이 보유한 보험사일수록 3세대 실손 판매에 열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 입장에선 손해가 높은 상품을 전환시키는 한편, 신규 영업을 위한 도구로도 절판마케팅이 활용됐다. ‘실손 리모델링’을 활용해 경쟁적으로 끼워 팔기에 나선 것이다.

실제 손보사의 6월 장기인보험 매출은 실손 절판마케팅과 비례해서 증가했다. 실손 판매량이 가장 많았던 현대해상의 경우 장기인보험 신계약 초회보험료는 165억원으로 상위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뒤이어 DB손보 145억원, 삼성화재 139억원, 메리츠화재 128억원 등이다.

절판 자제령도 아랑곳…끝나니 문턱 높여

앞서 지난 5월 말 금융감독원은 손보사들의 3세대 실손 판매가 점입가경에 이르자 절판 마케팅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대표적인 이유는 과도한 절판 마케팅 과정에서 실손 외에 필요 없는 보험 상품을 끼워 팔거나 승환계약을 유발하는 등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또 ‘4세대 실손이 3세대 실손보다 좋지 않다’고 소개하는 과정이 금융소비자보호법 내 부당권유행위 금지에 해당할 수 있다는 엄포도 놨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도한 절판마케팅 과정에서 승환계약 등 불법적이고, 소비자보호에 역행하는 판매가 발생할 수 있어 유의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이라며 “실손 판매량이 높은 보험사의 경우 추후 검사 시 모니터링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절판 마케팅이 끝나자 4세대 실손보험의 가입 문턱을 높이고 있다. 경미한 진료경력이나 보험금 수령금액을 기준으로 계약 인수를 거절하는 행위 등이다. 

일례로 삼성생명은 모든 보험사로부터 받은 보험금 수령액 100만원이 넘으면 실손보험 가입이 불가하다는 조건을 달았다. 삼성화재는 최근 2년간 진단, 수술, 입원 등을 명목으로 받은 보험금이 모든 보험사를 합쳐 50만원을 초과하면 이달부터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없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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