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까지 3조 발행…전년 발행량 상회
금감원 감독 바깥…편법 발행 가능해

<대한금융신문=박진혁 기자> 카드사들의 장기CP(장기 기업어음) 발행이 금융당국의 감독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카드사들이 조달을 남용할 경우 레버리지배율 상승과 함께 상환능력 초과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카드사들이 발행한 장기CP의 총액은 3조1500억원으로 벌써 지난해 발행량(3조100억원)을 웃돌았다.

카드사별로는 삼성카드가 올해 1조2000억원의 장기CP를 발행해 가장 높았다. 이어 신한 7000억원, 국민 4000억원, 현대 3500억원, 우리 3000억원, 롯데 2000억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CP는 기업어음으로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때 사용하는 단기적인 수단이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자본시장법에 의해 CP의 ‘1년 이내’ 조항이 사라지면서 1년물 이상의 장기CP가 생겼다. 사실상 장기물이지만 단기물로 취급되는 돌연변이인 셈이다.

지난 4월 금융당국은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의 자금조달 방식이 회사채에 집중된 것을 지적하며 유동성 관리를 위해 조달방식 다각화를 요구했다. 이에 카드사들이 잇따라 장기CP를 발행하는 모습이다.

카드사들이 회사채의 대안으로 장기CP를 선택한 건 조달금리가 낮고 발행 절차가 간편해서다.

지난 20일 우리카드의 장기CP 3년물 조달금리는 1.723%로 전일 민간채권평가회사에서 평가한 우리카드의 회사채 3년물 금리(1.819%)보다 낮았다. 또 장기CP는 회사채와 같은 성격이지만 단기조달 수단이라는 형태 때문에 수요예측 등 공모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장기CP가 금융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인 상품이라는 것이다.

일괄신고제는 채권 발행이 잦은 기업이 수요예측 등 과정을 생략하고 신속하게 자금조달에 나설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한 제도다. 여전사가 금융당국에게 향후 일정 기간 내에 조달할 금액과 계획을 밝히면, 금융당국도 신고한 한도 내에서는 발행 편의성을 인정해 주는 일종의 혜택인 셈이다.

하지만 장기CP는 일괄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다. 신고한 금액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인 것이다. 조달을 남용하게 되면 레버리지배율이 상승할 우려가 있다.

또 신용등급 하락이 예상되는 카드사가 일괄신고한 금액 이외의 장기CP를 발행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편법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문제다. 이 경우 투자자들이 신용위험을 가늠하기 어렵다. 그간 장기CP가 조달 혜택은 누리면서 일괄신고제를 무력화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이유다.

한국신용카드학회 서지용 학회장은 “장기CP는 금융당국의 관리와 감독을 받지 않는다”며 “카드사의 경우 현재 신용이 높아 신용리스크는 괜찮지만, 남용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여신금융감독국 관계자는 “장기CP 발행 내역에 대해서는 예탁결제원을 통해 집계와 공유가 되고 있다”며 “과도한 차입에 대해서는 차후에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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