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자산관리 수요↑…신탁 시장 활황
짭짤했던 은행 방카 수수료, 25%룰에 지속 감소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금융지주의 비이자 부문 실적을 책임지는 수수료이익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저금리·저성장 고착화에 효자 노릇을 하던 방카슈랑스 수수료이익은 크게 줄고, 고령화 시대 흐름을 탄 자산관리 수요 증가로 신탁 수수료이익은 대폭 늘어났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지주들이 올 상반기 나란히 사상 최대실적을 거둔 가운데, 비이자 부문 실적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올 상반기 거둔 비이자이익은 총 5조8732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8375억원)보다 21.4% 증가했다.

특히 신탁 수수료 이익 급증이 눈에 띈다. 4대 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신탁 수수료로 7069억원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5747억원)과 비교해 23% 늘어난 수치다.

지주사별로 보면 KB금융지주가 3084억원으로 가장 많은 신탁 수수료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2359억원)보다 30.7% 늘어난 규모로 증가폭도 가장 컸다.

신한금융지주는 상반기 신탁 수수료이익이 지난해 1198억원에서 올해 1536억원으로 28.2% 증가했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4%, 14.1% 오른 1479억원, 97억원의 신탁 수수료이익을 기록했다.

금융사들이 이처럼 신탁 수수료 이익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고령화 시대를 맞이해 자산관리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과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판매 보수를 낮춘 비대면 신탁 서비스와 차별화된 신탁 신상품을 내놓으며 고객 모시기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증권사들은 특정금전신탁에 주목하고 있는 은행들을 피해 틈새시장인 종합재산신탁 분야에 힘을 쏟았다.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부동산신탁사를 인수하는 등 새로운 신탁 수익 창출구를 뚫는 데 주력하기도 했다.

반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은행 고객들에게 판매가 쉽고, 최대 8%대의 높은 수수료율로 금융지주 비이자이익 증대에 불쏘시개 역할을 톡톡히 했던 방카 수수료이익은 급감하며 부진했다.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방카 수수료 수입은 1157억원으로 전년 동기(1289억원)보다 10.24% 빠졌다.

신한금융지주가 248억원에서 159억원으로 35.6% 줄었고,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전년동기 대비 각각 15.9%, 7.6% 줄어든 370억, 158억원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방카 수수료이익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9.3% 늘어난 470억원을 거뒀지만 1분기(250억원)에 비해 2분기(220억원) 실적은 12% 줄었다.

은행들은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사태로 얼어붙은 금융투자상품 판매 시장의 대안으로 방카를 주목, 직원 업무성과 평가 핵심지표(KPI)에 점수를 높이는 등 영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음에도 규제 장벽에 막혀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방카 규제는 이른바 ‘25% 룰’이다. 은행에서 1년간 판매하는 보험상품 중 한 보험사의 상품 비중이 25%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며 최대 주주가 같은 보험회사들은 상품 모집총액이 33%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은행의 계열 보험사 밀어주기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금융지주들은 방카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있지만 금융당국은 업권간 진흙탕 ᄊᆞ움으로 번질 수 있다며 선을 긋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방카는 불완전판매율도 낮고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품인데 규제로 시장이 커지지 못하고 있다”며 “방카 수수료이익 역시 영업력 강화에도 불구 갈수록 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잇단 규제 강화로 비이자 부문에선 신탁이 사실상 마지막 남은 수익원”이라며 “방카와 달리 신탁 시장은 매해 커지고 있다. 자산관리에 대한 고객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탁 수수료이익 역시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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