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수요와 공급이 무너져 시장이 더 이상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할 때입니다. 잘 돌아가는 시장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뿐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기업공개(IPO)를 앞둔 기업들에게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라고 잇달아 요구하는 데 대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금감원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증권신고서를 좀 더 꼼꼼하게 보는 것이지 공모가 조정을 위한 목적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전례가 없는 금감원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금융투자업계는 공모가를 낮추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2조에는 증권신고가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거나 중요사항에 관한 거짓의 기재, 중요사항의 기재나 표시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 금융당국은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크래프톤, SD바이오센서, 아모센스, 모비릭스 등 금감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았던 기업들은 일제히 공모가를 기존 보다 낮췄다.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가 공모가 조정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금감원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는 요인이다. 

공모가는 주식이나 사채의 가격으로 시장 전문가들이 책정한다. 이 가격에도 해당 주식이나 금융상품이 구매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사람이 투자를 진행한다. 

투자란 불확실성을 바탕으로 일정의 수익률을 기대하고 본인의 의지로 선택하는 일이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이너스 수익률에 대한 ‘자기 책임’이다.

금감원이 지나친 시장 개입을 하고 있다.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결정될 가격(공모가)에 개입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시장 논리를 벗어나는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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