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법 예상부작용 검토 미흡


지급결제·자본시장 대혼란 초래 우려

금융硏 다각적 논의, 신중한 접근 촉구
 
 
은행업 위주의 국내 금융시장 재편을 견인하게 될 조치로 평가받고 있는 재경부의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은 그러나 예상되는 기대효과 만큼이나 그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높다.

특히 한국금융연구원의 이동걸 선임연구위원은 앞서 재경부가 통합법 제정 추진과정에서 보인 불투명함과 신뢰성 확보 실패 등을 지적한 데 이어 최근에는 통합법이 담고 있는 내용 자체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열거하며 법 제정 및 시행에 있어 보다 신중한 접근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2008년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업과 자본시장에 관한 법률(가칭)’ 즉 자본시장통합법의 어떤 내용이 무슨 문제를 초래할 수 있고 구체적으로 무엇이 염려스러운지 이 연구위원의 주장을 살펴봤다.
 
 
◈증권사 지급결제업무 허용은 ‘변칙적’
 
 
안 그래도 찬반 양론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증권사의 지급결제업무 허용과 관련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먼저 긍정적인 측면으로 제시되고 있는 소비자 편익 증진, CMA 활성화, 이에 기반한 증권사의 대형화·투자은행화 촉진 등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증권투자를 많이 해 증권계좌 이용이 많은 고객의 경우는 증권계좌를 통한 지급결제가 가능해지면 분명 편익이 증진되는 측면이 있겠지만 이미 소액지급결제의 대부분이 한 번 클릭으로 이뤄지는 인터넷뱅킹만으로도 충분히 편리함을 느끼는 대다수 고객에게까지 어필할 정도는 아니고 따라서 CMA 활성화도 근거가 빈약하다는 반박이다.

또 CMA 유치를 둘러싼 증권사간의 과당경쟁이 예상된다며 이는 오히려 증권사의 대형화·투자은행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아가 투자자산의 가치변동성이 큰 증권계좌를 지급결제에 직접 연결시키는 것은 지급결제의 안전성을 해칠 우려가 크고 이처럼 위험추구 성향이 큰 증권사에까지 중앙은행의 최종 대부자기능을 확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허용방식이 정책결정의 기본원칙 즉 동일한 효과를 더 적은 비용으로 달성할 수 있거나 동일한 비용으로 더 많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을 선택한다는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이다.

재경부와 증권업계가 추진하는 증권사의 지급결제서비스 제공방식은 증권관련 예탁업무를 수행하는 모 기관을 대표기관으로 선정, 이를 통해 결제시스템이 접속함으로써 은행 이용에 따른 비싼 수수료 부담이나 은행영업시간 내 이용이라는 불편함을 해소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증권사 공동소유의 소형 전문은행 설립방식이라는 정도(正道)을 내버리고 선택한 변칙적인 방법이라는 비판이다.

참고로 메릴린치 등 선진국의 대표적인 투자은행들이 채택하고 있는 증권사 공동소유의 소형 전문은행 설립방식은 은행 이용에 따른 수수료, 영업시간 제한 등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 뿐더러 은행을 통해 지급결제망에 접속함으로써 지급결제의 안전성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겸영, 이해상충문제 불러올 것
 
자본시장통합법이 재경부가 발표한 제정취지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자본시장 관련업무를 6개의 금융투자업무로 재정의하는 조항은 기관별 규율체제를 기능별 체제로 전환해 규제의 형평성과 일관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에 부합하긴 하지만 그에 따른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신탁업법상의 자산보관관리기능은 장기신탁자산의 경우 보관 및 관리뿐 아니라 장기운용의 개념도 포함돼 있어 현행 금융기관별 자산관리기능과 상이한 측면이 있는데 이를 자산보관관리업으로 통합하게 되면 신탁업법의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것.

참고로 통합법에 의하면 현행 증권업, 선물업, 자산운용업, 투자일임업, 투자자문업 및 신탁업과 기타 부동산투자회사업, 선박투자회사업 등이 매매업, 중개업, 자산운용업, 투자일임업, 투자자문업, 자산보관관리업으로 재정의되고 금융투자회사는 이들 6개의 업무와 그에 따른 부수업무를 상호간 제한없이 모두 겸영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광범위하게 겸영을 허용하려는 두 번째 취지는 겸영화, 대형화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선진 투자은행의 출현을 유도하겠다는 것인데 그에 대한 기대치는 높은 반면 실현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겸영에 따른 시너지 효과 발생방안이든 이해상충문제 해결방안이든 원론적 태도로 접근하며 안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 연구위원이 특히 우려를 나타낸 이해상충문제는 매매·중개업(증권업)과 자산운용업의 겸영, 자산운용업과 자산보관관리업의 겸영으로 인한 이해상충과 금융투자회사와 고객간 또는 우대고객과 일반고객간의 이해상충 등이다.

물론 예상되는 이들 이해상충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업무간 차단벽 설치, 내부관리시스템 구축, 공시 강화, 선관의무 강화, 감독 강화, 위반에 대한 법적 제재 등이 열거되고 있긴 하지만 우리 실정에서 이것으로 충분한지에 대한 검토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매매·중개업과 자산운용업, 자산운용업과 자산보관관리업의 겸영은 선진국에서 이해상충행위를 엄격하게 제재함으로써 현실적으로 자회사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재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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