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법과 금융권별 영향


이해상충 방지하는 내부 안전장치 구축해야
 
 
오는 2008년 이후 시행 예정인 자본시장통합법은 자본시장의 발달을 크게 자극할 것으로 기대되는 동시에 투자자에게 새로운 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형태의 금융투자회사가 출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자본시장통합법을 통해 자본시장의 규율체계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업권별로는 은행, 보험업권을 제외한 증권회사나 자산운용사 등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금융계는 금융투자회사가 세계적인 규모와 실력을 갖춘 투자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수익원 다변화와 대형화, 전문인력 확보와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해 전문역량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만 대형화 및 내부 겸영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이해상충을 방지하고 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선 이해상충을 방지할 수 있는 내부 안전장치의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규제완화 및 자율성 확대에 병행해 금융투자회사의 투자자에 대한 사후 책임을 강화시키는 사후규제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금융산업 상호간 형평성과 장기 비전 구현을 위해 은행, 보험사와 관련된 기관법도 업법으로 전환하고 수신, 보험상품에도 포괄주의를 도입하는 등 금융 관련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른 금융권별 영향 요인과 주요 과제에 대해 살펴본다.
 
 
은행업에 미치는 영향과 과제
 
 
국내 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위험관리 강화와 경영효율성 제고 노력에 힘입어 주요 경영지표가 지속적으로 개선돼 온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말 기준 고정이하 여신비중은 1.22%, coverage ratio는 132.3%로 자산건전성이 크게 제고됐으며 BIS자기자본비율과 Tier1 비율도 각각 13.0%, 9.3%로 우수한 자본적정성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이익창출 능력 측면에서도 2003년 카드사태 이후 자산건전성 개선에 따른 충당금적립 부담 감소로 2005년의 ROA는 1.3%를 기록하는 등 지속적으로 개선 추세에 있다.

미국, 싱가폴 등의 선진은행의 ROA가 1%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수익성은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되지만, 수익성 개선이 수익원 확대나 수익창출 능력 강화보다는 주로 충당금 환입이나 비용절감에 기인한 만큼 추세적 상승으로 단정하기는 곤란하다.

한편 2005년 하반기 이후 국내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저축성예금을 중심으로 규모 확대를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이자마진의 개선 또는 비이자수익의 확대, 규모의 경제 실현보다는 시장지배력의 확보 또는 유지에 초점을 둔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서비스의 개선을 통해 고객이익의 증대에 기여할 수 있으나 시장지배력 확보를 위한 경쟁이 지속될 경우 장기수익성이나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지속적인 저금리로 인한 수신 증가세 둔화를 주로 은행채 발행이나 CD 발행 등 외부차입에 의존하고 있어 자산건전성과 자금조달 안정성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상황이다.

2008년 이후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금융투자회사에 대한 지급결제업무 허용에 따른 고객의 이용편의성 제고 및 CMA 등 고금리 수신상품과의 본격 경쟁으로 은행 수신이 일정 수준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은 핵심적인 이익창출 기반이지만, 법 시행시 은행의 수신은 저원가성 예금 위주로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고객의 이탈시 은행 창구를 통한 펀드판매가 축소되고 외환 및 신탁업무도 다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국내 은행들이 오랜기간 구축해 온 영업기반과 고객관계를 감안할 경우 단기적으로 급속한 영업기반의 위축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은행은 우선 타 업권과의 본격적인 고객 확보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보다 체계적인 고객관리시스템(CRM) 구축과 함께 자산운용업무, 자금관리업무, 파생상품업무 분야의 전문인력을 확보, 육성해 창의적이고 신속한 신상품 개발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또한 이자 수익 비중이 높은 수익구조에서 수익다변화(특히 장기적인 비이자수익 기반 확보 등)를 통해 수익구조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국내 은행의 경우 총이익 대비 수수료 수익 비중이 13%에 불과하지만 미국 은행은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 공격적인 자산 확대보다는 핵심 경쟁우위를 강화시키는 차별화와 함께 내실을 다지는 노력이 요구된다.

과거 금융위기때 무리한 여신확대 경쟁이 필연적으로 자산부실화로 이어져 많은 금융기관이 파산으로 이어진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증권업에 미치는 영향과 과제
 
 
국내 증권업은 타 금융산업에 비해 경쟁 강도는 매우 높은 반면 자본금 규모나 수익성은 선진 투자은행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또한 국내 증권사는 위탁수수료 중심의 수익구조를 보유하고 있어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의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의 위탁수수료 비중은 영업순수익(판관비 차감전 영업이익)의 50~70% 수준으로 미국 대형 IB의 20% 이하 수준에 비하면 지나치게 의존도가 높다.

그러나 2005회계연도(2005.4~2006.3)에는 주식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위탁수수료 수입의 증가, ELS 판매수수료 증가 및 금융수지 개선 등에 따라 수익성 지표가 대폭 개선됐으며 아울러 자본적정성 지표들도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통합법 도입은 증권회사를 중심으로 한 금융투자회사의 수익기반 확대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 수혜층은 일부 대형사에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회사에 대한 지급결제업무 허용은 금융투자회사가 제공하는 있는 CMA 등 고금리 상품으로의 고객자금 이동을 용이하게 할 것이며 이를 통한 고객기반 확대는 금융상품 판매, 자산관리서비스 등 금융투자회사의 수익기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6개 금융투자업 상호간 겸영을 허용함으로써 단기적으로는 증권, 선물, 자산운용, 신탁 등 자본시장 관련 금융업간 경쟁구조는 보다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고객기반이 강하고 자본력이 큰 증권사들은 범위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 자산운용사나 선물회사를 인수해 대형화나 겸업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비해 중소형 증권사는 규모의 경제 달성이 어려워 특정 분야에 특화하거나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를 감안해 금융당국은 소수의 대형 IB로 재편되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연착륙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국내 증권사의 경우 2006년 3월말 기준 대형사의 자기자본 규모는 1조5000억원에서 2조원대인 반면 2005년말 기준 노무라 및 메릴린치의 자기자본 규모는 각각 7조원 및 37조원에 이른다.

자본력뿐만 아니라 인적자원, 네트워크 등 핵심 경쟁력도 글로벌 투자은행에 비해 극히 취약하다.

일례로 M&A시장의 경우 UBS, 모건 스탠리, 메릴린치 등 외국계 3개사가 46.3%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자기자본 규모가 작아 위험 부담 능력이 취약한 점을 보완하고 국내 시장과 중국 및 동남아 시장까지 업무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최소 3~4조원 정도의 자기자본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다만 증권사간 업무의 유사성이 강해 합병의 유인, 즉 보완적 업무수행이나 전산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

결국 국내 증권사는 위탁매매업무 위주의 사업구조를 탈피하고 IB업무 확대 등 수익원 다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상품의 개발 및 운용을 위한 전문인력의 확보와 과감한 투자, 능력에 상응하는 성과보상체계를 도입하는 한편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보강할 필요가 있다.

한편 금융투자회사의 IB업무는 성격상 높은 신용도와 함께 높은 위험이 수반되므로 IB업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서는 리스크관리 능력의 제고가 전제돼야 한다.

리스크관리의 핵심은 위험의 평가 능력, 인수 능력, 헷지 능력과 증권설계를 통한 상품화 능력으로서 이를 적극 육성해야 하며 리스크관리 능력이 전제되지 않은 IB업무 추진은 자본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보험업에 미치는 영향 및 과제
 
 
국내 보험업은 생명보험, 손해보험 모두 자산 및 보험료 규모가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국민경제적으로도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계 보험회사의 공격적인 국내 시장 진출, 2003년 9월 방카슈랑스의 허용, 온라인 전문 보험회사의 등장으로 경쟁이 격화되는 추세이다.

퇴직연금 도입과 신탁업 겸영 허용 등 제도적 변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타 업종과의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2005년 4분기를 기존으로 생보사의 경우 주식시장의 활황으로 투자형 보험상품, 특히 다양한 변액보험의 지속적인 판매증가에 힘입어 수입보험료 및 자산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손보사의 경우도 장기 손해보험을 중심으로 한 원수보험료의 증가 및 투자영업수지의 확대 등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이 도입될 경우 보험업은 은행업 증권업과 같이 자본시장통합법의 직접적인 영향권 내에 있는 업종에 비해 단기적인 파급 효과는 상대적으로 작을 전망이다.

보험업의 사업영역을 위험보장업무와 자산관리(투자)업무로 대별할 때 업종 고유의 위험관리 관련 보험상품의 경우 전문적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에서 파급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금융투자상품의 범위가 포괄주의로 전환됨에 따라 실질적으로 위험관리의 기능을 갖는 통합 상품이 출시될 경우 보험업계의 일부 업무영역과 중복이 초래돼 관련 위험보장업무의 중장기 성장잠래력을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변액보험의 활성화로 최근 업무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자산관리업무의 경우 상대적으로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체로 중장기 투자기간과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갖는 보험사 고객의 특성을 감안할 때 금융투자회사로의 대규모 자금이동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이나 적극적인 투자성향을 지닌 일부 보험사 고객(변액보험 고객 등)의 이탈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통합법 시행으로 자본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업무규제 완화에 따라 고객과의 접근성이 강화되고 통합 금융상품 출시에 따라 보험사 자산운용의 유연성이 확대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통합 금융상품의 개발 및 운용 과정에서 중장기의 부채구조와 위험관리상 비교우위를 지닌 보험업계의 역할이 보다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가 이러한 기회요인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보험업의 고유 영역인 위험보장 업무에서의 신상품 개발 역량 등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

또한 감독당국의 재무건전성 규제 강화 추세에 부응하고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금리위험 등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개선하고 자산운용 능력을 제고시키는 노력을 선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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