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책 보다 신축적으로 추진해야


급속한 금리 인상 경기위축 우려

단기 대출구조 장기화 매우 절실
 
 
세계 주요국들은 주택 가격 상승에 대응한 금융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유럽국가 중 유난히 주택가격 상승률이 높은 나라가 영국인데, 영국은 선제적이며 신축적인 금리 정책을 통해 주택 가격 안정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금융정책을 보다 신축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대적으로 영국의 중앙은행은 금융정책을 신축적으로 수행해 주택가격의 안정은 물론 버블 붕괴를 막음으로써 주택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했다.<편집자>
 
 
영국의 주택가격은 1996년부터 천천히 제한된 지역에서만 상승하다가 2001년 이후부터는 저금리 속에서 다양한 경제적 원인에 의해 80% 이상 급등했다.

주택가격 급등의 원인은 첫째 주택 공급물량에 비해 주택 수요가 많았다.

영국 주택 수요자들은 높은 고용수준, 경제적 안정성 등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주택 구입에 열중했다.

둘째 영국 국민들은 자산 증식 수단으로 주택을 선호했다.

영국 국민들은 닷컴(dot.com) 버블 붕괴 이후의 주식시장 침체로 주식투자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하고, 보험사 스캔들 이후 연금시스템에 대한 불신감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실물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셋째 영국의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저금리 정책이 지속됐다.

풍부한 시중유동성, 낮은 이자율, 낮은 인플레이션율 등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많은 주택구입자들은 높은 주택가격이 낮은 이자율과 공존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됐다.

이러한 경제적인 원인 이외에 ‘투기자 사이에 형성된 버블심리’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객관적인 확률이나 기초적인 경제 여건 등을 고려하기 보다는 주택 경기에 대한 과도한 낙관, 최근의 가격 정보, 타인의 행동 등에 의해 의사 결정을 내리는 소위 ‘묻지마 투자가’가 늘어나면서 투자리스크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버블심리를 자극했다.

즉, 대다수의 주택구입자들은 단순히 집값이 오르기 때문에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확신해 구입을 서두르거나 투자를 확대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이러한 상황을 직시한 영란은행(Bank of England)은 즉각 선제적이며 신축적인 대응을 시작했다.

영란은행은 2001년부터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하자 2003년 11월 5일 정책금리를 0.25%p 인상한 것을 비롯해서 9개월 만에 다섯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다.

금리정책의 시차효과 때문에 금리 인상 후에도 한동안 영국의 주택가격 상승 현상은 이어졌으나, 2004년말 이후 마침내 런던 지역과 고가의 주택은 가격이 하락세로 반전됐다.

또한 영란은행은 2005년 이후에는 런던 지역의 주택 가격이 급락하면서 주택 버블 붕괴가 우려되자, 오히려 정책 금리를 인하시켜 버블 붕괴를 막으면서 영국 주택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고 있다.
 
 
영국의 사례는 세금 정책 위주의 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려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도 국내 부동산 버블 형성의 주원인 중의 하나가 과잉 유동성과 저금리인 점을 감안할 때, 최근의 금리 인상은 국내 부동산 버블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급속한 금리 인상은 오히려 경기 위축의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 우려된다.

세금 강화 정책, 강력한 대출 규제 등과 함께 금리 인상 효과가 한꺼번에 나타날 경우에 부동산 시장이 일거에 냉각되고, 이것이 장기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금리인상 시기를 놓친 상황에서 통화당국의 금리 인상은 주변 경제 상황에 맞추어 신축적으로 단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경제 전체 차원에서 규제완화 등 획기적인 자본 시장 개혁으로 시중 부동자금을 자본 시장으로 유도함으로써 부동산 시장 급랭의 충격을 최소화시켜야 할 것이다.

가계원리금 상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도록 주택금융공사 등을 활용해 단기 대출구조를 장기화시키는 것도 매우 절실하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