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2명 중 1명은 과장·차장·부장
고참 다이어트하려다 요요 된서리

2023년 5월 10일 16: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권 영업 일선에서 한창 일하는 주임, 계장보다 책상에 앉아 지시하는 차장, 부장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실시한 대규모 희망퇴직이 오히려 고질적 문제인 ‘항아리형 인적구조’를 더 비대해지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10일 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 등 국내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일반 직원(임원·계약직 제외) 수는 6만2482명으로, 이 가운데 과장부터 부장을 의미하는 책임자급 비중은 52.94%(3만3079명)이다. 지난 2020년 말(51.77%)과 비교해 1.17%포인트 증가했다.

은행별로 항아리형 인적구조가 가장 심한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의 책임자급 비중은 61.72%로 2년 전보다 3.32%포인트 늘었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의 책임자급 비중은 각각 55.05%, 51.58%로 지난 2020년 말과 비교해 0.39%포인트, 0.08%포인트 올랐다. 하나은행의 경우 38.85%로 5대 은행 중 비중이 가장 낮았으나, 같은 기간 증가 폭은 4.42%포인트로 가장 높았다.

국민은행만 같은 기간 56.64%에서 55.53%로 유일하게 감소세를 보였다.

은행은 호봉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직급이 높아질수록 임금도 자연스레 많아진다. 책임자 비중의 증가는 곧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5대 은행의 일반 직원 수는 지난 2020년 말 6만5941명에서 지난해 말 6만2482명으로 5.24% 감소했다. 반면 급여 및 명예퇴직금, 복리후생비 지출은 10조377억원에서 11조2085억원으로 11.6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권 일각에선 최근 몇 년간 단행된 희망퇴직이 항아리형 인적구조를 더욱 심화시켰다고 꼬집는다.

은행들은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거래의 대중화가 가속화되자 유휴 인력 및 점포 정리를 명목으로 희망퇴직 규모를 늘리기 위해 신청 대상을 넓히면서 높은 보상을 내걸었는데 여기서 역효과가 났다는 거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수천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으로 나갔는데 나가길 바랐던 고참은 버텼고, 전직의 기회로 인식한 젊은 직원과 육아에 전념하기 위한 여직원의 이탈 비중이 높았다”며 “당장 몸집 자체가 줄었을지언정 장기적 관점의 인적구조 개선에는 비효율적”이라고 짚었다.

이어 “직무, 성과 중심 임금문화 형성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 도입에 노력하고 있지만 개인별 역량을 파악하기 힘든 업무가 많고, 노조와 마찰 등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노조는 지난해 대법원에서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이 나온 걸 기반으로 정부와 사측에 임금피크제 폐지를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현재 은행권에서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직원은 약 2200명으로, 제도 폐지 시 이들에게 추가로 줘야 하는 임금은 1760억원으로 추산된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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