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예속화 견제장치 어슈어뱅킹

 

보험사, 종합금융사로 성장 등 효과예상
방카시행 선진국 일정 규제로 진출 허용

금융권간 칸막이가 사라지는 이른바 금융종합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금융당국이 2009년 시행을 목표로 자본시장통합법 예정하고 있으며 보험시장 판도 변화의 결정적 요체가 될 보험업법(소위 보통법) 개정이 대대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다 내년 4월 방카슈랑스 대상 상품이 자동차보험과 보장성보험으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보험사를 비롯한 제2금융권의 M&A(기업 인수합병) 등 구조조정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보험업계는 이러한 환경 변화로 위축된 시장성을 만회하고 더불어 세계 유수금융사와 경쟁할 수 있는 규제완화 등 영업환경 개선방안을 금융당국에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남궁훈 생보협회장은 "정부가 추진중인 자본시장통합법은 보험산업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며 "보험사에 투자자문 및 일임업과 소액지급결제업무 등 금융관련 겸영 및 부수업무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같은 보험업계 등 제2금융권의 절실함은 은행 우선주의 정책에 의한 국내 금융산업 편중 현상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전체 금융산업 내 은행자산 비중은 71.2%로 미국 26%, 일본 25%에 비하면 지나치게 높다. 순이익 규모도 2005년 기준으로 연간 13조원을 넘어섰다.

보험업계는 올해 중점 추진사업으로 방카슈랑스 반대급부 성격의 △어슈어뱅크 △지급결제시스템 참여 △투자자문업 및 투자일임 허용 등을 강도 높게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본지는 보험업계의 중점 요구사항을 재조명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내년 4월 자동차보험을 포함해 방카슈랑스 완전개방 예정에 따라 존립기반 위협을 피부로 강하게 느끼고 있는 보험업계의 어슈어뱅킹 개방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어슈어뱅킹은 보험(Assurance)과 은행(Bank)의 합성어로 보험사에서도 은행의 예·적금 판매를 대행할 수 있는 제도를 의미한다. 즉 방카슈랑스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유럽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방카슈랑스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고 금융기관간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어슈어뱅킹제도를 도입, 시행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은행 중심의 금융정책을 추진한 결과 은행의 금융시장 지배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보험영업 창구를 통한 예·적금 판매는 방카슈랑스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금융권역간 균형발전 추진에 있어 효과적 대안으로 기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필요성과 해결방법=보험업계의 어슈어뱅킹 요구는 방카슈랑스 도입에 따른 금융권간 상호주의 차원에서 출발한다.

실제 보험사의 은행 고유 상품에 대한 판매 대행은 전무하지만 은행은 보험을 포함해 거의 전 금융상품의 판매가 가능하다.

그 결과 보험사 등 비은행권의 존립기반 상실 및 금융업 내 은행자산비중이 50%를 훨씬 상회하는 등 금융시장 기형화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방카슈랑스 확대에 따른 보험사의 은행 종속화 및 보험사의 수지악화로 인한 경영위기 차단을 위한 대응수단 마련과 다양해진 소비자 니즈에 부응한 종합금융서비스 제공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대기업이 소유한 국내 보험사들은 은행업 진출과 보험지주사 설립이 모두 불가능하다.

은행법에 의하면 동일 은행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의 10%(지방은행 15%), 25%, 33%를 각각 초과할 때마다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 하에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단 비(非)금융주력자는 4%(지방은행 15%)를 초과할 수 없다.

생명보험업법에도 보험회사 대주주가 비금융주력자인 경우 당해 보험회사는 은행을 자회사로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보험업계는 은행과 업무제휴 형식을 취하거나 은행 자회사 설립을 허용해줄 것을 제시하고 있다.

업무제휴 방식은 은행 등의 우월적 지위 남용 문제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고 기존 방카슈랑스 제휴관계도 공고히 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회사 방식은 은행 업무범위를 보다 세분화해 산업자본의 은행소유에 따른 부작용 발생 우려가 없는 업무 범위로 제한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외국의 사례 등 현황=선진국의 금융시스템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일정폭의 규제를 두거나 100% 지분 참여가 가능토록 해 원칙적으로 능력 있는 보험사의 은행업 진출 길을 열어주고 있다.

즉 보험사가 은행을 소유하는 것은 세적적인 추세로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독일, 핀란드, 아일랜드, 그리스, 네덜란드, 스웨덴, 스위스, 터키, 영국 등은 산업자본의 100% 은행 지분 소유를 허용하고 있고 프랑스, 멕시코, 뉴질랜드, 노르웨이, 페루, 스페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사전허가 또는 승인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처럼 일정한 비율로 최고한도를 제한하고 있는 곳은 호주, 캐나다, 칠레, 홍콩, 이탈리아, 필리핀, 태국, 미국, 룩셈부르크 등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보험사의 은행 인수 및 설립 사례로는 미국 메트라이프그룹이 2001년 그랜드은행(Grand Bank, N.A)을 인수했고 USAA손보그룹은 연방저축은행 USAA 은행을 매수한 바 있다.

이 밖에 영국 스코티시위도우생보(Scottish Widows Life)는 1995년에 스코티시위도우은행을 설립했으며 프랑스 악사그룹은 악사은행(AXA Banque) 지분 97%를 소유하고 있다.<표 참조>

◆제도 도입에 따른 효과=보험사 영업 창구를 통해 예금 및 적금 판매가 이뤄질 경우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지는 등 다양한 윈-윈(Win-Win) 효과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보험사가 방카슈랑스 시행 이후 불안해하는 은행 예속화를 견제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3년 8월 이후 방카슈랑스 채널 의존도(현재 전체 수입보험료 중 10%대)가 높아지면서 은행의 보험사 지배 및 그 영향력은 크게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손보업계는 내년 4월 자동차보험이 개방될 경우 은행에게 의존하는 시장점유율은 13~35%, 은행이 받아가는 수수료는 연간 1300~5000억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생보업계도 보장성보험 추가 개방으로 수입보험료는 현행대비 40~50%, 당기순이익은 50%, 회사가치는 40%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보험업계는 우월적 지위를 가진 대형 은행과의 제휴가 중단될 경우 보험료 급감에 의한 유동성 위기 및 이로 인한 파산 등이 우려된다. 특히 은행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그 타격은 더욱 심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는 결국 은행이 보험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갖게 돼 보험산업이 은행산업에 종속화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의미로 보험업계에 어슈어뱅킹이 허용될 경우 보험사의 은행 예속화를 견제할 수 있으며 금융업의 균형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어슈어뱅킹제도는 타 금융영역으로의 진출 및 다양한 수수료 확충 등 종합금융사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금융상품 확대로 원스톱(One-Stop) 쇼핑이 가능해진다. 보험사는 금융소비자에 대한 원스톱서비스 제공 등 편리성 제고 및 본격적인 종합금융서비스 제공으로 고객만족도는 물론이고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수 있다.

이는 동반 시너지로 이어져 최근 보험사 경쟁력 제고 방안으로 적극 추진 중인 신뢰도 및 인지도 향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張勝鎬 기자>jsh@kbanker.co.kr

 <표>보험사의 은행소유 해외사례

 

 

 국가  보험사⇒은행 매수, 설립
 미국
 
 Prudential Life→Capital City Bank 인수
 Metlife→Grand Bank 인수(01년)
 USAA손보그룹→연방저축은행 USAA Bank 매수
 
 영국
 
 Scottish Widows Life→Scottish Widows Bank 설립(95년)
 UK Prudential Life→Prudential Bank 설립(96년)
 
 프랑스
 
 UAP→Banque Worms 100% 소유
 AXA→AXA Banque 97% 소유
 
 독일
 
 Aachener und Munchener 보험그룹→BfG Bank 매수(87년)
 Allianz보험그룹→Dresdner Bank 인수
 
 스페인
 
 Mapfre생보사→Inveherbank 주식 88% 인수(89년)
 
 네덜란드
 
 ING→Amstgeld Bank 100% 소유
 Aegon, Delta Lloyd 등 다수 보험사도 100% 자회사 은행 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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