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재경위 전체회의서 확정

은행 "위헌소지 공론화 방침"
 
한 차례 연기를 거듭해 오는 4월부터 은행을 통해 판매될 예정이었던 자동차보험과 보장성보험 일정(방카슈랑스 4단계)이 결국 백지화됐다.
 
보험업계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를 통해 이같은 내용이 확정되자 금융시장 개방 및 규제완화 이후 처음으로 은행과 싸워 이긴 것이라며 환영일색이다.
 국회 재경위는 지난 19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보험업법 시행령을 개정, 방카슈랑스 4단계를 철회키로 결정했다. 이어 21일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4단계를 철회하고 금융기관보험대리점에서 보험 상품 판매를 취급할 수 있는 임직원수를 계속해 점포별 2인으로 한정하는 내용을 시행령에 반영하기로 확정했다.
보험업계는 제도도입 취지와 달리 신규시장 창출이 없고 대출연계 끼워 팔기 등 불완전 판매, 설계사조직의 생존권 위협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사의 핵심 상품인 보장성과 자동차보험이 개방되면 업계와 소비자 피해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4단계 철회를 위한 본격 행보에 착수, 공세 수위를 높여왔다.
 수십만에 달하는 보험영업조직을 비롯한 보험업계는 방카슈랑스 4단계 개방을 생존권 위협으로 간주, 보험대리점협회를 주축으로 한 전국 보험영업조직의 수차례에 걸친 집회, 보험노동조합의 집회 및 정치권 항의방문 및 설득, 보험사 사장단의 철회촉구 기자회견 등 시장 사수를 위해 전력투구해왔다.
이에 더해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해 금융권 칸막이를 없애는 정부정책이 은행에 집중(방카 등)돼 신규시장 진출에 대한 상대적 소외감이 컸던 점이 보험업계의 힘을 결집시켰다.
 그 예로 지난해 7월 보험사 사장들과 독일 출장을 다녀온 안공혁 전 손보협회장은 "보험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것을 전제로 4단계 방카슈랑스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보험지주회사 설립은 보험업법 개정안에서 배제됐다.

◆방카공방 당분간 지속=이번에 방카슈랑스 시행령이 개정되더라도 4단계 개방을 둘러싼 공방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이 국회 재경위의 결정에 즉각 반발, 향후 정부 설득, 행정소송 등으로 적극 대처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은행업계는 지난 21일 유지창 은행연합회 회장을 비롯해 15개 은행장 및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4단계 일정이 시행령에서 폐지된데 대한 대책회의를 가졌다.
 
은행장들은 "국회가 4월 총선을 의식해 일부 대형보험사와 설계사들의 억지주장에 굴복한 것"이라며 새 정부가 출범하면 재경부에 시행령 개정을 적극 촉구하기로 했다.
 
또 여의치 않을 경우 헌법상 신뢰보호의 원칙 위반을 들어 행정소송도 불사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4단계 철회 결정으로 은행들은 보장성보험과 자동차보험 판매에 따른 수수료 수입 창출 기회 상실은 물론 그동안 전산시스템 구축, 판매교육 등 준비에 들어간 수십억의 비용을 낭비하게 됐다. 은행들은 재경부 등 금융당국의 확고부동한 방카일정 강행 방침만 믿고 최근까지 4단계 시행을 준비해왔다.
 
투자비용 손실 관련 정치권에 대한 비난도 만만치 않다. 시행을 불과 한 달여 남기고 결론 낸 늑장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들의 4단계 전산시스템 구축작업이 본격화된 12월에만 가부간 결론이 났더라도 불필요한 비용손실은 줄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차판매 시행 영향 없나=방카슈랑스 시행으로 인한 취약해진 설계사의 수익기반 보존 차원에서 생손보간 교차판매제도 도입이 내년 8월 예정돼 있다.
보험설계사 수입 악화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예상했던 방카슈랑스 4단계가 이번에 철회됨에 따라 생손보 설계사간 교차판매 시행여부가 새삼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일단 보험업계는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방카슈랑스 결정이 (교차판매 시행에)전혀 영향이 없을 것으로 장담할 수 는 없으나 관련법에 이미 반영돼 있고 소비자 편의성 확대라는 시행취지도 있기 때문에 예정대로 가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보험업계는 교차판매 시행여부보다는 효율적 시행방안 마련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생명보험 설계사가 손해보험 상품을, 손해보험 설계사가 생명보험 상품을 취급하는 교차판매를 위해서는 확실히 해둬야 할 다양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
 
판매된 상품에 대한 민원 발생시 설계사의 책임소재, 지점의 설계사 관리 문제, 설계사의 제휴사 상품집중 판매시 수반되는 문제, 교육 등 많은 비용을 들여 육성한 설계사에 대한 계약보험사간 스카우트 등 프리라이딩 문제 등이 향후 해결할 주요 숙제다. 이러한 모집질서 문란은 전체 설계사의 질(質) 하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張勝鎬 기자>jsh@kbanker.co.kr

 ※방카슈랑스 경과내용
2007.10.04 보험업법 개정안 의원 입법발의(안택수 의원, 한나라당)
2007.10.09 보험업법 개정안 의원 입법발의(신학용 의원, 대통합민주신당)
2007.11.06 상임위(재경위) 전체회의 상정
2007.11.14 상임위(재경위) 법안심사소위 상정
2008.02.14 상임위(재경위) 법안심사소위원회 1차 심의
2008.02.19 상임위(재경위) 법안심사소위원회 2차 심의, 4단계 철회 결의
2008.02.21 상임위(재경위) 전체회의, 4단계 철회 통과(시행령에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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