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내 글로벌 은행과 초국적 경쟁”

은행별 전략 다르고 공략시장 차별
국내 금융사간 경쟁 오히려 해가돼
전면적 중국화 추진해야 성공 높아
중국내 한국 금융기관이 진출한지 올해로 16년째를 맞았다.
지난 1992년 외환은행이 중국 천진에 지점을 개설한 이후 우리, 하나, 신한, 국민, 기업은행 등 최근까지 집중적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까지는 국내 언론 및 감독원에서 파악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중국에 진출한 모든 금융기관이 수익을 내고 있을까.
초기 투자에 대한 회수 시점은 언제로 보고 있는가. 중국내 경제 전체가 경착륙할 경우 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중국 시장을 흔들 경우 국내 은행의 중국 전략은 어떻게 수정돼야 하는가.
이같은 질의에 대해 중국 내에서 들리는 얘기는 그다지 희망적이지 못하다.
심지어 중국에 진출한 국내 모 은행 부행장은 “향후 2~3년 후 중국 경제구조의 변화는 구조조정 및 전방위 M&A 시장 확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M&A가 없는 중국 당국이 금융시장의 난맥상을 풀기 위해 관련 정책을 마련할 가능성이 포착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금융기관의 중국내 영업활동 구조는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본국 본사 및 글로벌 기업간 결제 서비스에 제한적이다.
아울러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사 역시 열악한 지점수로 인해 소매 영업은 한계에 직면해 있다.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 역시 일종의 바터제(한국 기업 거래를 전제로 한 계좌개설) 형식이 대부분이다.
이같은 중국내 영업구조의 한계는 결국 수익성 악화, 중국 당국의 구조개편 요구, 기회비용을 살리기 위한 M&A 등으로 이어진다는 결론이다.
따라서 국내 은행의 중국 현지법인이 전향적인 위기 대응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한편 영업전략의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본지가 취재한 결과 국내 은행 중국법인의 경쟁상대는 중국 공상은행을 비롯해 HSBC, 씨티은행 등 글로벌 은행이라는 점이다.
본지에서는 창간 13주년을 맞아 글로벌 은행과 경쟁하는 국내 은행의 전략 및 현지화 방향성 등을 집중취재 했다.<편집자주>
현지법인 현황
2008년 6월 현재 중국 금융시장에는 총 31개 금융기관이 참여중이다. 은행 8개사, 증권 8개사, 보험 10개사. 캐피탈 3개사, 기타 2개사(KTB네트워크, 증권선물거래소 등이다.
외환은행은 천진에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 중에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천진에 지점을 두고 있지만 아직 현지법인 설립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기업은행도 올 연말까지 중국 천진에 지점을 준비중이다. 지난 2007년에는 일종의 지역본부 성격의 지점설립 추진단을 발족한 바 있다.
현지법인 현황은 우리, 하나, 신한은행 등 1금융권과 삼성생명, 키움증권 등 2금융권이 법인화를 마쳤다.
내년 1분기를 목표로 외환은행이 현지법인화를 추진중이지만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다는게 은행 안팎의 시각이다. HSBC 인수 무산이 가져올 글로벌 신용등급 등 순기능, 역기능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중국 심천에서 만난 외환은행 김수현 상무는 사견을 전제로 “HSBC가 중국내 영업을 강력하게 한데 대해 중국정부가 많은 견제를 하고 있다. 결과론이지만 중국 정부의 견제가 강화되는 구조보다 오히려 홀가분하게 현지법인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길림은행 지분인수도 탄력을 받고 있다. 19.6%, 3억5700만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이번 지분참여가 성사되면 사실상 동북3성 공략의 디딤돌은 모두 마련된다는게 하나은행의 설명이다.
중국 하나은행 유한공사 서영찬 부장은 “내년 하얼빈에 지점을 개설하면 요령성, 흑룡강성, 길림성 등 동북 3성에 대한 지점수 및 영업기반이 마련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하나은행은 중국정부가 우대지역으로 선정한 동북3성 지역을 선택, 통일 후 북한과 금융교류에 필요한 교두보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한은행도 천진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이달중 중국 천진에 지점을 개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될 경우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금융기관의 지점 및 연락사무소는 총 53여개가 넘게 된다.
글로벌 은행 ‘맞짱’ 승부
같은 지역에 많은 국내 은행이 진출함에 따라 영업전략 차별화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이는 중국내 진출한 도시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반면 중국진출 국내 은행의 공통점은 중국공상은행을 비롯해 씨티, HSBC 등 다국적 은행을 경쟁상대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신한, 하나은행의 경우 현지법인 거점을 북경에 두고 있다.
중국 은행감독위원회(이하 은감회)의 관계성, 중국 전 지역에 대한 전략 수립, 지행 및 분행 설립 지원 등 모든 정책을 베이징 현지법인에서  입안, 국내 모행(母行)과 협의를 거친다.
이는 정부의 통제가 강한 중국 국가 특성이 반영된 조치로 본지에서는 북경을 중심으로 한 전략리뷰에 초점을 맞춰 취재했다.
중국 북경에 진출한 우리은행 중국 현지법인은 조선족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김희태 법인장은 “정서적 교감이 쉬운 조선족 신흥부호를 대상으로 한 영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중국 기업에 대한 소기업 대출 시장에 적극 뛰어들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한국에서 열풍이 불고 있는 기업자금관리(CMS) 서비스를 연내 가동할 방침이다.
김 법인장은 “한국기업, 중국 토종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B2B 모델을 지원하는 인프라가 중요하다”며 “지점수에서 중국 은행들과 경쟁이 어렵다면 금융기법 및 서비스로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중국내 CMS 서비스 중요성을 역설했다.
신한은행 중국법인의 경우 일단 중국 시장에 대한 관망세 속에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올 5월 현지법인을 설립, 여타 은행보다 역사가 짧고 그동안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쳤기 때문이다.
다만 신한은행의 경우 중국 현지정부의 각종 지침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치밀한 전략을 수립할 방침이다.
김해수 신한은행 북경 법인장은 “자산증가(대출 등)를 적정선에서 유지하는 보수적 경영”을 천명하고 “전반적인 심사숙고 경영에 나설 터”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2009년에는 기존 한국인,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서 탈피, 전문성을 갖춘 시스템으로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신한은행 북경법인은 영업조직 및 구조 정비,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고 분지행 설립에 적극 나선다.
하나은행 중국현지 법인은 좀 남다르다. 여타 시중은행이 말하는 현지화를 뛰어넘는 ‘현지민 되기 작전’이라고 표한할 정도다.
지성규 부행장은 “중국인을 채용하고 중국 기업을 상대로 영업에 나서는 것은 누구나 하는 일”이라며 “생각을 같이하는 것. 호흡을 같이 하는 것이 영업에 앞서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하나은행 영업 방식은 주말을 반납하기도 한다.
지 부행장은 “중국인은 한국과 같은 가족중심의 문화가 뿌리깊다. 이를 감안, 주요 고객을 대상으로 주말 가족동반 여행을 제안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영업전략을 통해 하나은행 중국법인은 오는 2015년 중국내 최우수 외자은행 목표를 달성함과 동시에 2015년 거래 기업의 비중을 한국기업 20%와 중국기업 80%로 맞출 방침이다.
한편 기업은행은 당초 부장급 부행장을 중국 지점장으로 임명키로 했으나 현지 여건상 부행장급 인선이 필요하다고 판단, 천진 지점장을 부행장급에서 파견할 예정이다.
이같은 각론의 차이를 보이지만 기자가 만난 모든 중국내 한국진출 은행 법인장들의 목표는 HSBC, 씨티은행이라고 밝혀 향후 약 3~4년동안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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