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좋은 평가 반성 … 선별적 선택 통해 전문영역 강화

“라이선스 조사 계속될 것”, 한국기업 인식 바꿀 기회
우리銀 미국법인 시스템 구축, 글로벌IT아웃소싱 목표



 

▲ 한국IBM 금융사업본부 강석영 전무     © 대한금융신문


<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지난해 한국IBM은 금융권과 때아닌 마찰로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보냈다. SW라이선스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나서며 SW라이선스 리뷰(SLR)를 각 은행에 요청하자 이런 상황에 익숙치 않았던 은행들이 크게 반발했다.

한국IBM이 주사업자로 진행한 국민은행 차세대시스템 오픈후 대형전산사고 발생으로 긴 책임공방에 진땀을 뺐고 카드업계의 큰 관심사였던 BC카드 차세대 프로젝트 중도에 다른 업체에 넘겨주는 아픔을 겪었다.

2011년 한국IBM은 어떤 금융사업전략으로 그들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본지는 새해를 맞아 한국IBM 금융사업본부 강석영 전무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한국IBM이 과거와 달리 SI사업에 크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어 업계에서는 SI사업을 중단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말까지 나온다. 금융권 SI사업은 이전과 같이 그대로 유지하는 것인가.
 
SI사업은 계속한다. 하지만 SI 3사와 같이 모든 고객사를 수주하는 것이 아닌 선별적으로 선택
할 것이다. 이는 전략적으로 방향이 달라진 것이다.
 
 -선별적 선택,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단순히 매출 위주의 수주가 아닌 우리가 해당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적합한지 여부를 좀 더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말이다. 그 후 특정영역, 예를 들어 IBM이 전통적으로 강한 BPM(Business Process Management), PMO(Program Management Office), 모델링 등의 영역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
 
 -지난해 국민은행 CBMS사업, BC카드 차세대사업에서 역량부족이라는 이유로 SI사업을 중도에 포기한 경우가 잇달아 보였는데 그렇다면 그 사업들은 선별적 선택을 잘하지 못한 사례인가.

그렇다. 프로젝트 중에 좋지 않은 평가를 들었다는 건 우리가 그 선택에 실수를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얘기를 듣지 않도록 확신이 있을 때만 들어갈 것이다. 욕을 먹을 것 같다면 들어가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 좋지 못한 평가 중 하나가 한국IBM의 금융IT 인력에 대한 불만족이다. 왜 이런 말이 나온 것이라 생각하는가.

우리 금융IT 인력의 전문성은 어디에도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수적인 면에서 타사에 비해 인력이 적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IBM의 1500여명 서비스 인력 중 1/3이 금융관련 인력이다. 상대적으로 5000명 이상의 서비스 인력을 가진 대형SI사들에 비해 적어보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더욱 선별적 선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급인력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했듯 더욱 전문적인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선택과 집중을 위한 올해 IBM의 구체적인 금융사업전략은 어떻게 되나.

우선 국내은행의 해외법인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앞장설 계획이다. 지난주에 우리은행 미국법인의 글로벌 표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한국IBM이 수주했다. 미국법인의 경우 미국규제에 대해 잘 알아야하는데 한국기업들에겐 어려울 수 있다. 바로 이런 프로젝트가 IBM이 밸류(Value)를 줄 수 있는 영역이다.

또 지금까지 계정계 시스템 구축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정보분석솔루션 등을 통한 정보계 시스템 고도화에도 앞장설 것이다. 모바일오피스, 스마트 브랜치 등 모바일 중심의 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위해 모바일 영역에서도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지난해 금융권과 한국IBM의 SW라이선스 분쟁으로 말이 많았다. 갑자기 SW라이선스 리뷰(SLR)를 제안해 금융권 고객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기도 했는데 굳이 이런 일을 자초한 이유는 무엇인가.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IBM은 한국기업들의 SW라이선스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앞장서고자 했다.

한국은 경제수준에 비해 지적재산권 수준이 떨어지는 편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글로벌 스탠다드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회사 내부에 소프트웨어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리스크나 책임, 사전예방을 위한 인력이 따로 배치돼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앞으로 꾸준히 SLR을 요청하겠다는 말인가.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IBM 또한 한국기업들을 상대로 SLR을 요청한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입장을 고수할 것이다.

지난해 IBM 제품을 사용중인 여러 금융사들로부터 SLR을 받아보았는데 어느 정도 갭(Gap)이 있는 곳도 있었다. 이런 부분은 추가 라이선스비를 요청하는 등의 방법 등으로 협상을 통해 해결해 나갈 것이다. 앞으로 IBM에 의해 라이선스에 대한 자각이 특별한 이슈가 아닌 일상적인 생활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한국IBM의 금융사업 목표는 무엇인가.

은퇴할 때까지의 꿈이 하나 있다. 한국IBM이 국내은행의 글로벌 IT아웃소싱을 맡아 매출의 40~50%가 해외에서 나오는 은행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각 나라에 있는 글로벌 IBM과 함께 협력한다면 더욱 쉽게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500억원 이상의 규모를 가진 데이터센터 이전 프로젝트보다 1억원이라도 우리은행 미국법인 시스템 구축과 같이 우리가 가장 밸류를 가질 수 있는 영역을 수주했다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mika@kbanker.co.kr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