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에도 경제성장은 지속

글로벌뱅크 시장잠식 확대추진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불안요소

<대한금융신문=차진형 기자, 서병곤 기자> 금융위기 여파로 세계경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럽은 정체된 인구성장, 일부 국가들의 부채문제 등 산재돼 있는 문제로 인해 오랫동안 저성장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미국과 일본 역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막대한 부채를 쌓아올리고 있다.

이처럼 주요 선진국들은 장기간 경기침체를 피하지 못할 운명에 처했다.

그러나 선진국들의 부진을 비웃기라도 하듯 견조한 성장을 보이는 나라가 있으니 바로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는 금융위기 중에도 연 4% 이상의 높은 성장을 이뤘다.

심지어는 경제위기의 원인이 됐던 금융부문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굴지의 기업들은 물론 금융권까지 인도네시아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성장동력에 흠뻑 빠지다

인도네시아는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부터 꾸준히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해왔다.

2006년에는 연 5.5%의 GDP 성장을 기록했고 전세계가 시름하던 2009년에도 4.5%의 경제성장을 이뤘다.

인도네시아의 성장 동력은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과 지하자원에서 발생한다.

인도네시아의 인구는 약 2억3000만명으로 세계에서 4번째로 많고 출생률 또한 높아 노동가능 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풍부한 원유, 석탄,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카카오, 코코넛 등의 풍부한 농업자원은 주요 수출품목이다.

이 같은 성장 동력 때문에 이미 많은 국내기업은 인도네시아에 진출했거나 새로운 진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1989년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설립해 자바섬 동부에 바이오생산 공장을 가지고 있다.

코린도그룹은 1969년에 인도네시아에 뿌리를 내린 후 현재 연매출 12억달러의 현지 재계 20위권의 종합그룹으로 성장했다.

인도네시아의 성장가능성은 금융 산업의 동반성장을 필요로 하고 있다.

국제 컨설팅업체인 PwC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경제성장률은 2005년에서 2050년사이에 4%를 유지할 전망이며 이는 유럽 평균(2%)의 2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발표했다.

2050년에는 경제규모에서도 영국과 독일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따라 PwC는 인도네시아의 금융기관들이 보유한 전체자산이 2050년에는 세계 전체 금융기관 보유자산의 약 4%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인도네시아 금융기관들이 보유한 자산이 세계 전체 금융기관 자산의 0.5%도 못 미치는 현실에 비춰볼 때 향후 높은 성장잠재력을 예견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그룹 격전지로 부상

이 같은 성장잠재력을 감지한 글로벌 금융그룹은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을 침투하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상위 10대 은행지분의 상당부분을 외국계 금융사가 소유하고 있으며 라보뱅크( Rabobank, 네덜란드), 싱가포르개발은행(DBS, 싱가포르), 호주영연방은행(Commonwealth Bank of Australia, 호주), ANZ그룹(ANZ Banking Group, 호주) 등은 인도네시아에 금융자회사를 설립했다. 또한 HSBC, 씨티은행(Citibank),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 등은 현지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외국계 금융사의 인도네시아 진출은 앞으로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은행들 역시 인도네시아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인도네시아에서 철수했지만 현재 재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의 포화로 더 이상 유기적 성장이 어려워진 가운데 높은 성장잠재력을 가진 인도네시아는 더욱 매력적이다.

또 인도네시아에 진출할 경우 현지에 진출해 있는 우리나라 기업 및 교민 수요를 확보할 수 있어 신규 진출하는데 있어서 긍정적이다.

신한금융지주는 현지은행을 인수하거나 합작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시장조사를 마친 상황이다.

기업은행도 현지은행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출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KB금융지주 역시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현지에 진출해 있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지점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지에서 정착하기에는 결단코 녹록치 않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인도네시아의 은행 수는 2010년말 기준으로 총 120개(총자산 3043조 루피아)에 달한다.

이중 대형은행은 20개로 5대 국영은행, 대형 로컬은행 및 글로벌 은행(Citi, HSBC, SC), 싱가포르(UOB, OCBC) 및 말레이시아계 은행(CIMB) 등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중형은행은 총 20개로 유럽계(ABN Amro, Rabo), 일본계 및 중형 로컬은행이 자리 잡고 있다.
상위 20대 은행의 총자산은 인도네시아 금융자산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상위 40대 은행까지 포함할 경우 인도네시아 금융자산의 90%를 차지한다.

결국 나머지 80개의 은행의 비중은 10%에 불과한 것이다.

대형 로컬은행은 M&A보다는 유기적 성장을 선호하기 때문에 외형 확대를 지속하고 있어 국내은행들이 현지에 정착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 인도네시아 내 최대 지점망과 ATM을 보유한 BCA는 휴일에도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많다.     ©대한금융신문



현지 금융당국과 조율 필요

인도네시아의 중앙은행은 자국의 모든 금융관련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은행인가 권한을 재무부에서 중앙은행으로 이동함으로써 은행의 설립 절차와 소유권, 합작벤처 은행의 설립에 대한 인허가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금융정책을 이끌고 있다.

중앙은행은 자국 금융 산업의 보호와 루피아 가치의 안정화, 유동성 유지 등을 위해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외국계 금융회사에 대해서도 일정부분을 규제하고 있다.

최근 외국계자금의 유출입에 대한 경계심으로 외국계 자금유출입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외국계 은행의 경우 지점 개설에 지역적인 제한을 받고 있으며 본국 직원 숫자나 본점과의 자금거래 등에 있어서도 일정부분 제한을 받고 있다.

아울러 사업계획은 물론 신상품 제공까지 중앙은행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해 국내 은행들의 경우 시장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데 한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다행인 점은 외자유치 활성화 정책으로 외국계 은행에 대한 차별대우는 없으며 현지 은행산업에 대한 투자를 더 늘리길 원하고 있다.

또한 G20회원국으로서 IFRS도입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금융시스템의 기준을 글로벌 기준으로 삼고 있어 인도네시아에서 영업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수준에 맞는 시스템을 시급히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 만디리 은행은 18회 아시아정상회담(ASEAN)에 맞춰 다양한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한금융신문


 
발목 잡는 불안요소는

인도네시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처음으로 3000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인구의 20%가 빈민층에 해당되는 만큼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뚜렷하다.
실제 대형 쇼핑물의 명품 브랜드는 날개를 단 듯 팔리고 있지만 길거리에는 아직도 노점상에서 끼니를 버티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인도네시아 경제의 핵심 주도층은 화교들로 이들은 과거 철권시대 때부터 탄압을 받아와 자금을 말레이시아 및 싱가포르 등 인근 국가에 축적해 놓고 있다.

즉 인도네시아 경제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실제로 돈을 쥐고 있는 이들은 다른 곳에서 부를 축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금융권 관계자는 “화교권에서 형성된 자금이 하루빨리 인도네시아로 돌아와야 진정한 성장동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또 최근 현지인에 의해 빈번하게 발생되는 금융 사고도 불안요소로 꼽히고 있다.
씨티은행에서는 현지 직원이 회사 돈을 횡령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한 여신회사에서는 고객에게 빌려준 돈을 추심하는 과정에서 고객을 살해하는 사건도 있었다.

국내 은행권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이 본국 직원 수를 제한하다보니 현지 직원 채용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이들을 관리감독하기에는 본국 직원 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금융교육 및 보안교육까지 진행하자니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가 분명 기회의 땅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나라의 정서 및 문화를 이해하는 시간과 그들을 믿는 시간은 꾸준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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