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화 성공전략 동상이몽

네트워크 확대가 우선순위
 
인도네시아 고속열차에 탄 국내 금융회사는 많지만 현지에 적응한 곳은 많지 않다.

은행권에서는 우리, 하나, 외환, 수출입은행 등이 현지법인으로 영업 중이며 보험쪽에서는 삼성화재, LIG손해보험, 메리츠화재가 현지법인으로 진출해 있다.

증권가에서는 키움증권이 법인으로 진출해 있으며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이 현지 증권사 지분 인수를 통해 제2의 활로를 모색 중이다.
 
◆자체성장 or 인수합병

국내 굴지의 은행인 우리, 하나은행은 각기 다른 전략으로 현지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1992년부터 법인형태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2008년 땅그랑 출장소, 2009년 찌까랑 출장소, 2010년 찌부부르 출장소를 개설했으며 2010년말 현재 자산 4억5000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1본점, 3개 출장소에 직원은 89명(본국직원 9명)에 불과하지만 인도네시아 120개 은행 중 65위에 올라있다.

겉으론 작아도 강한 은행으로 보이지만 BIS비율은 60%에 달해 소극적인 영업을 영위하고 있다란 평가도 받고 있다.

또 우리은행은 현지에서 사업기반을 구축한 교포기업 및 현지 지·상사를 중심으로 한 기업영업을 주로 하고 있어 현지화에 걸맞는 리테일 영업을 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이에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직 현지의 인프라가 미흡하기 때문에 국내 은행의 경쟁력 부분인 금융IT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IT서비스 부분을 인도네시아 환경에 맞게 개발해 나간다면 우월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돼 서버 이전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앞으로 금융수요가 있는 지역에 적극적으로 출장소를 개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인도네시아 현지인들이 인도네시아 우리은행 본점에서 금융거래를 하고 있다.     ©대한금융신문


반면 하나은행의 경우 M&A(인수합병) 전략으로 공략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2007년 인도네시아의 빈탕마눙갈은행을 인수했다.

인수 당시 총직원 96명, 5개 지점으로 시작한 하나은행은 4년이 지난 현재 19개 지점으로 확대했다.

하나은행은 올해 말까지 4개 지점을 추가해 총 23개 지점을 운영한다는 목표다.

하나은행의 영업비중은 현지영업 60%, 한국계 40%로 철저히 현지화에 맞춰있다.

현지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신설한 지점의 위치, 개점 직원은 모두 현지 직원이 일임하고 있으며 전통 인도네시아 스타일의 개점식을 개최하기도 한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네트워크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성적은 우리은행보다 못하다.

하나은행은 현지 120개 은행 중 80위를 달리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인수 후 점포개설 및 인력확충 등으로 2008년 적자를 기록했지만 2009년 하반기부터 흑자 전환하고 있다”며 “인수 2회에 걸친 유상증자로 자본건전성이 개선되고 있으며 적극적인 리스크관리로 자산건전성도 1%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은행의 현지화 전략에 대해 한 전문가는 “현지에 맞는 토착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현지 소형은행보다 중·대형급 은행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부족한 부분을 메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 하나은행은 지난 2007년 인도네시아의 빈탕마눙갈은행을 인수하며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하나은행 미뜨라 지점 내부 모습.     ©대한금융신문

◆경영권 인수 or 파트너십 강화

대우증권은 2007년 인도네시아의 이트레이딩증권 지분 19.9%를 인수하며 현지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지분율을 2008년 26.5%, 2010년 38.35%로 높여가며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이트레이딩증권은 1990년 설립돼 현재 자본금 800억 루피아(약 99억원, 2009년말 기준), 직원 600여명으로 현지 온라인증권사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두 회사는 파트너란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트레이딩증권은 대우증권에 노후화된 IT시스템에 대한 개선을 요청하면서 관계가 형성됐다.

즉 대우증권은 기술을 전수하고 이트레이딩증권은 이를 바탕으로 영업력을 강화할 수 있었던 것.

실제 대우증권의 지분투자후 이트레이딩증권의 시장점유율은 2006년 0.6%에서 2009년 3.61%로 급증했다.

대우증권은 이트레이딩증권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직원 교육은 물론 향후 IB영업을 위한 조직구성, 지원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트레이딩증권 신재원 사장은 “대우증권과 우리는 끈끈한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다”며 “현재는 온라인증권영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향후 IPO, 채권발행 등 IB영업으로 사업을 확대할 경우 대우증권의 노하우가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후발주자인 우리투자증권은 2008년 한국계 인도네시아 기업인 코린도그룹의 증권사인 ‘PT Clemont Securities Indonesia’ 지분 60%를 인수하며 영업에 나서고 있다.

인수 후 사명을 우리코린도증권으로 변경하고 당시 100위권 밖의 회사를 현재 업계 30위권 위로 끌어올렸다.

급성장한 배경에는 경영권을 확보한 후 본사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우리투자증권은 IB와 위탁매매 사업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목표다.

IB부문은 본사 및 싱가포르 IB센터와 연계해 주요 사업분야로 육성하고 현지 증권사들과 제휴를 통해 현지 정부채권 및 회사채 인수, 국내 기업의 인도네시아 기업 M&A자문, 자금컨설팅, 자원관련 사업 투자주선 및 직접투자 등의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위탁매매 부문은 현지 기관 및 외국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주식 및 채권중개에 집중하고 향후 한-인니 상호 증권투자 및 매매시스템 구축과 함께 온라인 매매시스템을 개발해 서비스 및 고객기반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인도네시아 부유층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부문에도 시장을 개척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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