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익선 수석이코노미스트 우리투자증권     © 대한금융신문
 

<대한금융신문> 통화정책, 불확실성 완화를 겨냥하고 있다
 
최근 버냉키 美 FRB 총재는 현재 미국경제의 회복탄력이 크게 약화되었지만 하반기에는 일본 조업 정상화로 부품조달이 원활해지고 석유제품 가격 상승세도 둔화되면서 빠르지는 않지만 완만하고 안정적인 회복경로로의 복귀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미국경제는 일본으로부터 부품 공급 차질, 토네이도와 같은 악천후 그리고 추가 양적완화 정책(QE2) 종료를 앞둔 불안감 등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소위 ‘소프트 패치(Soft patch)’라 불리는 일시적인 경기 둔화를 겪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현재의 우려와는 달리 부품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면서 제조업 가동률이 회복되고, 서비스업의 성장도 완만하게 진행되면서 고용도 평년 수준의 회복세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유동성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안정될 가능성이 높아 소비심리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미국 경제 내에서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고용 및 소득여건 개선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하면서 경기회복의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을 전망이어서 향후 미국경제는 회복세가 강하지는 않더라도 완만한 성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 급감에 대한 우려도 기우에 불과하다는 판단이다. 미국 연준(FRB)이 추가 유동성 공급을 중단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부실한 자산을 국채로 전환하는 이른바 ‘자산구조 정상화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공공기관채 만기도래분 재투자 등을 통해 유동성 위축을 최소화할 것으로 보여 연말까지 연준의 경기부양적인 통화정책 스탠스는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3/4분기 QE2 종료 직후 낮아진 경기 기대감에 비해 양호한 실적들이 발표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위험자산 선호를 재차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시장심리 위축은 유동성 장세 이후 펀더멘털에서 재료를 찾길 원하는 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진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점진적인 경기회복의 진행으로 미국의 경제지표가 다시 양호한 모습을 보일 경우 시장심리도 회복되면서 양적완화 종료의 충격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지난주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로써 한국 기준금리는 금융위기 이전 최저수준인 3.25%를 회복했다.

이번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시장의 예상을 벗어난 결과였지만 한국경제의 견조한 성장세를 다시 한번 확신시켜주는 동시에 하반기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도 일정부분 제거시켜주는 긍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고 본다.

특히 최근 미국 경제의 일시적 둔화(soft patch)와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 부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경제의 성장세가 견조하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하반기에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금리 인상의 속도를 둔화시킬 정도의 환경은 충분히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은 김중수 총재가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듯이 한국의 물가수준은 여전히 높아 현재로써는 올해 연간 CPI 상승률이 한은의 물가목표범위 상단인 4%를 상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한은이 기대인플레이션의 추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물가안정을 꾀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다만 최근 국제선물시장에서 투기적 거품이 빠져나가면서 원자재 가격의 추가상승이 제한되고 있고 향후 수요측면에서의 인플레이션 압력도 가파르게 확대되지 않으면서 하반기 물가 압력이 상반기보다는 다소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한국 주요 내수지표들의 부진을 초래한 일시적 충격들이 완화되고 있고 미국의 QE2 종료 이후 글로벌 유동성 및 경기환경이 통화정책의 기조 변화를 유발할 것으로 보여지지는 않아 한국은행 금통위는 하반기 중 분기당 한 차례 정도의 더딘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금리 수준은 주요 외부 연구기관들이 추정하는 적정 기준금리 수준(4%)을 하회하는 것으로 적어도 연말까지는 통화정책이 긴축적이라고 볼 수 없으며 속도 면에서도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올해 하반기 예상되는 금리수준과 유사했던 과거 2005년 하반기의 금융시장 환경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당시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경제성장 과정에서 완만한 속도의 금리인상이 오히려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성향을 높이면서 주식시장 상승을 견인한 바 있다.

현재 QE2 종료 이후 국제금융시장 환경 변화와 경기둔화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있고 경기 모멘텀상 저점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여 하반기 금융자산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접근하는 역발상적인 지혜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