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投證 유익선 수석이코노미스트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한 이후 기존 정책이 유지된다는 안도감보다는 재정절벽 문제가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재정절벽 봉착 시 내년 미국 재정적자는 기존 시나리오 대비 4870억달러 증가하며 경제성장률은 기존 전망치 대비 0.5% 포인트 하락할 전망이다.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실업률도 현재 7.9%에서 2013년 말 9.1%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당장 내년 1월부터 부시(Bush) 감세종료로 자본이득세가 현행 15%에서 25%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중산층을 위한 부시 감세는 유지하고 싶어하지만 부유층 세금감면은 원하지 않는다.

부시 감세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2001년과 2003년 두 차례에 걸쳐 제정했으며 의회의 동의가 없으면 내년 1월 1일자로 만료되면서 가장 먼저 재정절벽 충격을 미국경제에 던져준다.

부시 감세안 종료 우려는 이미 미국 부유층의 자산 처분을 부추기고 있으며 이로 인해 주식시장에서는 하강압력이 추가로 발생하는 한편 고급주택 매매도 가속화되고 있다.

또 민주당은 100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에는 버핏세(부유세)를 물려 소득의 최소 30%를 세금으로 걷자고 주장하고 있으며 최고 소득세율도 35%에서 39.6%로 인상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공화당은 조세회피를 막고 부유층과 대기업에 대한 세금감면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세입을 늘리는 데는 찬성하지만 부유층 세금 인상에는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부유층 증세 추진을 둘러싸고 오바마 행정부와 공화당의 반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로 인해 재정절벽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 불확실성이 미국경제 및 금융시장
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시점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심각한 폐해가 초당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여야가 재정절벽 문제 해결에 궁극적으로 합의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공화당이 정책마련 지연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장기간 감수하기 어려우며 민주당 역시 재정 건전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절벽 문제 해결에 있어서 관건은 오바마 정부가 공화당에 어떤 카드를 제시할 것인지가 될 것이다.

필자는 오바마 정부가 부자증세 철회보다 기존 입장에서 반 발짝 물러나 세율을 낮추고 오바마 케어 예산도 소폭 감축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공화당의 경우 오바마와 달리 소득세 감면안 연장의 혜택을 전체 소득 계층으로 유지하고 최고 소득세율은 35%에서 28%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인세도 현행 35%에서 28%로 낮추자는 오바마의 제안에서 더 나아가 25%까지 낮추자고 주장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가 법인세를 낮추는 대신 세금우대 조치도 함께 없애자고 주장하는 것과 비교하면 공화당의 주장은 보다 기업친화적이다.

그러나 부자증세 및 법인세 협의에는 재정건전화와 소득양극화 완화라는 국가적 대의가 존재하는 만큼 공화당 측에서도 일정부분의 양보는 필요해 보인다.

결국 경기 재침체(Double dip)를 초래할 수 있는 재정절벽 문제를 양당 모두 방치할 수 없는 이상 일단 현재 세제 혜택을 임시로 연장하는 안에 합의하고 그런 다음 내년 회기 동안 추가 협의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궁극적으로는 의회가 내년 재정지출을 GDP의 1.5% 정도 줄이는 선에서 타협할 확률이 높으며 공화당은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 인상을 일부 받아들일 것이다.

단기적으로 내년 1월부터 자동으로 시행되는 예산안 감축을 연기하고 부시 감세 혜택 가운데 일부만을 종료시키는 수준에서 절충안을 찾는 시나리오가 가장 현실적이다.

이후 내년 1분기 중 부자 증세 및 오바마 케어 예산 축소를 포함한 대타협에 도달하면서 법정 부채한도 상향조정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중기적으로는 재정절벽 불안감 완화 가능성에 무게감을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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