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경영연구소 이새롬 선임연구원

▲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이새롬선임연구원
100세 시대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늘어난 노후기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는 한국사회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다.

대표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여겨졌던 부동산시장이 위축되면서 금융자산을 통한 노후준비에 대한 필요성은 점점 확대되고 있으며 국내 자산관리시장도 이에 맞춰 은퇴준비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이번에 이뤄진 금융세제개편을 계기로 2013년 노후대비 금융상품이 국내 자산관리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의 ‘2012년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로 여전히 높으나, 그 비중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과정에서 은퇴준비의 핵심인 사적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시장의 규모는 2012년 약 280조원으로 추산되며 그 규모가 2020년에는 76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은퇴시장의 성장은 국내 자산관리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데, 금융위기 이전에는 금융소비자들이 주로 자산증식을 목적으로 단기투자와 기대수익률이 높은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저금리 등과 더불어 은퇴준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장기운용과 중위험·중수익 상품, 특히 연금을 지급하는 금융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면 최근 월지급식상품에 대한 높은 인기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은퇴준비가 자산관리시장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은 이미 인구고령화 문제가 우리나라보다 앞서 진행된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던 현상이다.

2012년 말 기준 GDP대비 은퇴시장(사적연금 기준)의 규모는 미국 108%, 영국 112%, 호주 101% 등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약 25%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아직 그 규모가 작으나, 100세 시대에 대한 준비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만큼 앞으로 막대한 자금이 은퇴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예측된다.

2013년 세제개편으로 은퇴상품 중심의 자산관리시장 성장은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앞으로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수령할 경우 종전보다 세부담이 증가하며 이에 따라 퇴직급여를 연금형태로 수령할 수 있는 상품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연금저축 납입금 한도가 종전 1200만원에서 1800만원으로 확대되고, 납입기간이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됨에 따라 지금까지 노후준비가 부족했던 예비 은퇴자들의 연금저축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연금저축 납입금의 경우 연간 4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이 있고 이번 제도개편에서 수령액에 대한 분리과세 기준금액이 기존 공적연금을 포함한 600만원에서 공적연금을 제외한 1200만원으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연금저축은 은퇴준비와 절세효과라는 두 개의 장점을 보유한 상품으로서 인기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번 제도 개편에서는 대표 절세상품으로 인식되던 물가연동국채(2015년 이후 발행되는 채권)와 즉시연금(2억원 이상의 상속형)에 대한 비과세혜택이 종료됐고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종전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인하됐다.

이러한 세제개편의 영향으로 연금저축, 월지급식상품 등 소득분배효과가 큰 연금지급상품에 대한 수요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은퇴자산 확보를 통한 자산관리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상품개발, 재무설계서비스 확대 등 금융회사들의 상품 및 서비스 품질 개선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금융회사들은 기존 금융상품에 연금지급기능 추가, 새로운 은퇴상품 개발 등 상품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절세효과만을 내세운 영업전략보다는 재무설계서비스를 기반으로 고객니즈에 부합하는 최적의 자산관리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기존에는 이러한 자산관리서비스가 PB/WM 고객에게만 한정됐으나 요즘에는 대중적인 재무설계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일부 금융회사들은 자산관리서비스 대상 범위를 확대하기도 했다.

소비자들도 금융상품을 선택할 때 단순히 높은 수익률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이 자신의 투자 목표와 성향에 맞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상품의 꾸준한 납입, 장기운용과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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