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보험조사부(SIU) 자동차보험조사팀 김종훈 팀장

▲현대해상 보험조사부(SIU) 자동차보험조사팀 김종훈 팀장

살인·방화 등 악행 쉽게 저질러
보상심리 공존해 범죄 의식 낮아

<대한금융신문=전선형 기자> 최초의 보험사기는 어떤 사건이었을까. 가장 처음으로 발각된 보험사기는 1762년 영국의 ‘이네스’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이네스라는 한 남자가 자신의 양녀를 피보험자로 지정하고 올드 에쿼터블사와 1000파운드의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한 뒤 양녀를 독살해 보험금을 받으려 했던 것.

이네스는 보험금을 받기 위해 자신을 유산상속인으로 하는 양녀의 자필유서를 보험사에 제출했으나 유서의 증인 2명 가운데 1명이 위조된 유서임을 폭로하며 발각돼 결국 살인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

국내 첫 보험사기는 1975년 1월에 발생한 ‘박분례’ 사건이다. 박분례 씨는 1차로 친언니와 형부, 조카를 방화 살인해 보험금으로 1700만원을 수령했고 이후 1년 뒤 시동생까지 우유에 극약을 타 독살해 보험금을 청구한다. 하지만 연속된 사망자 발생에 의심을 가진 보험사 직원이 끈질긴 조사 끝에 보험사기 임을 밝혀내게 된다.

보험사기는 범죄다. 그것도 살인, 방화 등이 수반되는 최고의 악행이다. 하지만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이들의 머릿속엔 보험사기가 범죄라고 인식은 없다. 그것이 가장 큰 문제다.

현대해상 보험조사부(SIU) 자동차보험조사팀 김종훈 팀장은 “일반인들이 보험사기를 반드시 범죄로 인식하도록 대국민 의식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며 “선진국 사례를 도입해 강력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험범죄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보험사기 범죄의 특징을 알아보면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험사기 범죄 특징을 크게 6가지로 분류했다.

우선 저위험 고소득(LOW RISK HIGH RETURN)의 특징이다. 보험사기는 대체로 경미하게 처벌되거나 관용되는데 반해 발각되지 않으면 고액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어서 일반인이라도 한번쯤 보험사기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2013년 1월 금융감독원 발표에 의하면 2011년부터 2012년 동안 보험범죄 유죄 판결 중 벌금형이 72.1%, 집행유예가 17.3%인 반면 2년 초과 징역형이 0.8%에 불과할 정도로 처벌이 미약하다.

두번째 특징은 혐의 입증의 난해성이다. 보험사기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고의에 의해 재산적 이득을 얻었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수사권이 없는 보험사가 고의를 입증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세번째 특징은 지능적 범죄와 생계형 범죄의 공존이다. 고액의 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해 치밀하고 악의적으로 범행을 계획하는 지능형 경성사기가 존재하면서도 경미한 사고에 대해 장기입원, 피해과장 등의 일반인들이 연루된 생계형 연성사기 또한 광범위한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넷째 사기폐해의 간접성, 광범위성이다. 보험사기 및 범죄는 외견상 보험사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것 같지만 보험료 인상을 통해 피해 주체의 전이 즉, 피해당사자가 현재 보험계약자가 아닌 미래의 보험계약자로 전이된다.

다섯째 보상성 심리와 동조의식 존재이다. 보험사기는 위험보장이라는 무형의 서비스에 대한 불만과 소멸성 보험료에 대한 보상심리가 내제돼 있는데 이러한 보상성 심리 때문에 나타나는 사기가 연성사기이다.

여섯째 범죄의 복합성, 다양성이다. 보험사기와 관련된 범죄는 반인륜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를 수반하는 복합성을 띠며 가족, 친인척, 설계사, 조직폭력배 등이 공모하는 대규모 보험사기가 증가하는 등 다양성을 보이고 있다.

김 팀장은 보험사기를 방지하는 최선의 방법은 국민의식 전환과 함께 제도개선이 시급히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보험사기에 대해 보험사기방지법을 제정해 중죄로 처벌하고 있고 IFB와 NICB라는 강력한 보험범죄 전담 조직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IFB(insurance fraud bureau)는 6년 이상 수사경력의 FBI나 경찰관 40명으로 구성된 보험범죄 전담수사 정부기구이다.

NICB(national insurance crime bureau)는 전직 FBI 및 경찰출신 약 450명 조사요원이 활동 중인 비영리 민간기구로 보험업계와 사법당국의 연계고리 역할, 교육, 홍보, 입법활동 등을 수행하고 있다.

국내 보험업계와 당국에서도 이러한 보험사기의 폐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험회사에서는 전직 경찰관으로 구성된 보험사기 전담 특별조사팀(SIU)을 운영하면서 보험사기를 자체적으로 조사하기도 하고 금감원과 공조를 통한 수사의뢰로 수사기관의 수사를 지원하면서 보험사기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금감원 보험조사국은 보험회사의 보험사기 인지보고 및 국민의 보험범죄 제보를 통해 입수한 정보를 조사, 분석해 경찰 등 수사기관에 수사의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산하에 검찰, 경찰, 국토부, 금감원, 심평원, 생·손보협회 등 8개 기관 12명의 반원으로 구성된 ‘정부합동 보험범죄전담대책반’을 두고 대규모 보험범죄를 전담 수사하는 등 보험사기 수사에 관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2014년까지 한시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김종훈 팀장은 “국내의 경우 미미하지만 제도적인 부분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보험사기죄 신설’ 등 관련 법안 발의도 이어지고 있다”며 “이밖에도 경미한 교통사고로 다치지 않았음에도 상해를 과장해 보험금을 수령하는 사례 등 대규모 보험금 누수를 방지하기 위해 상해발생 교통사고의 경찰신고 의무화 등의 제도개선도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일인(一人)은 만인(萬人을) 위하여, 만인(萬人)은 일인(一人)을 위하여’라는 보험을 표현하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보험제도는 그 공익성과 효용도로 인해 흔히 인류가 만들어 낸 최고의 경제제도라고 일컬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보험범죄가 사회전반에 만연함으로써 국민들의 준법의식을 마비시키고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는 등 이로 인한 폐해는 실로 막대하다”며 “이러한 연유로 보험업계, 금융 및 수사 당국에서는 보험조사업무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조성, 보험사기 조사 및 예방을 위한 인프라 개선, 보험사기가 빈발하는 분야에 대한 테마조사 강화, 대국민 의식전환 활동 등을 적극 전개해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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