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벤처캐피탈협회 김형수 전무이사

▲한국벤처캐피탈협회 김형수 전무이사

<대한금융신문>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창조경제의 실천과제로서 벤처금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지난해 5월 15일 범정부차원의 ‘벤처·창업자금 생태계 선순환 방안’이 발표되면서 벤처업계가 많은 관심을 받았다.

실제로 작년 신규투자 규모는 1조3845억원으로 전년대비 12.3% 증가했고 2001년 이후 신규투자실적으로는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정부정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14년 전망치도 매우 희망적이다.

벤처캐피탈업계는 올해 신규투자 규모를 최소 1조5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3년 벤처펀드 결성규모가 전년대비 두 배나 늘어나 투자재원이 풍부해진 것도 이와 같은 희망적인 전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그러나 벤처금융의 역할이 지속적으로 확대돼 기술력과 아이디어가 뛰어난 기업에 자금공급이 원활해지려면 몇 가지 보완해야 할 과제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코스닥시장의 역할이 확대되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코스닥시장은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미국의 나스닥시장과 비교해 보면 세계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3월 1268이었던 나스닥지수는 2004년 1월 4243으로 약 3.4배나 증가한 반면 코스닥지수는 5년간 500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주시장인 거래소시장의 전체규모(시가총액)와 비교해도 나스닥은 거래소의 3분의1 수준인데 반해 코스닥시장은 거래소의 1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매년 신규로 상장된 업체 수도 가장 활발했던 2000년 전후와 비교해 4분의1이 채 되지 않고 있으며 상장까지의 소요기간도 2005년 약 9년에서 지난해는 13.8년으로 늘어났다.

코스닥시장이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벤처투자가 획기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코스닥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하루빨리 시장의 활력을 회복하는 일이다.

사실 코스닥시장은 너무 오랜 기간 침체돼 있고 그 정도도 매우 심각하기 때문에 상장기준의 수준을 좀 낮춘다거나 무슨 위원회를 만들어 그 격을 다소 높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창조경제를 실천함에 있어 코스닥시장의 중요성을 정부가 직접 표명하고 어떻게 해서든 코스닥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알려야 하며 시장은 이를 받아들이고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단기간의 수급을 개선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다음으로는 코스닥시장을 거래소에서 분리 및 독립해 시장의 특성을 충분히 살리고 거래소시장과 상호경쟁적인 시장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해야 하는 일이다.

코스닥시장은 투자자보호도 중요하지만 기술력이 있는 중소벤처기업의 창업과 성장을 위한 시장으로서 정책의 우선순위가 고려돼야 한다.

‘일반금융’과 ‘기술금융’이 다른 것처럼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차별성을 인정하고 기술주를 위한 증권시장으로서 성장유망기업의 특성에 부합하는 코스닥시장만의 차별화된 정체성 및 관리체계가 확립돼야 한다.

미국, 이스라엘 등 선진국이나 경쟁국에 비해 회수시장에서 IPO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코스닥시장이 벤처금융의 성장은 물론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기술기업의 M&A 확대정책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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