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헤지펀드에 150억달러 배상해야

외환보유고의 절반 넘는 수준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로 아르헨티나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16일 미국 연방대법원으로부터 미국계 헤지펀드에 150억달러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아르헨티나는 판결에 따라 이달 30일까지 이를 이행해야 한다.

특히 6월 30일 이후 30일간의 유예기간이 있는 만큼 디폴트를 면하기 위해서는 오는 7월까지 헤지펀드와의 협상을 완료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판결 후 아르헨티나의 신용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은 13일 1744에서 17일 2627로 급상승하며 4개월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도 이번 사태를 이유로 아르헨티나의 국가신용등급을 지난해 9월 CCC+에서 올해 6월 CCC-로 두 단계 강등했다.

이번 강등 조치로 아르헨티나는 전세계 국가 중 최저 등급을 받게 됐다.

또한 S&P는 아르헨티나의 신용등급 전망에 대해 ‘부정적’이라며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부채조차 갚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아르헨티나가 또 다시 디폴트에 직면한 데는 채무상환을 이유로 미국계 헤지펀드사와의 분쟁이 법적 소송으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 디폴트 선언 이후 2005년 818억달러 중 623억달러에 대해 부채스왑했고 2010년에 나머지 195억달러 중 135억달러를 부채스왑했다.

즉 아르헨티나가 가진 총 채무액 중 93%(758억달러)에 대해서는 채무조정이 이미 완료된 것이다.

하지만 이 중 NML캐피탈을 포함한 미국계 헤지펀드사 두 곳은 남은 7%에 대해 채무상환을 위한 소송을 제기, 승소했다.

이에 따라 현재 아르헨티나는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대량의 셰일가스를 추출하는데도 난항을 겪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아르헨티나가 150억달러의 채무를 상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고는 280억달러 수준으로 채무상환을 위해서 드는 돈이 절반 이상인 수준이다.

아르헨티나가 디폴트에 직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1년 12월 말에도 총 930억달러의 외채에 대한 디폴트를 선언했다.

당시 아르헨티나에는 2년 동안 자금유입이 없었으며 자국화폐인 페소와 미국 달러의 고정환율이 급속히 평가절하됐다.

또 인플레이션이 40%까지 높아지고 실질 GDP가 11% 떨어지는 등의 악영향을 가져왔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모든 채권자와의 채무상환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미국 헤지펀드와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아르헨티나가 전면적 디폴트를 선언하거나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전적으로 따를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현진 선임연구원은 “아르헨티나가 헤지펀드와의 협상을 통해 이번 사태를 해결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보고 있다”면서 “기존 채무자들의 이익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으로 인해 헤지펀드의 협상이 타결될 경우라 하더라도 채무재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잔여채권자들과의 추가적인 협상을 해야 하는 부담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디폴트 위기를 막기 위해 아르헨티나 정부는 국제 채권단에 미국법 적용 대상인 현 국채를 자국법 적용 대상의 새로운 국채로 교환해주겠다고 제안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채권단이 아르헨티나 제안에 응할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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