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탈리아 올해부터 적용 예정

지하경제 흡수해 재정적자 축소계획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 산출에 마약, 매춘 등의 불법거래 활동을 포함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과 이탈리아, 스페인, 아일랜드 등은 이르면 올해부터 GDP 집계에 마약, 매춘, 밀수 등 일명 ‘지하경제’를 반영키로 했다.

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Eurostat)가 오는 2015년 GDP 산출 시부터 지하경제 소득을 반영토록 회원국들에 요구했기 때문이다.

유로스타트는 현재 EU 회원국들 간 GDP 산출 기준을 맞추기 위한 수정작업을 진행 중이다.

매춘과 일부 마약거래가 합법적인 네덜란드에서는 이를 GDP 집계에 반영, 타 국가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회원국들은 2008년 개정된 국민제정체계(SNA) 원칙에 기초해 작성된 역내표준지침에 맞춰 GDP 산출방식을 변경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산출방식이 변경되면 GDP 규모도 확대된다는 점이다.

실제 EU 회원국들이 불법거래 활동을 GDP 집계에 포함할 경우 유럽국가 전체의 경제규모는 2.4% 증가할 전망이다.

영국의 경우 GDP 산출 시 마약을 산입하면 74억달러, 매춘을 산입하면 90억달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2년 조사 결과 지하경제 규모가 GDP의 10.9%에 달하는 이탈리아도 산출방식 변경으로 1~2%의 GDP 증가 효과를 볼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역시 북아프리카나 남미에서 유럽으로 마약, 대마초 등이 흘러들어 가는 관문 역할을 하는 만큼 GDP가 1~2%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성매매가 불법인 핀란드와 스웨덴의 경우에는 GDP가 최대 5%까지 늘어날 것으로 유로스타트는 추정했다.

게다가 GDP는 EU 28개 회원국들로부터 역내 공동예산을 각출하는 기준이 되는 만큼 일부 회원국들의 경우 여타 회원국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재정지원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매춘, 마약, 밀수 등의 지하경제를 GDP 집계에 반영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지지자들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경제 환경 변화 등에 맞춰 GDP의 정의를 적절히 확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소득금액의 절반이 마약소비에 지출되는 국가에서 마약 판매금액이 GDP 산출에 반영되지 않을 경우 소득금액의 절반이 저축된 것으로 잘못 인식될 수 있다는 것.

반면 일부 경제학자들은 GDP에 불법거래 활동을 포함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방식의 GDP 산출방식은 범죄자들의 불법거래 활동을 더욱 음성화 시킬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조세당국의 세수 추적이 더욱 힘들어 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정보량과 정확성은 상충관계를 갖는 만큼 지하경제의 무리한 반영은 GDP 산출의 정확성을 더욱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영국을 위시한 EU 회원국의 사례를 감안할 때 GDP 산출방식은 실물경제 진화에 맞춰 한 국가의 경제력이 가장 잘 반영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통계집계상의 정확성과 신뢰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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