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MC투자증권 이영원 투자전략팀장
최근 정부는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퇴직연금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이번 정부의 발표는 사적연금의 개혁으로 공적연금의 부족분을 보완, 연금소득 대체율을 지속적으로 제고하려는 1차적 의도가 있다.

금융시장으로서도 이번 연금 개혁은 고무적인 사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퇴직연금의 적립금을 보다 합리적으로 운용케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 아래 총 적립금 규모 86조원의 거대자금 퇴직연금은 이제 주식시장의 주요한 수급주체로 부상하게 됐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적립금 운용의 합리화다.

현재 근로자가 가입할 수 있는 퇴직연금은 크게 확정급여(이하 DB형) 혹은 확정 기여형(이하 DC형)으로 나눌 수 있다.

정부는 각 상품 간 합리적 운용을 가로막는 요인을 분석, 이를 통해 연금이 안정성과 수익성을 균형 있게 추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DC형 및 IRP형 퇴직연금의 경우 투자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DC형 상품은 근로자 책임 아래 운용되며 운용성과에 따라 수급액이 결정된다.

이와 같은 DC형 상품의 특성상 위험자산 투자 시 원금손실의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운용을 보수적으로 제한해왔다.

이번 개정안은 DC형의 위험자산 투자 총량 규제를 종래 40%에서 70%로 높인 한편 이 한도 내에서 자산종류의 규제없이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함으로서 DC형 자금운용의 탄력성을 제고했다.

DB형의 경우 DC형에 비해 완화된 규제에도 불구하고 약정된 금액을 지급해야 하는 상품의 특성상 운용이 극도의 안전자산 선호 성향을 보였다.

정부는 이의 개선을 위해 DB형 퇴직연금 도입 기업에 대해 노사 전문가가 참여하는 투자위원회 구성 및 투자원칙보고서(IPS) 작성을 의무화했다.

보고서 작성과 투자위원회 구성을 통해 자산배분이 조금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재편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민연금 역시 엄격한 투자원칙보고서 작성과 기금운용위원회의 공식적 의사결정에 의한 자산배분으로 주식투자비중을 30%까지 확대했으며 이에 따라 매년 4% 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한 바 있다.

적립금 운용의 합리화 못지않게 주목되는 정책은 퇴직연금의 단계적 의무화다.

정부는 퇴직금과 퇴직연금으로 이원화돼 있는 퇴직급여제도를 점진적으로 퇴직연금으로 일원화하도록 의무화하고 기한 내 도입하지 않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과태료 등 벌칙을 부과해 이행력을 확보했다.

퇴직연금이 현재 한국 임금 상승률인 5% 수준으로 성장한다고 가정한다면 전체 기금규모는 2017년 100조원에 이른다.

적립금 운용의 합리화 정책으로 퇴직연금이 국민연금의 수준(30%)까지 주식투자 비중을 확대한다고 가정한다면 퇴직연금은 전체 30조원의 주식 운용규모를 유지하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전체자산 441조원, 국내주식 86조원 수준의 운용규모를 보이고 있는 국민연금의 마켓파워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에 거의 영향이 없었던 퇴직연금이 수급주체로서 시장에 새로이 참여하는 점, 연금 자금의 특성상 단기보다는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점 등을 감안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번 정책은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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