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이컨설팅 김찬수 이사

 
 <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빅데이터라는 용어가 일상화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국내 금융기관은 빅데이터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을 머뭇거리고 있다. 시간이 흐르며 해외 금융기관들의 성공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고 정부 또한 빅데이터 사업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의 빅데이터 사업은 좀처럼 앞으로 나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도대체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국내외 금융기관에서 다수의 IT사업을 진행한 투이컨설팅 김찬수 이사가 그 해답을 들려주었다.

-해외의 글로벌 금융기관들을 보면 빅데이터 분석을 적극 활용하며 수익성 강화에 나서고 있는데 한국은 아직까지 소극적인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기본적으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직접적인 가치 창출을 위해 BI, CRM, EDW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투자한 만큼의 실익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분명한 ROI가 나오지 않으면 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커졌다.

또 IT사업의 성공은 현업의 참여에 달려있다. 차세대 사업의 경우 CEO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되며 현업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뤄졌지만 빅데이터 사업은 차세대만큼 압력이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국내 빅데이터 사업을 IT 주도로 하는 이상 현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빅데이터는 ‘IT’가 아닌 ‘비즈니스’인데 현업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성공적인 빅데이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빅데이터(Big Data)’라는 용어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빅데이터는 지극히 IT적인 관점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데이터’ 혹은 ‘비즈니스 애널리틱스’라는 용어로 접근해야 한다. 이미 삼성은 빅데이터가 아닌 이러한 비즈니스 관점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또 사업에 필요한 핵심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내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 시스템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마존의 경우 ‘추천’과 ‘배송’이 핵심 시스템이다. 이 두 가지에 집중해 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이것이 아마존의 성공 이유라 할 수 있다.

반면 국내 금융기관들이 EDW에 실패했던 이유는 모든 상황에 모든 답을 가지질 원했기 때문이다. 큰 통 안에 필요한 것을 모두 담고 꺼내 쓰길 원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빅데이터 사업을 시작하려는 금융기관들과 IT서비스기업 모두 이전 차세대 사업을 할 때와는 근본적인 마인드부터 달라져야 할 것 같다.
빅데이터는 차세대시스템과 달리 ‘카피(copy)’가 힘들다. 차세대사업은 성공사례를 보고 벤치마킹이 가능하지만 빅데이터의 보이지 않는 비즈니스 알고리즘은 쉽게 따라하기 힘들다.

빅데이터 분석 및 활용을 위한 숨겨진 로직은 해당 금융기관의 핵심 경쟁력이며 이것이 도용되면 그 피해는 엄청날 것이다.

예측하건대 앞으로 IT서비스 모델은 이로 인해 인건비가 아닌 ‘분석노하우’나 ‘콘텐츠’ 등이 담긴 분석엔진을 자산화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해외 일부 업체에서는 IT서비스 기업에게 인건비가 아닌 콘텐츠 서비스 이용료를 지불하거나 사업 수익에 대한 이익배당금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빅데이터 사업에 대해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다면.
빅데이터는 반드시 회사의 비즈니스 수익 극대화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중장기적인 전략을 짜기 위해 분석을 통한 미래 예측과 위기 관리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다.

아마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성공케이스가 나타나면 우후죽순 따라하려고 하겠지만 앞서 말했듯 빅데이터의 분석 노하우는 결코 벤치마킹이 쉽지 않다. 누군가 성공하길 기다리는 것이 아닌 선도적으로 투자해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기업이 미래의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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