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이란<3>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으면서 완벽하다고 생각하거나, 현재는 부족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완벽해질 수 있다고 착각하면서 살아간다.

‘완벽함’에 대한 인간의 바람은 불로장생, 즉 ‘불멸’에 대한 로망만큼 인간의 오래된 ‘절대 희망’이다. ‘완벽함’과 ‘불멸’은 그 자체만으로 인간에게 영원의 힘을 주는 ‘절대반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듯이 인간은 ‘유한성’과 ‘불완전성’에 매번 굴복했다. 다만 이를 철학적 사유를 통해 극복하려 노력했으며 그리고 얻은 답이 ‘변화’와 ‘영혼’이라는 개념이었다.

비록 인간의 육체는 ‘유한성’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인간에게 고유하게 존재하는 ‘영혼’은 사라지지 않고 불멸한다는 개념과 그 영혼은 끊임없이 형상을 변화해가면서 존재한다는 믿음을 갖게 된 것이다. 아래 인용문은 그런 개념과 믿음의 발현이다.

“모든 것은 변할 뿐입니다. 없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영혼은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알맞은 형상이 있으면 거기에 깃들입니다. 짐승의 육체에 있다가 인간의 육체에 깃들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돌고 돌 뿐 사라지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이윤기 역 민음사판《변신이야기》)

고대 로마시대에 쓰여진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에서 피타고라스가 영혼불멸을 말한 내용이다. 영혼은 소멸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육체에 깃든다는 이 내용은 결국 책의 제목에도 영향을 준다.

그렇다면 인간의 영혼만이 그런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인간은 신들의 ‘불멸’과 ‘무한성’을 강조하기 위해 신들의 변신을 적극 옹호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제왕 ‘제우스’를 보자. 그는 에우로페를 유혹하기 위해 하얀 소로 변신했으며, 스파르타 왕 탄타레우스의 아내 레다를 유혹하기 위해서 백조로 둔갑했다. 어찌 이뿐이랴. 빗물로 변신해서 다나를, 구름으로 변하여 이오를, 독수리로 모습을 바꾸어 아이기나와 동침한다.

마음만 먹으면 변신하고, 어떤 목적이든 성취해내는 제우스의 모습은 ‘완전함’을 갈망해 온 고대인들의 ‘희망’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개념은 인간의 영혼에 적용되어 인간의 자존감을 강화시켰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뒷세이아》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오뒷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자신의 고향 아티카로 향한다. 그런데 지중해의 험로에서 갖은 유혹과 난관을 경험하게 된다. 포세이돈의 아들인 외눈박이 괴물 ‘퀴클롭스’와의 힘겨운 싸움, 키르케와 칼립소, 그리고 세이렌, 나오시카 등과의 만남 내지 유혹 등.

그런데 각종 난관과 유혹을 물리치고 고향 아티카에 도착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자신의 아내 페넬로페에게 구애하고 있던 한 무리의 무례한 남자들이었다. 결국 그들을 물리치고 부부는 10년 만에 재회한다. 그리고 오뒷세우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보! 우리는 아직 모든 고난의 끝에 도달한 것이 아니오. 앞으로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노고가 있을 것이고 그것이 아무리 많고 힘들더라도 나는 그것을 완수해야만 하오.”

호메로스는 오뒷세우스를 통해 우리네 인간들은 비록 불완전하지만 난관과 유혹을 이겨내면서 훌륭히 살아가는 존재이며, 끊임없는 난관과 유혹을 물리쳐내는 것이 삶의 본질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장소를 동양으로 옮겨보자. 춘추시대 위나라에 거백옥( 伯玉)이라는 대부가 있었다.

《장자》〈잡편〉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거백옥행년육십이육십화( 伯玉行年六十而六十化)”
나이가 60이 될 때까지 60번 변했다는 내용이다. 거백옥은 그 사상이나 태도가 잘못되면 매번 고쳤으며 나이 60이 되어서야 59년간의 잘못을 깨달았다는 내용이다. 장자는 스스로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개선하는 모습이 참된 인간이 걸어가야 할 길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논어》에도 거백옥이 등장한다. 거백옥의 식구 중 한 사람이 공자에게 문안인사를 드리러 갔다. 공자는 그 사자에게 거백옥의 최근 근황을 묻는다. 그런데 그 사자가 말하기를 “그 분께서는 과오를 줄이려고 애를 쓰지만 아직 해내지 못하셨습니다.”라고 답한다. 이에 공자는 거백옥의 애쓰는 모습도 모습이거니와 사자의 겸손함에 감복한다.

이처럼 사람은 완벽하게 불완전하다. 그 불완전함을 알기 위해 자신을 계속 버리는 것이 반성이며 성찰이고, 그 과정이 인문의 과정이다.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모든 것은 변하지만 어떤 것도 변하지 않는다)
최근 한 광고인(박웅현)의 책에서 소개되어 유명해진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Hremes)의 브랜드 광고 카피다. 그런데 《변신이야기》의 내용과 매우 유사하다. 영혼은 불멸하지만 형체는 변하는 것과 현상은 항시 변하지만 본질은 변함이 없다는 것, 사실상 닮은꼴이다. 그래서 문화는 끊임없는 미메시스(모방)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인간의 변화에 대한 욕구와 성찰은 현재에도 면면히 흐르고 있다. 변화는 성찰과 반성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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