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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획](2) 고령화의 늪에 빠진 일본
[연재기획](2) 고령화의 늪에 빠진 일본
  • 문혜정 기자
  • 승인 2015.04.26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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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과거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은 압축 성장에 필요한 금융자원을 효과적으로 동원하는데 사력을 다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고령화에 따른 저성장·저금리 시대에는 기존 조달측면의 금융중개 역할이 크게 약화되고 대신 은퇴 후 적정한 소비를 위해 급속하게 늘어나는 연금자산의 운용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운용측면의 금융중개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제 금융시스템은 기존의 ‘건전성’ 관점을 넘어 고령화·저성장과 같은 경제환경의 근본적인 변화 속에서 ‘효율성’ 관점의 재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본지는 고령화·저성장 시대의 금융의 역할과 고령화 사회에 먼저 진입한 일본의 사례를 차례로 살펴보며 국내 금융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일본 재정의 블랙홀 ‘사회보장지출’
지난해 4월 1일 일본의 소비세가 5%에서 8%로 인상됐다. 일본 정부는 이달 소비세율의 추가 인상(8→10%)을 단행하려 했지만 가계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때문에 1년 반 정도 추가 인상이 연기된 상태다.

일본 정부는 1990년대 이후 공공투자를 비롯한 정부지출 감축에도 불구하고 인구고령화로 인한 사회보장지출이 급격하게 팽창되며 심각한 재정위기에 직면했다.

자유도가 높은 일반세출 중에서 사회보장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3.8%로 절반을 넘어섰으며 이로 인해 교육, 기술개발, 산업진흥과 같은 생산적 부문에서 재정을 확대할 수 있는 여력이 고갈된 상황이다.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일본의 사회보장 급여는 2050년 257조1000억엔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이는 국민소득 전망치의 62%에 이르는 수치로 사회보장 급여의 급증에 따라 조세부담이 확대돼 국민부담률은 71.6%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된다.

LG경제연구원 이혜림 선임연구원은 “현역 근로세대의 보험료로 고령자의 사회보장 지출을 부담하는 사회보장 제도는 인구증가 시대에나 가능한 방식”이라며 “현재의 고령자가 본인이 지불한 사회보장 보험금 이상으로 사회보장 지원을 받는 방식은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재정적 후세 학대’ 문제를 야기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젊은 층들이 연금 가입을 기피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회보장 시스템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재정지원을 통해 사회보장 시스템을 지속시킬 수 있겠지만 재정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면 결국 연금, 의료 등 사회보장 제도는 붕괴 위기에 처하게 된다.

막대한 재정부담…연금 개시연령 인상 시급
막대한 재정부담 확대의 원인인 연금제도를 혁신하기 위해 고령자의 기준을 현실화하고 연금지급 개시연령을 인상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미 일본은 연금개시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인상했다. 하지만 선진국의 연금 개시연령(미국 67세, 영국 68세)을 고려하면 인구고령화와 재정적자가 더 심각한 일본의 경우 추가적인 연령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인구고령화 시대에 맞게 일하는 기간을 늘리는 사회 개혁에 대한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다.

7~80대 이상의 후기 고령자의 급증을 고려하면 단순히 연금을 삭감하는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령자의 정의를 시대에 맞게 수정하고 평생 현역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연금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서는 ‘평균여명등가연령’이라는 지표를 이용해 고령자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제시했다.

65세 이상을 고령자로 정의한 1960년 당시의 평균여명(남성 11.6년, 여성 14.1년)을 평균여명등가연령으로 정의할 경우 2030년의 고령자의 기준은 남성 77.2세, 여성 78.8세로 추정된다.

고령자의 새로운 정의를 채택할 경우 2030년 고령자 비율은 15.9% 수준에 머물러 연금문제를 비롯한 고령화에 대한 부담이 완화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일본에서 연금 지급연령을 당장 75세나 80세로 올리는 것은 정치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일본 정부는 지급연령의 단계적 인상을 모색하는 한편 디플레이션 탈출에 따른 매크로 경제 슬라이드의 강화, 연금 보험료 인상 등 다각적인 연금 보험 재정 건전화에 노력할 것으로 예측된다.

소비세 18%까지 인상돼도 불황 극복 어려워
일본의 세수는 1990년 55조엔에서 2003년 43조엔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장기불황과 고령화로 인한 복지수요로 사회보장 지출이 급격히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각종 감세 정책을 추진해온 결과다.

특히 버블붕괴 이후 장기 침체로 기업매출이 급락하면서 법인세수 기반이 크게 약해졌다. 일본 정부가 경기대책을 명분으로 각종 조세 특례조치를 실시한 결과 2013년 법인세 수입은 1988년 정점의 절반에도 못 미쳐다.

개인소득세의 경우도 90년대 중반 이후 일련의 감세조치로 소득세가 총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 24%에서 2013년 14%로 감소했다. 일본의 경우 연금관련 비과세 조치나 각종 소득공제가 많아 개인소득과세 부담률은 7%에 불과해 미국 10%, 영국 13% 등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대신 일본 정부가 세제 개혁에 주력해온 분야는 ‘소비세’다.

1989년 3%로 도입된 소비세는 1997년 5%, 2014년 8%로 인상됐다. 선진국의 경우 1970년대 이후 장기적으로 소득세에서 부가가치세로 세수 구조 변화가 나타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소득세는 현역 세대에 상대적으로 많은 과세 부담을 지우지만 소비세는 고령자를 포함한 전국민이 소비 과정에서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근로자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소득세만으로는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급여의 팽창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소비세 증세는 세대 간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부가가치세율이 여전히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며 소비세 증세만으로는 고령화로 인한 막대한 재정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매크로 경제모델을 이용한 시뮬레이션 분석연구에 따르면 소비세 인상만으로 2020년 기초적 재정수지의 흑자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할 경우 소비세율을 적어도 18%까지 인상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흑자 전환 시나리오도 2019, 2020년 기초적 재정수지가 일시적으로 흑자를 기록한 후 2021년부터는 다시 적자로 돌아서는 결과가 나타났다. 3년간 소비세 9% 인상은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적은 데다 그렇게 한다고 해도 재정 건전화의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법인세 과세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에 일본 정부가 허용했던 기업의 세금 감면 혜택을 점진적으로 줄여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업 지원 등을 명목으로 한 비과세 및 감세 혜택 등 조세특별조치의 규모는 2013년 1조2000억엔 규모로 추정되는데 일본정부는 조세특별조치의 적용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재검토함으로써 정책적 감세 규모를 축소시키고 있다.

각종 면세 조치 철폐를 통해 법인세 과세 기반은 넓히는 한편 실효세율 자체는 낮춤으로써 수익성 높은 기업의 일본 본국 투자를 유도해 생산, 고용 확대를 통해 세수를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자산 증세 통해 과세 확대 기대
일본은 전국민의 세금 부담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있다.

인구고령화, 저성장 시대를 맞아 과거와 같이 소득에 대한 과세만으로는 세수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경제성장의 성과인 자산에 대한 과세를 전국민적으로 확대해 세수 기반을 안정화시키려는 전략이다.

상속세의 경우 상속재산 중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기초공제를 40% 축소해 세금을 더 거둬들이게 된다. 일본 정부는 일부의 부유층뿐만 아니라 전국민을 대상으로 자산에 대한 증세를 통해 과세 기반을 확대하려는 모습이다.

상속세를 강화하는 대신 증여세를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는 과도한 증여세를 낮춰 생전 증여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전체 개인 금융자산의 60~70%를 보유하고 있는 고령자의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방안이다.

상속세 강화를 통해 자산을 효과적으로 세수에 활용하는 한편 증여를 통해 고령자 소유 자산의 활용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경제성장에 활용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금 소비세 인상에 주력하면서 소비세의 재원을 사회보장에 활용하겠다고 국민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소비세로 부채를 상환하는 동시에 사회보장도 동시에 줄여나가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인구고령화에 따라 누적된 일본의 재정적자 문제는 일본 이상으로 저출산·인구고령화 압력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 GDP대비 국가부채의 규모가 2012년 기준 약 33%로 당장은 재정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를 보면 안심할 수만은 없다.

일본의 경우 고도성장기를 지나 90년대까지는 재정수지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버블 붕괴로 경제 성장세가 급락하고 이 상황에서 고령화에 따른 지출부담이 빠르게 증가한 결과 일본의 재정수지는 20년 사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혜림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도 최근 성장세가 낮아지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에서 90년대 일본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비율은 2030년 3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현재 일본의 고령자 비율 25%를 상회하는 수치”라며 “우리나라는 예상보다 빠르게 재정이 악화될 수 있고 통일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미래에 대한 대비에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자료제공: 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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