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우리은행장 ‘농구론·3쿼터론’ 일관성 유지
김주하 NH농협은행장 ‘사람장사론’ … 메디치 선례 존재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정치인들은 선거 때만 되면 재래시장을 찾는다. 그리고 으레 포장마차에서 어묵이나 떡볶이를 먹는 모습을 카메라 앞에 노출한다. 최근 재보궐선거 때문에 자주 이런 그림을 TV에서 보게 된다.

이 화면을 접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도 “또 쇼하는구먼!” 정도의 반응일게다. 그런데 카메라 앞에서 어묵이나 떡볶이를 먹는 정치인들도 “내가 쇼를 또 해야 하는구나”하는 생각으로 어쩔 수 없이 이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서로가 알고 있는 ‘쇼’를 해야 하는가? 답은 똑같이 콘셉트를 연출하는 화면에 누군가 다른 화면이 나가면 해당 이미지에 대한 왜곡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한 쪽은 재래시장에서의 친 서민 이미지가 형성되는데, 연출된 그림을 찍지 않은 사람은 해당 이미지가 언론에 노출되지 않게 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엉뚱하게 반 서민 이미지가 형성된다.

그래서 정치인들의 말은 단순하면서 반복적이며, 때로는 비합리적일 정도로 때 쓰기까지 한다. 그걸 알면서도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이 제공하는 이미지를 소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치인들만 이렇게 행동하는가? 그렇지 않다. 일반 기업이든 금융회사든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이미지를 위해 경영진들은 언론에 노출될 기회만 있다면 정치인들과 똑같이 행동한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농구’이야기
여자농구 16연승 우승 기록에 빗댄 이광구 은행장의 농구 ‘3쿼터’ 이야기는 시의적절한 포인트를 잡아 자신의 경영철학으로까지 확장시킨 경우로 볼 수 있다.

정치인들도 매번 똑같은 이야기를 할 때마다, 쑥스러워한다. 이유는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비롯된 본인 행동에 대한 신뢰부족이다. 즉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매번 자신이 똑같은 이야기를 하지만 듣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 대체로 처음 듣는 사람들이고, 설사 두 번 세 번 들었던 사람이 있더라도, 반복 청취는 오히려 듣는 이에게 해당 메시지의 효과를 강화시킨다. '얼마나 중요하면 이렇게 매번 반복할까?‘하는 마음까지 들게 한다. 그런데 화자는 듣는 이의 입장을 알지 못하므로 반복적인 자신의 화법에 대해 믿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광구 은행장의 ‘농구론’은 재미를 본 셈이다. 이 은행장의 후속작은 아마도 농구론 중심의 화두에 ‘해외전략론’이 서브 메뉴로 덧붙는 형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에서 활로 찾은 은행들
초저금리 시대의 금융환경에서 모든 은행들이 해외에서 활로를 찾는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은행들이 해외에 설립할 점포가 올해에만 50개에 달할 정도라고 하니 행보가 호떡집에 불난 듯 요란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에서 지피기 시작한 해외영업 강화는 이제 전체 금융권의 화두다. 이미 영업을 하고 있는 캐나다신한은행, 신한베트남은행 말고도 얼마 전 인도네시아 현지은행의 지분 40%를 취득(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했으며, 이를 캄보디아, 인도, 필리핀을 잇는 아시아 금융벨트로 만든다는 전략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행장실에 대형 세계지도를 걸고 185개의 해외망을 빼곡히 표시하고 해외시장의 수익비중을 6%에서 10%로 끌어올리겠다고 한다. 국민은행도 카자흐스탄의 센터크레디트은행의 수익이 개선되면서 해외에서의 활로를 찾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같은 움직임이 불안하다. 모두가 한 곳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승자 한 명을 빼고는 답이 거기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자연스럽게 해외에서의 국내 은행 간 경쟁은 예상수익을 하락시킬 것이다.

16~17세기 재해권을 장악한 국가는 네덜란드였다. 당시 북해 연안의 국가들이 선박의 갑판면적에 따라 선박세를 부과하자 네덜란드는 베네치아 무기창에서 만들어 온 갤리온선을 포기하고 갑판은 최대한 줄이고 선박의 가운데 부분을 부풀린 듯 설계한 플루이트선을 개발한다. 무기를 적게 실어 해적 등에 노출될 수는 있었지만 단위 선박당 교역량 및 선박세를 피할 수 있었던 플루이트선은 결국 세계의 바다를 네덜란드의 것으로 만들어 주었다.

당시 네덜란드처럼 선박의 설계에 눈길을 준 나라는 한 곳도 없었다. 상선 및 군함 제조의 폭증으로 목재난이 발생하자 나무가 많은 해외 지역에 대한 관심은 높았지만 정작 배를 만드는 기술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은 것이다. 즉 당시의 세계관에서 선박은 ‘갤리온’이라는 고정관념을 깨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국내은행들의 해외 점포를 바라보는 시각은 어떨까?

김주하 농협은행장의 사람장사론
김주하 NH농협은행장이 자주 이야기하는 것이 ‘금융은 사람장사’라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제일 먼저 떠오른 인물 내지 가문은 메디치가였다.

메디치 가문이 처음부터 피렌체의 명문가도 아니었으며, 은행 사업규모도 보잘것없었다고 한다. 교황청의 주거래 은행이 되는 과정까지 구축한 신뢰와 길드의 파업시 시민들의 편에 서는 결단 있는 행동을 통해 피렌체 시민들의 마음을 얻으면서 경쟁 가문들을 물리치고 피렌체 공작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 행장의 영업조직 방문 및 우수 중소기업 CEO를 만나는 행보 등은 워딩 만큼 중요한 입증자료가 될 것이다.

비단 농협은행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금 은행은 물론 금융권 전반의 분위기는 ‘현장중심’이다. 어떤 현장이냐, 그리고 어떤 워딩이냐가 그래서 중요해졌다. 전용 카니발 차량을 이용하는 것도 중요하며 은행장을 포함해 경영진들이 현장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것도 중요하다.

핵심은 ‘마음’이다. 조직원의 마음과 고객의 마음. 말과 행동이 일치하면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 마음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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