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최근 퇴직연금 추가 납입분에 대한 세액공제 한도가 늘어나면서 국내 금융회사 IRP 담당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개인형 퇴직연금인 IRP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지금, 그러나 정작 가입 대상자인 근로자들 대부분은 IRP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본지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서 금융기관 IRP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내용을 바탕으로 IRP의 개념부터 효율적인 적립 및 투자방법, 수령방식 등 IRP에 대해 궁금한 모든 것을 파헤쳐 본다.

세제 혜택 당근 추가로 IRP 관심 폭등
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는 우리말 그대로 해석하면 ‘개인형 퇴직연금’ 즉 자기 이름으로 된 퇴직연금이다.

은행, 증권, 보험사 등 금융회사들은 IRP를 가입대상과 소득원천에 따라 ‘퇴직 IRP’, ‘적립 IRP’, ‘기업형 IRP’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우선 IRP의 개념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IRP의 모태라 할 수 있는 IRA(개인퇴직계좌, Individual Retirement Account)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근속기간은 5년 남짓밖에 안되며 정년퇴직할 때까지 평균 4, 5번은 직장을 옮긴다. 이렇게 직장을 옮길 때마다 퇴직금을 받아 써버리면 노후생활비가 모자랄 것은 뻔한 일이다.

정부는 퇴직급여를 노후생활 재원으로 쓸 수 있도록 이직할 때마다 받은 퇴직금을 모아둘 장치가 필요했다.

2005년 퇴직연금제도를 처음 시행할 때만해도 근로자들은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를 떼고 남은 금액만 수령했다. 정부는 개인퇴직계좌인 IRA에 퇴직금을 다시 이체하면 이미 납부했던 퇴직소득세를 환급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 퇴직금 이체를 유도했다.

하지만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활용하는 사람이 없으면 그뿐이다.

이미 손에 쥔 퇴직금을 다시 내놓는 퇴직자가 생각처럼 많지 않았던 것이다. 퇴직자를 유혹하려면 확실한 혜택이 있어야 하는데 퇴직소득세와 연금소득세의 차이가 크지 않아 가입자들이 세제 혜택을 피부로 느끼기 어려웠다.

IRA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좀 더 강력한 유인이 필요했다. 정부는 ‘채찍’을 먼저 빼들었다.

2013년 7월부터 퇴직연금 가입자가 55세 이전에 퇴직하면 퇴직금을 IRP계좌로 의무적으로 이체하도록 한 것이다. 이름도 IRA에서 IRP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 방법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퇴직자 열명 중 아홉명은 퇴직금이 IRP계좌로 이체되자마자 바로 찾아 썼기 때문이다. 퇴직금을 IRP계좌에 계속 머물게 하려면 뭔가 확실한 혜택이 있어야 했다.

결국 정부는 올해부터 확실한 ‘당근’을 추가했다.

퇴직금을 IRP에 이체한 다음 연금으로 받으면 일시금으로 받을 때보다 세금을 30%나 차감해주기로 한 것이다.

장기근속자나 명예퇴직금을 받아 퇴직소득세 부담이 큰 사람 입장에서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금융회사들이 최근 퇴직금을 보관했다 연금으로 받는 ‘퇴직 IRP’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적립 IRP, 세액공제와 연금자산 일석이조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이나 IRP에 자금을 추가로 적립할 수 있지만 지난해까지 추가 납입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굳이 DC나 IRP가 아니라도 원하는 세액공제를 받는 데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연금계좌’에 대한 연간 세액공제 한도가 700만원으로 확대됐는데 이 중 300만원은 무조건 DC나 IRP에 적립해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연금저축에 아무리 많은 금액을 저축해도 연간 400만원밖에 세액공제를 못 받기 때문에 연말정산 때 400만원 이상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IRP계좌를 개설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물론 ‘퇴직 IRP’와 ‘적립 IRP’가 법적으로 구분된 것은 아니다.

금융기관에서 적립 IRP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근로자들이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추가 납입하는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붙인 명목상의 상품으로 하나의 IRP에 퇴직금을 이체하거나 추가로 적립할 수 있다. 하지만 적립금을 인출할 때 세금을 계산하는 방식이 달라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두 가지를 구분하고 있다.

퇴직 IRP와 적립 IRP는 퇴직금이 됐든 추가 납입금이 됐든 근로자나 퇴직자가 개인 돈을 가지고 가입한다는 점에서 ‘개인형 IRP’라 할 수 있다.

반면 ‘기업형 IRP’는 회사가 부담금을 납입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는 상시근로자가 10명 미만인 사업장에서는 사용자가 개별 근로자의 동의를 받거나 근로자의 요구에 따라 IRP제도를 설정하면 퇴직급여제도를 설정한 것으로 본다.

이때 사용자는 가입자 별로 연간 임금 총액의 1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부담금을 현금으로 가입자의 IRP계좌에 납입해야 한다. 이를 두고 기업형 IRP라고 부른다. 기업형 IRP 또한 근로자가 본인의 IRP계좌에 추가로 자금을 납입할 수 있고 연말정산 때 저축금액에 대해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다.

IRP 투자, 원리금 보장 받으려면
IRP 가입자는 예금과 보험부터 펀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하나의 상품을 골라 투자하거나 있고 여러 상품을 골라 포트폴리오로 투자할 수도 있다.

현재 IRP에서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은 ‘원리금 보장 상품’과 ‘실적 배당 상품’으로 구분할 수 있다.

원리금 보장 상품으로는 은행의 예금과 보험사의 원리금보장형 보험, 증권사의 원리금보장 ELS가 있으며 실적 배당 상품으로는 펀드와 실적배당형 보험이 있다. 어떤 상품을 선택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IRP 가입자의 재량에 달렸다.

대표적인 원리금 보장 자산으로는 ‘정기예금’이 있다. 정기예금은 상품별로 각각 만기와 이율이 정해져 있다. 금융기관에서는 여러 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 중 이율이 높은 것을 고르면 된다. 일단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만기가 될 때까지는 가입 당시 이율을 적용받는다.

원리금 보장 보험에는 ‘이율보증형’과 ‘금리연동형’이 있다.

이율보증형 보험은 보증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처음 가입할 때 약정한 이율을 보장받는다는 점에서는 정기예금과 유사하지만 통상적으로 이율보증형 보험이 정기예금보다 조금 더 높은 이율을 제시한다.

금리연동형 보험은 매달 보험사가 발표하는 ‘공시이율’을 적용해 적립금을 운용한다. 매달 바뀌는 공시이율은 새로 저축하는 돈뿐만 아니라 이미 적립된 돈도 적용된다.

요즘처럼 금리가 계속 떨어지는 시기에는 금리연동형 보험이 이율보증형 보험에 비해 불리한데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금리연동형 보험에는 ‘최저보증이율’이 있다.

공시이율이 아무리 떨어져도 보험사는 최저보증이율을 보장해야 한다.

7월부터 상품별 투자 한도 없어져
원리금이 보장되지 않는 실적 배당 상품으로는 ‘펀드’와 ‘실적배당형 보험’이 있다.

실적배당 상품은 투자 대상에 따라 크게 채권형, 주식형, 혼합형으로 나눌 수 있다. ‘채권형’은 적립금을 전부 국공채와 회사채 등에 투자하며 주식에는 투자하지 않으며 투자지역에 따라 국내 채권형, 해외 채권형, 국내외 혼합 채권형으로 구분된다.

‘국내 채권형’은 국내 국공채, 우량 회사채 등에만 투자하므로 비교적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손실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반대로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해외 채권형’은 다른 나라 국채와 회사채에 투자한다. 국내 채권에만 투자할 때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채권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특정 국가 채권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은 환율 변동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현재 IRP 가입자는 해외 채권에 최대 30%까지 투자하는 국내외 혼합 채권형 상품에만 가입할 수 있지만 7월부터는 해외 채권에만 투자하는 상품도 선택할 수 있다.

‘주식형’은 투자자산 중 6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IRP 가입자는 주식 비중이 40%가 넘는 상품에 투자할 수 없었지만 이 또한 7월부터는 상품별 투자 한도가 없어지고 IRP 적립금 중 최대 70%를 주식형 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혼합형은 채권과 주식에 나눠 투자하되 주식 비중이 60%를 넘을 수 없는 상품을 말한다. 현재 IRP 가입자는 주식 비중이 40% 이하인 상품에만 가입할 수 있으며 혼합형 상품은 주식과 채권 간의 자연스러운 자산 배분이 이뤄진다는 장점이 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투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바빠서 IRP 관리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면 금융기관의 자동운용상품 서비스 이용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증권사의 랩어카운트(Wrap Account)나 보험사의 모델 포트폴리오(Model Portfolio)를 활용한 보험상품들은 상품 선택과 투자 비중 조절을 금융기관에서 알아서 적절하게 운용해준다”고 조언했다.

자료제공: 미래에셋은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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