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최근 퇴직연금 추가 납입분에 대한 세액공제 한도가 늘어나면서 국내 금융회사 IRP 담당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개인형 퇴직연금인 IRP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지금, 그러나 정작 가입 대상자인 근로자들 대부분은 IRP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본지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서 금융기관 IRP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내용을 바탕으로 IRP의 개념부터 효율적인 적립 및 투자방법, 수령방식 등 IRP에 대해 궁금한 모든 것을 파헤쳐본다.

손쉬운 분산투자로 위험 최소화
예금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이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대부분 1% 대에 불과하다. 연 2%도 안 되는 정기예금에 퇴직금과 추가적립금을 전부 담아두자니 성에 안 차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펀드와 같은 실적 배당 상품에 투자하자니 겁이 난다. 높은 수익에는 그만한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최근 금리가 떨어지면서 다들 이 같은 고민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다행히 IRP에서는 실적 배당 상품에 투자할 때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몇 가지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

먼저 ‘분산투자가 쉽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직장을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을 IRP에 이체하려고 할 때 목돈을 한꺼번에 펀드에 투자하려니 불안하고 정기예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 상품에 맡겨두자니 금리가 마음에 안 들 수 있다.

하지만 펀드에 투자한다고 해서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현재 IRP에서 가입할 수 있는 펀드는 주식 비중이 40% 이하인 채권혼합형 펀드뿐이다. 퇴직금을 전부 펀드에 투자한다고 해도 주식에 노출되는 자산은 많아야 40% 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이것도 불안하다면 주식 비중이 더 낮은 펀드도 있다.

반드시 한 상품에만 투자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정기예금과 펀드 중 하나만 골라 적립금을 모두 담을 수 있고 정기예금과 펀드에 적립금을 반반씩 나눠 투자할 수도 있다. 펀드도 하나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를 동시에 골라 원하는 비율대로 투자할 수 있다. 이렇게 자산을 분산 투자하면 그만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퇴직금과 같은 목돈뿐만이 아니라 근로자가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추가로 납입하는 금액(적립 IRP)도 다양한 상품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 매달 들어가는 돈(부담금)과 이미 쌓여 있는 돈(적립금)도 쉽게 구분해 관리가 가능하다. 운용 지시를 할 때 부담금과 적립금에 대해 별도로 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마련 돼 있기 때문이다.

상품 선택은 금융기관을 직접 방문하거나 인터넷으로도 손쉽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매달 적립하는 돈을 A, B, C펀드에 각각 30%, 40%, 30%로 나눠 투자하려고 한다면 금융회사 홈페이지에서 펀드와 투자 비율을 입력한 후 클릭하면 끝난다. 가입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펀드 종류와 투자 비율을 변경할 수 있다.

투자시기 분산·리밸런싱 통해 안정적 관리
‘투자 시기 분산이 쉽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목돈을 주식형 펀드에 넣는다고 가정했을 때 주식시장이 바닥을 찍을 때 투자하면 이 투자자는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바닥에 도달했을 때 투자심리는 최악인 경우가 많다. 너도 나도 주식을 팔 때 나 혼자 주식을 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주식시장이 지나치게 올라서 급격한 하락을 목전에 두고 있을 때는 모두가 주식시장으로 몰려든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이럴 때 주식형 상품에 투자한다.

이런 투자시점 선택의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투자 시기를 분산하는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내가 가진 돈이 1200만원이라면 그 돈을 매달 100만원씩 분산해 1년간 나눠 투자하는 형태다. 이렇게 투자하면 매입한 가격이 1년동안 주식시장 가격 평균이 되므로 최상의 결과는 나오지 않더라도 최악의 결과는 피할 수 있다.

투자 시기를 분산하려면 우선 IRP 가입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IRP에 가입하는 근로자들은 연말에 한꺼번에 목돈을 펀드에 투자하기보다는 매달 일정한 금액을 자동 이체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자연스럽게 투자 시기가 분산된다.

문제는 퇴직금과 같은 목돈을 IRP계좌에 이체하는 경우다. 이때는 금융기관에서 제공하는 ‘분할매수’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분할매수 서비스란 목돈을 비교적 안전한 자산에 보관하면서 매달 일정한 금액씩 떼서 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퇴직자가 퇴직금 1억2000만원을 IRP계좌에 이체하면서 1년 동안 분할매수를 요청하면 이후 금융기관이 매달 1000만원씩 자금을 나눠 펀드를 매입해준다. 다만 분할매수 서비스는 모든 금융기관에서 제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퇴직금을 IRP계좌로 이체하기 전 금융기관에 해당 서비스를 문의해봐야 할 것이다.

IRP 투자 시 ‘리밸런싱이 쉽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요소다.

리밸런싱이란 포트폴리오의 투자 비중을 처음 계획했던 대로 되돌리는 것으로 리밸런싱을 잘 활용하면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어떤 투자자가 퇴직금을 A펀드에 20%, B펀드에 50%, C펀드에 30%를 투자했고 1년 뒤 A펀드는 상대적으로 수익이 좋았고 B펀드는 수익이 나빴다. A, B, C 3개 펀드의 투자 비율은 각각 40%, 30%, 30%로 변화됐다.

이때 많이 오른 A펀드를 일부 팔아 상대적으로 가격이 덜 오르거나 떨어진 펀드를 매입해 다시 처음대로 투자 비율을 20%, 50%, 30%로 조정하는 것을 리밸런싱이라고 한다. 리밸런싱을 하면 포트폴리오 내에서 많이 오른 펀드를 처분해 운용하기 때문에 투자 위험이 그만큼 줄어든다.

하지만 투자자가 정기적으로 리밸런싱을 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같은 투자자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일부 증권사에서는 IRP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 선정에서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지원해주는 ‘랩어카운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보험사에서도 모델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다음 여기에 맞춰 정기적으로 자산을 리밸런싱해주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를 잘 활용하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위험은 줄이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

7월 기점으로 IRP투자에 주목해야
IRP 투자는 7월 기점으로 큰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로선 적립금을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에 40% 이상 투자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7월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원리금 비보장 자산에 대한 총 투자한도가 40%에서 70%로 확대될 뿐만 아니라 개별 자산에 대한 운용 한도도 폐지되기 때문이다. 적립금 중 30%만 원리금 보장 자산에 투자하면 나머지 70%는 주식형 펀드에 담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단 주식이나 전환사채·후순위채권·사모펀드 등과 같은 고위험자산에는 여전히 투자할 수 없다.

IRP 적립금을 전부 채권형 펀드나 채권혼합형 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사람은 원리금 보장 자산의 범위를 살펴봐야 한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규정을 개정하며 ‘주식투자 한도가 40% 이하인 펀드’에 원리금 비보장 자산 투자 한도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채권형 펀드와 채권혼합형 펀드에 100% 투자했던 근로자와 퇴직자들이 한꺼번에 상품을 변경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IRP 적립금을 70%는 주식형 펀드에 나머지 30%는 예금에 투자했을 경우 주가가 상승하면 원리금 비보장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이 70%를 초과하게 되는데 이 경우 투자자산의 시장 가치가 변동되며 한도를 초과했기 때문에 규정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며 “단 금융회사는 IRP 가입자에게 해당 사실을 통보하고 운용 방법 변경을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 미래에셋은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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