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당량 채우기 급급한 영업방식서 벗어나

소비자 이익 우선되도록 시스템 개편 실시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두루뭉실하고 따발총처럼 빠른 설명, 지인 소개 위주의 깜깜이 영업 등 소비자의 만족보다 판매실적 채우기에 급급한 금융회사 직원들 탓에 전세계적으로 불완전판매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영국, 아일랜드 등 몇몇 유럽국가에서는 사후 손해배상, 제재의 수준 및 절차의 유효성을 높이는 노력과 함께 불완전판매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제거하려는 개선노력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영국 금융당국은 불완전판매의 근본 원인으로 직원 보상체계를 지목하고 22개 금융사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 대응책을 마련했다.

실태조사 결과 금융당국은 판매직원들에 대한 보상체계를 적절히 운영하지 못한 로이드TBS은행(Lloyds TBS Bank)과 스코틀랜드은행(Bank of Scotland)에 대해 28억 파운드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과징금을 부과받은 금융사는 대체로 △판매실적에 따라 보상이 확대되거나 최초 목표달성자에 한해 높은 보상한 제공 △여러 종류의 상품 중 일부 상품을 목표량만큼 판매하지 못하면 전체적인 보상 미제공 △대체가 가능한 상품임에도 보상을 서로 다르게 하거나 부가상품을 판매하면 보상규모 상향 등 불완전판매를 유발할 수 있는 보상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금융당국 측은 “금융사들은 그들이 제시한 판매직원 보상체계가 불완전판매를 얼마나 증가시키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얼마나 피해를 보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불완전판매를 감소시키기 위한 판매직원들의 인센티브 체계 개선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소비자의 만족도, 철회건수, 민원건수 등 판매의 질에 따라 보상체계 개편 △보상의 양적상한선 설정 및 판매목표 초과 시 오히려 보상규모 감소 △기본급여 대비 인센티브 비중 과도하게 높게 산정 금지 △과거 일정기간 동안 판매실적 반영해 목표치 설정 △소비자가 상품구매 철회 시 금전·비금전적 보상 모두 환수 △판매직원들의 실적 및 상품에 대한 이해도 제고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있는 판매직원에 대한 모니터링 및 미스터리쇼핑 실시 △판매직원에 대한 보상체계가 불완전판매로 이어지지 않는지 상시검사시스템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영국뿐 아니라 아일랜드도 자국 내 금융사 보상체계에 대한 점검 및 제도정비를 실시하고 있다.

아일랜드 중앙은행은 지난해 은행, 보험, 금융투자기관 등 15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판매직원 보상체계에 대한 조사를 약 18개월간 진행했다.

조사결과 대부분 금융업권의 보상체계는 소비자의 만족보다 고위험 상품이 판매되도록 설계돼 있고 보상의 상당부분이 판매규모, 수익, 판매 할당량 달성 등에 기초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현재 아일랜드 중앙은행은 소비자 이익에 기초한 상품판매를 중심으로 한 보상체계 및 정기적인 평가구조 마련, 이해상충 및 보상체계 관련 위험요소를 평가할 수 있는 모니터링시스템 구축, 판매직원 보상에 대한 정보공개 등이 포함된 모범규준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유럽처럼 전반적인 개선은 아니지만 미국 역시 필요에 따라 보상체계를 규제하고 있다.

미국은 1994년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연방예금보험공사, 통화감독청, 저축은행감독청 등이 함께 비예금투자상품의 소매판매에 대한 규제를 신설한 바 있다.

이 규제를 통해 미국 금융당국은 판매직원에 대한 보상이 판매 성공여부에 관계없이 자문 혹은 추천서비스 명목으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출 담당 직원의 보상에 대해 이자율, 담보형태 등에 기초되지 않도록 한 차례 규제를 진행했다.

이와 함께 신용카드 부가상품을 판매한 직원에 대해 판매실적과 관련해 보상을 하기 위해서는 회사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엄격히 적용하도록 규제하고 불완전판매 시 보상을 전면 금지시켰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해외 사례에 따라 불완전판매에 취약한 국내 금융사들의 보상체계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금융연구원 이규복 연구위원은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제도가 발전돼 있고 원칙중심의 규제를 적용하는 영국의 경우 ‘회사는 적정한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가지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업무를 통제하고 조직을 관리해야 한다’는 영업원칙에 기반해 잘못된 보상체계에 대한 제재를 가하거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금융사들도 개별 금융사 또는 협회 등의 차원에서 판매직원 보상체계를 면밀하게 평가, 분석해 불완전판매를 억제하고 소비자의 만족도를 제고할 수 있는 보상체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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