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한국은 2018년 고령사회에 진입 후 2020년 고령화의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은퇴 전후의 연령층이 가계의 자산구성 변화 압력에 직면할 전망이다.

국내 가계 자산은 일본의 절반 밖에 안되며 고령층의 금융자산 만으로 한정하면 일본의 4분의 1까지 떨어진다. 문제는 일본의 가계부채는 60세 이후 거의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고령세대는 40대보다도 부채가 많다는 점이다. 고령화 영향이 본격화되기 전 가계의 금융자산 축적을 제고할 수 있는 정책당국의 효율적인 대응이 시급한 시점이다.

한국 고령화 충격 ‘일본보다 훨씬 클 것’
전문가들은 고령화의 영향이 본격화될 시점인 2020년이면 문제의 심각성이 직접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7년부터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고 2018년에는 고령인구 비율이 14%를 넘는 고령사회에 진입해 고령화에 대한 영향력은 급격하게 커질 전망이다.

올해부터 ‘베이비부머’의 정년이 시작되는 한국은 2020년 그들 대부분이 은퇴상태에 놓이면서 소득과 소비 감소, 저축률 하락은 물론 자산 재조정, 부동산 가격 조정 등 고령화에 따른 저성장 압력 또한 가중될 것이다.

5년 후의 한국은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과 함께 은퇴자들의 노후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얼마 남지 않은 긴급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국내의 고령화 영향은 일본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곽영훈 연구원은 “한국은 1947년부터 1949년 사이의 일본 단카이 세대 은퇴가 가져온 변화보다 더 심각한 고령화의 파고가 기다리고 있다”며 “부유한 단카이세대는 고령화에 대비가 돼 있었던 반면 한국의 베이비부머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실 일본 고령세대는 어느 연령층 보다 많은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세대가 일본 전 세대 금융자산의 60%, 실물자산을 포함한 총자산의 80%를 보유 중이다. 60대가 가장 많은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70대에서는 보유액이 다소 줄지만 그래도 50대보다는 훨씬 더 많다.

특히 일본 고령자 가계는 소비 지출의 70%를 연금으로 충당하고 있어 서둘러 자산을 처분해야 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상속세를 강화하는 대신 증여세를 완화함으로써 고령세대의 자산을 젊은 세대로 이전하도록 유도하는 중이다.

부자 노인 둔 일본과 절대적 비교 안돼
반면 국내 고령세대 및 은퇴준비 세대는 보유자산의 규모와 구조 양쪽 면에서 모두 심각한 문제가 있다.

국내 고령자 및 은퇴준비 세대의 가계자산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자산 비율은 일본이나 대만의 절반도 안된다. 자산규모도 2012년 1인당 금융자산이 한국은 5020만원을 보유한 반면 대만은 9310만원, 일본은 1억7230만원을 보유하고 있다.

고령층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진다.

국내에서는 50대에 가계자산이 최대가 되고 60대의 금융자산 보유액은 40대의 절반에 그친다. 40대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금융자산액이 비슷하지만 60대는 일본이 한국의 4배에 이른다.

이 때문에 2020년 이후 국내 은퇴세대는 재취업이나 실물자산 처분에 내몰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자산가격의 급변동은 국내 경제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고령층일수록 가계자산 중 실물자산의 비중이 높은 점 또한 큰 약점이 된다.

국내 1인당 순자산은 대만에 약간 못 미치고 일본의 절반 수준으로 그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부동산 편중이 심하고 고령화될수록 그 비중이 더 커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부동산은 가격변동 위험에 노출돼 있고 유동화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 부동산 가격이 지금처럼 계속 하락 추세를 이어갈 경우 리버스 모기지 등 고령화의 영향을 완화시킬 수 있는 수단이 제한될 우려가 크다.

50~60대에도 여전히 과도한 가계부채를 안고 있다는 점도 고령화를 앞둔 한국의 어두운 단면이다.

1인당 금융부채는 한국이 2310만원, 대만이 2190만원, 일본이 3920만원이다. 한국은 부채의 절대 규모 자체보다는 상환능력에서 문제가 특히 되고 있다.

금융자산과 부채의 비중을 살펴보면 한국은 2.2배로 대만이나 일본의 4.3~4.4배의 절반에 불과하다. 하지만 고령세대에 부채 상환이 몰리면서 고령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돼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큰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가계 금융자산 형성이 고령화 정책의 핵심 돼야
곽 연구원은 “가계의 금융자산 형성을 돕는 것이 고령화 대응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령화와 가계자산 구성의 취약성 때문에 향후 은퇴준비세대를 중심으로 자산 포트폴리오의 재조정 압력이 갈수록 커질 것이다. 정책당국은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으며 이 때 가계의 자산과 부채의 특성에 맞춰 대응책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의 고령화 정책 최우선 순위는 실물자산의 금융자산 전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일본경제는 1990년 이후 토지와 주식 등 자산가격의 하락으로 1000조엔 이상의 국부를 잃고 이것이 다시 장기경기침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고령층이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해 현금 흐름을 창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금융자산을 축적할 수 있게 지원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 부동산 금융제도 개선을 비롯해 역모기지 활성화, 역외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을 덜어 자산형성을 할 수 있는 여력을 조성해줘야 한다.

가계부채 문제가 경제와 금융시스템에 충격을 주고 이것이 다시 경기침체를 불러오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는 대부분 부동산과 연계돼 부동산 가격의 급락은 위험신호가 될 수 있다.

동시에 젊은 세대를 주택자금 부담에서 해방시켜 일찍부터 금융자산을 형성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상반된 목표도 달성해야 하는 이중 부담이 당국에게 있다.

‘재정’은 고령화 대응의 최후 보루
정책당국은 세제나 제도 변경을 통해 고령세대의 금융자산 형성을 촉진시키고 재정부담 감수와 함께 재정 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재정은 고령화 대응의 최후 보루이기 때문이다.

고령화 대응은 대규모 재정 지출이 동반되고 장기간에 걸친 자원이 효율적으로 분배돼야 하며 세대 간 형평성도 고려해야 하는 상당히 복잡한 문제다. 그러나 넋 놓고 적절한 집행 시기를 놓치면 추후 더 큰 재정지출이 필요하게 될 수 있다.

일본이 고령화 초기에 좀 더 적절한 재정 및 금융정책을 실시했다면 재정 적자의 고착화와 GDP의 250%에 달하는 막대한 정부부채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고령화 진전은 부실채권 증가로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수익성을 저하시키기 쉽다. 이 때문에 가계에 영향을 미칠 고령화의 충격을 완화해야 금융기관도 생존할 수 있다.

곽영훈 연구원은 “금융기관은 가계의 금융자산 형성에 도움이 될 양질의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큰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자금 조달과 운용이라는 본연의 기능과 함께 금융자산의 축적과 관리를 통해 고령세대는 물론 고령화시대의 부담을 떠안게 되는 모든 세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금융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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