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주 행장 강연서 ‘실패를 이겨내는 DNA가 혁신’ 강조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실패하지 않고 성공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한다. 최근 출간되는 자기계발서에는 ‘실패력’을 담고 있는 책들이 유난히 많다. 실패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실패력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란 것을 강조하는 책들이다.

도전으로 똘똘 뭉친 지역으로 실리콘벨리가 있다. 여러 중소 도시가 모인 추상적 개념의 이 지역에는 성공신화 만큼 쓰라린 실패 스토리를 만들고 있는 장소다. 이 지역의 창업실패율은 30~40%라고 한다. 그리고 20년 이상 생존 기업은 10%에 불과하다고 하니 냉혹한 현실은 환상과 꿈을 모두 인정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실패가 끝은 아니다. 실리콘벨리는 실패도 경력이다. 새로움을 창조하는 인간의 아이디어는 오히려 실패 속에서 만들어지고 탄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이 혁신전도사로 나섰다.

‘작은 성공의 반복이 중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권 행장은 ‘실패를 이겨내는 DNA가 혁신의 핵심’임을 강조하며 ‘혁신을 즐겨야 한다’고 말했다.

손자병법의 예를 들어 ‘작은 성공의 반복이 중요’하므로 현실의 벽에 좌절하지 말고 도전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권 행장의 말대로 미국은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이, 그리고 중국은 바이두, 텐센트 등이 대표적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1976년 창립된 애플을 제외한 모든 기업이 2000년 전후로 만들어진 기업들이다. 따라서 이들 혁신기업의 평균나이는 10년을 조금 넘어섰다.

그런데 우리는 대기업 인프라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에 막혀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동안 우세를 보였던 국내 주력산업의 경우 대자본 투자를 통해 후발국이 쉽게 추격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권 행장은 지적한다.

그런 측면에서 새로운 관점의 젊은이들이 중후장대형 산업이 아닌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개발해 적극적으로 도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권 행장 강연의 요지다.

벤처가 가능했던 미국 서부
청춘의 도전만큼 사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그러나 도전의 아름다움은 그 성공 여부가 아니라 도전 자체에 있다는 것을 사회적으로 수용할 경우에 한정한다. 미국의 벤처들이 모여 있는 실리콘벨리의 이야기나 중국 신흥기업들의 도전은 각각 자국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면서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선 미국의 주요 벤처들을 살펴보자. 미국 서부 IT벤처의 역사는 소련이 수소폭탄과 인공위성체를 발사하던 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앞선 과학 기술력을 보여주며 급성장을 하던 소련에 대한 안보 위협을 느낀 미국은 알래스카와 태평양 연안에 요격을 위한 시스템 등 국방 투자에 집중했으며 이에 대한 기술지원을 위한 기업들이 태평양 연안에 자리하게 된다.

지금은 사전에서나 확인할 수 있는 진공관이나 트랜지스터 등을 이용한 컴퓨터가 개발되었고 완성된 기계들은 서부 주요 라인에 요격 정보를 계산하기 위해 설치되었다. 그리고 이 요격기지 내지 군 시설에 설치된 컴퓨터의 연결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인터넷이 개발된다.

이처럼 새로운 기기와 사상 및 개념이 거침없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경제 중심이었던 미국 동부로부터 상당한 거리가 떨어져 있어, 주요 의사결정자들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었던 분위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탠퍼드 대학 등의 우수한 인재들이 실리콘벨리 등에 합류하고, 창고를 사무실로 한 기업의 창립도 이어지게 된다.

IBM이나 AT&T, 그리고 제록스의 연구소는 당대 최고의 연구소들이었다. 미국 전체 특허를 이 연구소들이 다 소유했을 정도라고 말할 만큼 뛰어난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들의 본사는 모두 미 동부 지역에 있었다. 간섭받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던 분위기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DNA’가 형성된 것이다.

여기에 가부장적 권위주의 문화에 대한 젊은 세대의 거부 의사가 운동으로 변하면서 서부는 동부의 관점에서 불온한 집단의 온상이 되었다. 그런데, 볼온한 집단이 지향하던 ‘오픈 정신’ 및 ‘탈권위 의식’은 오히려 혁신 DNA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 것이다.

기득권 없는 중국의 기업 환경
마윈의 알리바바, 샤오미, 바이두 등 중국 기업의 성장은 거침이 없다. 짝퉁이라고 홀대받던 몇 년 전과는 상전벽해다. 알리바바는 세계적인 기업인 이베이를 항복시켰으며 샤오미는 짝퉁 오명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를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위그룹으로 밀어냈다. 전자산업에서 시작된 이 같은 추격은 기계, 조선업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인구와 자본이 결합된 중국의 ‘선발국 따라하기 모델’은 지금까지 실패 없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권 행장의 이야기처럼 대규모 자본으로 설비투자를 하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는 산업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 젊은이들의 벤처 붐은 사정이 다르다. 대기업 중심으로 기업문화가 고착된 우리와 달리 중국은 기존 기득권을 주장할 기업이 없다. 새로운 아이템은 수익성이 있다면 거침없이 투자를 받아 벤처가 만들어진다.

게다가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뒷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3월 중국의 양회(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회) 기간 중에 리커창 총리는 인터넷 플러스 액션플랜을 제시했다. 인터넷 경쟁력이 제조사업을 개조하고 바꿀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인터넷 기반 기업을 육성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상하이 증시 ‘신삼판’(우리의 코스닥)에는 2452개 기업이 등록되어 있으며 1조2000억 위안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혁신을 위한 조건
국의 문필가인 루쉰은 어느 비평집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에 잘 살았던 사람은 복고를 원하고, 지금 잘 살고 있는 사람은 현상유지를 원하고, 아직 잘 살지 못하는 사람은 혁신을 원한다”

1927년에 발표된 글인데, 지금도 고개가 끄덕일 정도로 살아 있는 표현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위 글귀처럼 생각하고 있다. 혁신을 원하는 사람은 아직 갖지 못한 사람들이다. 특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이다.

권선주 행장의 ‘혁신 전도사’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법과 제도의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대기업 중심의 기성세대의 사고체계도 변해야 한다. 물론 은행들의 신용 정책의 변화도 담보되어야 한다.

기업은행의 은행장으로서 ‘벤처와 도전, 그리고 혁신’을 화두로 청년들에게 다가서는 공격적 메시지 전략만큼 그들의 도전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은행들의 생각도 혁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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