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성별 연금격차’라는 말이 있다. 노후에 남성이 받는 연금액과 여성이 받는 연금액의 차이를 말한다.

노후에 받는 연금은 젊을 때 받는 임금수준과 고용형태, 고용시간 등이 누적돼 영향을 미치는데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 임금 수준이 남성보다 낮고 비정규직이 많으며 육아로 인해 중도에 일을 포기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노후에 받는 연금이 남성보다 적을 확률이 높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중 연금소득이 있는 인구는 남성이 82.1%, 여성은 70.3%로 이들의 평균 연금수령액은 남성이 월 36만4000원, 여성은 월 15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적·사적 연금과 기초 연금을 모두 합한 금액으로 남녀 간 성별 연금격차는 58.7%에 이른다.
남성이 받는 연금을 100으로 볼 때 여성은 41.3이라는 얘기다. 이것조차도 2008년에 기초연금이 도입되면서 수급률이 향상된 결과다.

반면 지난해 EU가 발표한 회원국들의 연금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27개 회원국의 평균 성별연금격차는 39%로 EU회원국 중 한국(58.7%)보다 남녀 간 연금 차이가 큰 나라는 없었다.

EU회원국의 평균 연금액은 남성 199만원, 여성 121만원으로 우리나라보다 남성은 약 5배, 여성은 약 8배 정도 연금액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이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연금’이 필요하다.

여성의 기대수명이 남성보다 5~6년 정도 길고 보통 아내가 남편보다 3~4세 가량 나이가 적은 경우가 많아 남편이 사망한 후 10년 정도는 아내가 혼자 지내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남편이 아플 때는 대부분 아내가 간병인 역할을 하지만 여성들은 자신을 돌봐줄 배우자가 없을 수도 있다.

남편이 질병으로 먼저 사망한 많은 가정들은 남편의 병원비로 이미 자산이 큰 폭으로 줄어든 상태가 돼 빈곤한 노후를 맞이할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65세 이상 여성 가구주 가구의 빈곤율은 무려 75.4%에 이른다.

여성들에게 연금이 필요한 이유가 오로지 남편의 부재 때문만은 아니다. 직장을 다니던 여성, 전업주부들에게 생활 패턴의 변화가 찾아오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활동과 자신을 관리할 방법들이 끊임없이 필요하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유정미 책임연구원은 “당당한 노후를 위해서는 여행, 취미 등 마음을 가꿀 수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며 “한창 나이에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해 보상받고 인생의 후반기를 무기력하지 않게 보낼 수 있도록 자신에게 맞는 힐링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자신이 그린 노년의 삶을 현실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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