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 “혁신은 기존 관념에 대한 반역”

완전한 사람이 아니라 불완전한 사람의 열정이 혁신 만들어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Innovation의 근원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답은 주로 영감, 도전, 끼 이런 것이었다. 그런데 요즘 나의 생각은 기존 관념에 대한 Rebel이다. 이런 Rebel적 기대가 생산적으로 작동하여 새로운 것을 찾는 에너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나머지 요소들은 사실 무엇이어도 좋다”

“혁신은 우리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일, 많은 노력을 쏟아 부었다고 생각하는 1000가지 일에 대해 ‘노(No)’라고 말하는 데서 나온다”

자신의 업종에서 ‘혁신’으로 업계를 평정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는 두 사람의 혁신관이다. 공통점까지 느껴지는 이 말들의 주인공은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위, 페이스북, 2015.2)과 고 스티브 잡스(아래, 비즈니스위크, 2004.10)이다.

혁신의 시작은 ‘반역’
‘Rebel(반항, 반란).’ 무척 강한 단어다. 그러나 ‘혁신’하면 떠오르는 경제학자 슘페터의 이야기를 보면 전혀 강한 표현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부단히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며, 끊임없이 내부에서 경제구조를 혁명화하는 이 창조적 파괴의 과정이야말로 자본주의의 핵심”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말한 기존 관념에 대한 ‘반란’은 슘페터의 ‘부단히 낡은 것을 파괴하는 행위’와 같은 말이며 ‘새로운 것을 찾는 에너지원으로 이어지는’ 것은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와 일치한다.

스티브 잡스의 말도 정 부회장의 말처럼 기존 관념에 대한 거부를 의미한다. 눈에 낯설게 느껴지지만, 그 낯섦은 오히려 혁신의 본질을 담고 있다. 우리는 ‘익숙한 것’에서 더 이상 새로움을 찾을 수 없다. 노력한 만큼 애착을 가지면 그 순간, 마음이 고정된 상태인 집착에 빠지게 되고 집착은 모든 판단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따라서 생각과 사고는 익숙할 때 이별해야 하는 것이 비즈니스계의 철칙이다. 잘 지켜지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래서 슘페터는 “우편마차의 수를 아무리 많이 늘리더라도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는 철도를 갖게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던 것이다.

혁신 놓치면 위기 봉착
기업들은 필연적으로 혁신을 고민해야 한다. 변화의 시기를 놓치면 치명적인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에 매 순간 혁신을 생각하고 또 준비한다. 그런 고민의 흔적이 정태영 부회장의 페이스북에도 나타난다.

지난 17일 그가 올린 글은 다음과 같다.

“어느 제품군이나 초기에는 스펙 경쟁을 하지만 안정화되면 브랜드 경쟁의 영역이 더 커진다. 스펙을 위한 브랜드에서 브랜드를 위한 스펙으로 전환되는 시기에 회사의 조직과 시스템, 인적 구성이 전환되지 않으면 위기가 온다”

최근 매각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팬텍의 모습을 보고 느낀 소회를 올린 글이다.

이 메시지에서 정 부회장은 창업 초창기의 기술은 스펙을 갖춰 남다름을 보여줘야 하고, 일정한 단계에 가면 브랜드 파워를 키워 그에 걸맞은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팬텍은 기술력도 우수하고 특허까지 다수 가지고 있는데도 전환점을 찾지 못하고 초창기 시스템을 지속시켜 결국 현재의 상태에 처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나라를 창업한 유방의 고사 중 ‘마상득지 마상치지(馬上得之 馬上治之)’가 있다. 유방의 가신 중 육고(陸賈)는 유방에게 각종 제안을 아끼지 않았는데 그 때마다 각종 출처(《시경》, 《상서》 등)를 들어가며 이야기했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유방은 “나는 말 위에서 천하를 얻었다”고 버럭 호통을 쳤다. 그런데 육고는 기죽지 않고 “말 위에서 천하를 얻으셨는지는 몰라도 말 위에서 천하를 다스릴 수는 없습니다”라고 받아친다.

이 과정에서 진나라가 망하고 한나라가 들어설 수 있었던 까닭을 정리한 역사책 《신어(新語)》가 등장하게 되는데, 유방의 단순하면서도 충고는 기꺼이 듣는 탁월함을 발견할 수 있는 고사다.

이 고사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천하를 장악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이 있다면, 천하를 얻고 난 뒤 통치에 필요한 전략은 따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의 말처럼 초기 시장 진입을 위한 스펙 경쟁은 창업을 위한 것이다. 그 이후부터는 브랜드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데, 이것은 창업 당시의 시스템과 전략으로는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즉 그에 필요한 전략을 갖추기 위해선 관점이 바뀌어야 하는데 익숙한 조직과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면, 원하는 혁신에 실패하고 만 것이다.

혁신은 여백이 만들어낸다
정 부회장의 혁신과 관련한 어록은 다양하다. 지난 6일 그의 페이스북에는 “Perfect(완전)한 사람은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없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은 Perfection(완전)이 아니라 불완전한 Passion(열정)을 쫓아가는 사람이다.(뉴욕에서 만난 어느 예술가가 내뱉은 말)”이라고 올려져있다.

그리고 한참 전 그는 트위터에 “혁신을 꿈꾼다면 중요한 힌트 하나. 어느 상품이든 사업이든 기존 전문가의 반만 지식을 쌓아라. 삼분의 일도 좋다. 너무 다 알아버리면 오히려 불리하다. 나머지 여백을 당신만의 생각으로 채우라”라고 올린 바 있다.

이 두 글의 핵심 메시지는 ‘열정’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열정이 있어야 기존의 것을 허물고 그 위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전문가에 약하다. 전문 지식을 인용하며 이야기하는 순간 자신의 분명한 생각이 있어도 꺼내지 못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는 혁신을 일굴 수 없다고 정 부회장은 말한다.

정 부회장이 말하는 혁신은 ‘기존관념에 대한 반란’이라는 말에서 기존 관념은 잘못되었거나, 부족하거나 못해서 부정 당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잡스의 말처럼 잘못되지 않았음에도 ‘부정’하라는 메시지처럼 우리는 항시 익숙함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그들과 이별해야 한다. 전문가의 의견도 마찬가지다.

기술의 발전과정은 어느 날 단박에 이뤄지지 않는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산소용접을 하듯이 하나씩 덧붙여지면서 이뤄진다. 그래서 진화과학자들은 입을 모아 모방과 학습이 인간 문명의 근원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모방과 학습의 근원은 열정이다. 지금보다 나은 나를 생각하며 모방하고 학습하는 가운데, 조개껍데기는 동전이 되고, 지폐가 되고, 그리고 비트코인이 된다.

생각에 생각을 더하는 일. 그것이 혁신의 원동력이다. 토마스 왓슨 IBM 창립자는 ‘생각하라’를 모든 사무실에 걸게 했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는 수시로 ‘다르게 생각하라’고 주문했다. 정 부회장이 참석한 칸느의 광고제 걸림막 중 하나는 “당신의 생각을 다시 생각하라”고 적혀있다. 혁신의 주인공은 생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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