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직장을 다니면 도둑이나 마찬가지)’ 등 청년 실업 및 조기 은퇴와 관련된 신조어가 몇년 전부터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가계소득 정체와 불안한 노후 설계 탓에 일자리를 찾는 중년 여성이 늘었다는 최근의 언론 보도는 사회 구성원의 전반적인 은퇴 준비가 부족한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은퇴 후 삶에 대한 준비, 연금에 대한 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그 방법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은퇴설계의 답 ‘지금 당장 시작하라’
대한민국 40~50대는 은퇴 이후 기대하는 생활비 수준은 높지만 대부분 이에 대한 준비는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30대에는 결혼 준비를 하고 40대에는 자녀 교육과 내 집 마련, 50대에 이르면 자녀 결혼까지 대한민국의 40~50대 가장은 허리가 휠 정도로 큰 경제적 부담을 지고 있다.

정년은 보장되지 않는 데다 은퇴 시기는 갈수록 앞당겨지고 있는 반면 식습관 개선과 의학의 발전으로 기대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소득이 단절된 이후 보내야 하는 시기가 갈수록 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근로소득으로 생활하는 가장들 대부분은 은퇴 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국민연금과 퇴직금 외에는 모아둔 자산이 없는 사태를 맞게 된다. 은퇴 후 부족한 자금을 준비하려고 해도 그 금액이 너무 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실이 바로 우리나라 40~50대 가장의 현실이다.

이때 은퇴 전문가들이 하는 공통된 조언이 ‘지금 당장 시작하라’다.

이미 늦었다고 생각할 때라도 준비하는 사람이 준비를 하지 않는 사람보다 훨씬 낫기 때문이다. 특히 40~50대는 아직 고정소득이 있는 만큼 전략을 잘 세우면 은퇴 자금을 어느 정도 마련할 수 있는 시기다.

전문가들은 은퇴 준비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3층 보장 제도로 설계하고 퇴직 전 소득의 약 70%를 연금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중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40%, 개인연금을 30%의 비중으로 구성하는 게 좋다.

연금저축은 연간 400만원 한도로 12%, 최대 48만원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하고 연간 18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올해부터 퇴직연금 중 DC(외부 금융사의 운용 수익에 따라 퇴직 후 급여액이 달라지는 확정기여형)형과 IRP(개인형 퇴직연금)형은 납입액 내에서 300만원 한도로 추가 세액공제가 가능해졌다.

소득공제가 되지 않는 일반 연금보험 상품도 일시납 2억원 이하, 월납 5년 이상 등 세법에서 필요한 이자소득세 비과세 요건을 충족하면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밖에 공모주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나 월지급형 ELS 등의 상품도 활용할 수 있다.

더불어 은퇴 준비를 위해서는 사적연금을 잘 활용해야 하는데 연금의 수익성뿐만 아니라 사망 시까지 연금이 지급되는 종신연금 상품 등으로 현금 유동성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도록 설계하는 게 좋다.

노후 병원비 지출에 반드시 대비해야
은퇴 준비와 함께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위험 보장에 대한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40~50대는 건강에 큰 이상이 없지만 은퇴 후 60~70대가 되면 병원에 갈 일이 잦아진다. 첨단 의학과 의료 기술의 지속적인 발달은 기대수명 연장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반면 그 이면에는 의료비 증가라는 어두운 면이 내포돼 있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 공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령별 월평균 의료비 지출은 60대부터 급격히 증가하고 80대 이후 월평균 진료비가 전체 진료비의 4.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노후 준비와 재테크를 잘했더라도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사고를 당하면 지금까지 모은 노후 생활 자금을 병원비에 거의 다 지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항암 치료에 1년에 평균 5000만원이 드는데 암의 평균 치료기간이 3년 정도임을 감안하면 총 1억 5000만원의 지출 비용을 예상할 수 있다.

만약 이런 부분에 대해 철저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안정된 노후 생활은 보장할 수 없다. 이처럼 불확실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출한 병원비의 최대 90%까지 보장하는 의료실비나 진단비 등을 지급하는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물론 이런 보장성 보험의 경우 가입 시기의 건강 상태나 연령 등 조건에 따라 보장이 줄어들거나 가입이 어려울 수 있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부분은 조기 사망에 대한 대비다.

경제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40~50대 가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가족에게는 크나큰 슬픔이다. 현실적으로는 경제적 공백이 생기므로 자녀 교육비와 대출금, 생활비 부분을 고려한 일정 금액을 준비해둬야 한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 2억원, 자녀 교육비(대학교 포함) 1억원, 배우자 생활비 1억원이 필요하다면 유동 자산과 사망보험금을 합해 4억원 정도를 준비하면 된다.

이는 종신보험이나 정기보험을 활용해 대비할 수 있는데 종신보험은 어느 시점에 사망하더라도 약정된 사망보험금이 나오는 상품이지만 보험료가 정기보험보다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정기보험은 가입 시점부터 특정 시점까지만 보장돼 종신보험보다 보장 기간이 짧지만 종신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전문가들 대부분은 반드시 소득의 10~20%는 위험에 대비하는 보장성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둘 중 어느 것이 좋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각자의 상황에 맞는 상품을 선택해 가입하도록 한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한 가정의 포트폴리오는 기간에 따라 단기, 중기, 장기나 재무 목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단기나 중기에 대한 투자를 잘하는 사람이 많지만 장기 투자 전략은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장기 투자 전략과 위험 관리는 40~50대 가장이라면 반드시 준비해야 할 부분이니 꼭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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