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시대의 금융<1>

 
IBM ‘왓슨’과 ‘페퍼’ 연계해 고객응대 나선 일본은행
로봇저널리즘 언론 및 질병 진단하는 인공지능 등장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지난달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판매에 들어갔던 감성인식 로봇 ‘페퍼’가 이달부터 일본의 미즈호 은행의 점포에서 고객을 맞는다고 한다. 소프트방크의 손정의와 알리바바의 마윈 등이 전략적 제휴를 맺고 생산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타입의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여 은행 창구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 로봇의 역할은 미즈호 은행의 금융관련 정보를 소개하거나 고객의 대기 시간 중에 엔터테인먼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 2월부터 이 은행 콜센터에서 활용하고 있는 인공지능 컴퓨터인 IBM의 ‘왓슨’과 연계하여 인터렉티브하게 정보를 주고받으며 은행의 영업력을 강화하는 프로그램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미즈호 은행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최신 은행의 한 모습이다. 사람의 감성을 읽을 수 있는 로봇과 자연어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면서 고객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은행 업무에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장면은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의 한 대목과 매우 유사하다.

“그(헤파이스토스)는 해면으로 얼굴과 손과 튼튼한 목과 털이 많은 가슴을 닦고 옷을 입더니 단단한 지팡이를 들고 절룩거리며 걸어 나왔다. 그러자 황금으로 만든 하녀들이 주인을 부축해주었다. 이들은 살아있는 소녀들과 똑같아 보였는데 가슴 속에 이해력과 음성과 힘도 가졌으며 불사신들에게 수공예도 배워 알고 있었다.”(《일리아스》 18권)

아킬레우스가 친구이자 사촌인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에 자극을 받아 트로이와의 전쟁에 다시 참여하는 과정에서 적에게 빼앗긴 자신의 갑옷을 다시 만들기 위해 그의 어머니 테티스가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를 찾아가 부탁하는 장면의 한 대목이다.

이해력은 물론 음성, 힘, 수공예 기술까지 보유한 황금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에 대한 2800년 전의 상상력이다. 일본의 미즈호 은행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과 업무는 다르지만 많이 닮아 있지 않은가? 이런 모습이 은행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서 펼쳐지고 있다.

미국의 LA타임즈는 ‘퀘이크봇’이라 불리는 로봇 알고리즘으로 지질조사국으로부터 전송받은 지진 데이터를 기사로 작성하고 있으며 영국의 가디언은 로봇편집장을 알고리즘으로 만들어 조회수와 댓글이 많은 기사만을 모아 만든 ‘더 롱 굿 리드’라는 주간신문을 만들어 무가지로 배포하고 있다.

이 같은 로봇 알고리즘은 언론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로봇저널리즘을 스타트업하고 있는 ‘내러티브 사이언스’는 2010년부터 증권 관련 기사를 작성하여 언론사에 배포하는 한편 은행 및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 알고리즘을 판매하여 기업의 프리젠테이션 및 제품 설명 자료를 작성하게 하거나 주식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이밖에도 병원에서 의료진들을 대신하여 진단을 하는데 활용하기도 하고 기업의 비즈니스 관련 엑셀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작성하기도 한다.

이 같은 변화의 한 가운데 ‘인공지능’이 자리하고 있다. IBM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왓슨’은 이미 상용화를 마치고 전세계의 주요 은행, 보험사, 병원 등을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고, 앞서 소개한 로봇 저널리즘 관련 스타트업도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한편 구글은 인공신경망 전문가인 제프리 힌튼을 영입한데 이어 지난해 영국의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인 ‘딥 마인드’를 4억달러에 인수하여 인공지능 시장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으며, 페이스북도 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인공지능 기술인 딥 러닝의 대가 얀 레쿤을 영입하고 2013년부터 인공지능 연구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검색 포털인 바이두도 머신 러닝 분야의 권위자인 앤드류 응을 영입하고 인공지능센터를 지난해 설립, 인공지능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인공지능 관련 기술이 지난 17~18세기의 산업혁명을 대체할 새로운 혁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1차 산업혁명은 기계와 증기기관을 이용하여 부족한 인간의 노동력을 강화시켰고 이어 자동화를 통해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도맡아 처리해 왔다.

그런데 이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비정형 업무까지 로봇이 처리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2800년 전의 상상력이 자연어 처리·딥 러닝 알고리즘 기술·빅 데이터 관련 기술의 개발과 놀라운 계산능력을 발휘하는 값싼 CPU가 등장하면서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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